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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잎의 女子 1
- 언어는 추억에 걸려 있는 18세기형 모자다.

                     詩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 나무 한 잎같이 쬐끄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시집詩集 같은 여자, 그러나 누구도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
픈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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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남자에게 있어 여자는 신비스러운 존재입니다.
화자는 남자의 반대편에 있는 존재로서의 여자가 아니라
세상의 중심으로서의 여자, 질서의 축으로서의 여자를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 알쏭달쏭한 ‘언어’의 정의를 각각의 시
마지막 연에 부제로 대롱대롱 내다 걸었습니다.

- 언어는 추억에 걸려 있는 18세기형 모자다.
- 언어는 겨울날 서울 시가를 흔들며 가는 아내도 타지 않는 전차다.
- 언어는 신의 안방 문고리를 쥐고 흔드는 건방진 나의 폭력이다.

하지만 여전히 애매모호함은 가시지 않습니다.
여자의 신비성을 언어가 가지는 은유와 막막함에 견주어
표현하고자 한 셈이지요. 한 두 마디로 쉽게 정의되지 않는 ‘여자’와
은유의 세계인 ‘언어’를 병치시켜 놓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3편의 시가 각각 독립된 시로 읽히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앞 뒤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물푸레나무는 나무껍질을 벗겨 물에 담그면 그 물이 물빛이
푸르스름해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합니다. 세 편의 시에는 모두
마지막 연에 물푸레나무 혹은 나뭇잎이 등장합니다. 제목으로 정한
‘한 잎의 여자’와 은밀하게 내통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 물푸레나무에
매달린 쬐그만 한 잎을 반복하여 화자가 사랑했던 여자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지극히 단순한 언어인 ‘女子’를 반복함으로써
묘한 운율과 상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물푸레나무를 푸르게 물들이고
있는 '쬐그만' 잎처럼 대롱대롱 언어의 처마 끝에 매달려 뭇 남자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고 있는 겁니다. 쉽게 정의되지 않는 존재로서의 여자,
남자에게 가장 멀고도 가까운 존재로서의 여자가 저리 푸르게 매달려
있는 것이지요.

시인의 마지막 가는 길은 강화도 전등사에서 수목장으로 치러졌다고 합니다.
참으로 대시인다운 끝맺음입니다.  [양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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