메뉴 건너뛰기


글 수 697

머무시는 동안 즐겁고 행복한 시간 되세요~^^
영상주소:

http://cfile4.uf.tistory.com/media/19759D3C5137559005AB7E


한 잎의 女子 1
- 언어는 추억에 걸려 있는 18세기형 모자다.

                     詩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 나무 한 잎같이 쬐끄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시집詩集 같은 여자, 그러나 누구도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
픈 여자.


--------------------------------------------------------------------------------
<감상>
남자에게 있어 여자는 신비스러운 존재입니다.
화자는 남자의 반대편에 있는 존재로서의 여자가 아니라
세상의 중심으로서의 여자, 질서의 축으로서의 여자를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 알쏭달쏭한 ‘언어’의 정의를 각각의 시
마지막 연에 부제로 대롱대롱 내다 걸었습니다.

- 언어는 추억에 걸려 있는 18세기형 모자다.
- 언어는 겨울날 서울 시가를 흔들며 가는 아내도 타지 않는 전차다.
- 언어는 신의 안방 문고리를 쥐고 흔드는 건방진 나의 폭력이다.

하지만 여전히 애매모호함은 가시지 않습니다.
여자의 신비성을 언어가 가지는 은유와 막막함에 견주어
표현하고자 한 셈이지요. 한 두 마디로 쉽게 정의되지 않는 ‘여자’와
은유의 세계인 ‘언어’를 병치시켜 놓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3편의 시가 각각 독립된 시로 읽히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앞 뒤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물푸레나무는 나무껍질을 벗겨 물에 담그면 그 물이 물빛이
푸르스름해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합니다. 세 편의 시에는 모두
마지막 연에 물푸레나무 혹은 나뭇잎이 등장합니다. 제목으로 정한
‘한 잎의 여자’와 은밀하게 내통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 물푸레나무에
매달린 쬐그만 한 잎을 반복하여 화자가 사랑했던 여자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지극히 단순한 언어인 ‘女子’를 반복함으로써
묘한 운율과 상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물푸레나무를 푸르게 물들이고
있는 '쬐그만' 잎처럼 대롱대롱 언어의 처마 끝에 매달려 뭇 남자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고 있는 겁니다. 쉽게 정의되지 않는 존재로서의 여자,
남자에게 가장 멀고도 가까운 존재로서의 여자가 저리 푸르게 매달려
있는 것이지요.

시인의 마지막 가는 길은 강화도 전등사에서 수목장으로 치러졌다고 합니다.
참으로 대시인다운 끝맺음입니다.  [양현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497 애수 / 이정하 (낭송 이혜선) Anonymous 2014-06-10 2465
496 다가설 수 없는 그리움 / 詩后裵月先 낭송 송정 송명진 Anonymous 2011-07-23 2459
495 가을 편지/단이 권영임 Anonymous 2011-11-02 2458
494 당신이 그리우면 / 권태원 (낭송 이혜선) Anonymous 2012-04-18 2455
493 난 이순간이 제일 행복해요 - 김설하 / 영상 - 김설하 / 낭송 - 선혜영 Anonymous 2013-05-08 2455
492 찔레- 문정희 (낭송 서랑화) Anonymous 2013-05-17 2454
491 하늘에 걸린 사람아 / 김영민 (낭송 선혜영) Anonymous 2011-11-08 2450
490 그 사람을 사랑했었네 / 양현주 (낭송 이혜선) Anonymous 2014-01-08 2446
489 아버지의 기침소리/ 이미애 ( 동영상 ) Anonymous 2013-05-20 2441
488 당신은 누구시기에 / 김설하 (낭송 이혜선) Anonymous 2014-05-14 2437
487 길조(吉兆) / 니콜 정옥란 (영상 아띠 / 낭송 선혜영) Anonymous 2012-02-20 2422
486 가을에는 그 사람을 만나고 싶다/배월선(낭송&영상: 이충관) Anonymous 2012-09-11 2422
485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 (낭송 김윤아) Anonymous 2013-10-17 2410
484 새해 첫 소망을 열어 하늘빛으로 품으련다 - 배월선 / 낭송 박태서 Anonymous 2014-01-01 2409
483 신부 - 서정주 / 낭송 박태서 Anonymous 2013-11-29 2407
482 가을 길목에서 / 詩 향일화 Anonymous 2011-08-25 2394
481 행복 / 유치환 (낭송 남기선) Anonymous 2011-06-24 2392
480 오월에는 꽃보다 사람이다 / 배월선 Anonymous 2011-05-20 2390
479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 정호승 (낭송 이혜선) Anonymous 2011-05-07 2389
478 하얀 민들레 나라/ 새빛 장성우(낭송 김윤아) Anonymous 2014-05-17 2379

본커뮤니티는 재외한국인커뮤니티이며 게재된 게시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얻은 동영상 웹툰등 링크만을 제공하고만있슴 알립니다.
We are not responsible for any content linked to or referred to from this website or other linked sites
We do not store any music, video, webtoon,mutimedia files on this website. Also, we are not responsible for copyright,
legality, accuracy, compliance, or any other aspects of linked content from other web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