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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대 말엽 즈음에 회자되던 사건 중에 

김위(金偉)의 아들이 유괴된 사건은 그 내용이 무척 이상하다. 


김위는 개성에서 살고 있는 선비 였는데, 어린 아들이 유괴 당한다. 

아이를 유괴한 범인은 아이를 이런저런 술수로 속이고 유인해서 끌어 들여서 같이 길을 나섰는데, 

언덕과 비탈을 넘어서 깊은 산속으로 아이를 데려 갔다. 

그곳에서 범인은 아이를 어느 캄캄한 바위굴 속에 가둬 두었다. 


아이는 나가고 싶어 울부짖었지만, 바위굴은 나갈 수 없게 막혀 있고, 

빛이 들어오지 않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무서움에 울고 떨고 소리를 지르면서 도움을 청하기도 했지만, 

깊은 산 속의 숨겨진 바위굴은 사람은 커녕 짐승들도 알아볼 만한 곳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혼자서 한참을 그렇게 

두려움에 떨던 아이는 계속해서 그렇게 했다가 지치게 되고, 점차 배고픔을 느끼게 되었다. 


아이가 배고픔을 느끼게 되었을 무렵. 바위굴의 통로로 누군가 그릇을 하나 가져다 주었다. 

그릇 안에는 달콤한 단술과 비슷한 죽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어둠 속에서 배고픔에 떨던 아이는 본능적으로 그 죽을 마셨다. 

그렇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동굴 속에서 아이는 갇혀서 사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아이가 보고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매일 아이에게는 그저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음식 그릇 하나가 들어왔다가 나갈 뿐이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견디기 어려운 날에는 풀을 엮어 만든 이불 같은 것이 들어오는 변화가 있을 뿐, 

아이는 캄캄한 어둠속에서 말한마디, 빛 한 줄기 보지 못하고 갇힌 채로 계속 매일을 지냈다. 

그런 날들이 끝없이 계속 되었다. 


아이가 발견된 것은 재령의 장수산에서 철광을 캐기 위해 

광산을 개발하고 있던 사람이 광산 개발을 위해 굴을 파다가 

우연히 아이가 갇혀 있던 바위굴을 뚫게 되면서 였다. 


굴을 파던 사람은 깊은 바위굴 속에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아이를 구조했고, 

수소문 끝에 아이의 아버지인 김위는 아이를 되찾게 되었다. 

아이를 되찾고 나서 보니, 

아이가 아무것도 없는 굴 속에 갇혀서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모른채 

오직 매일 죽 한그릇씩만 먹으면서 계속 지냈던 시간은 무려 6년이었다. 


아이는 몸은 그런대로 멀쩡해 보였지만, 정신은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김위는 온힘을 다해서 아이를 회복시키기 위해 집에서 노력했지만, 2년 후 아이는 죽었다. 


도대체, 범인은 무엇 때문에 김위의 아들을 유괴해서, 

6년 동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곳에 가둬둔 것일까? 

그리고, 6년 동안 도대체 무슨 사연인지 어떤 이유인지도 모르고 그 어떤 외부와의 접촉도 없이, 

하루 하루 끝없이 죽을 먹는 다는 행동만 반복하며 살았던 아이가 

끝없이 생각하고 느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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