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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2013.10.01 10:26

영화 비밀의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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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로 저장 N드라이브 저장 비밀의시간(Twilight Portrait, 2011).mp4 1GB
  다운로드 기간 : 2013/10/01 ~ 2013/10/31

비밀의 시간 Twilight Portrait (2011년, 러시아) ; 안젤리나 니코노바 감독, 올가 디호비치나야 주연

이른 새벽, 경찰차 한대가 빈민지구의 외곽도로를 순찰하고 있다. 길가에 불법정차한 트럭을 보고 차를 세우려는데 이때 트럭에서 내리는 한 여자. 세명의 경찰은 그녀가 창녀이고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라는걸 알고 그녀를 추격한다. 경찰을 피해 숲속으로 달아나는 여자. 뒤쫓아 여자를 체포하는 경찰. 그리고 경찰들은 차례로 그녀를 강간한다. 숲속에 울려퍼지는 여자의 비명소리. 여자의 지갑을 뒤져 돈까지 빼앗고 유유히 사라지는 경찰들.

도시의 중심가, 고급빌라에 살고있는 아름다운 마리나가 있다. 유명한 재벌 아버지를 두었고 사업가 남편은 잘생긴데다 다정다감하다. 안정적인 직장인 관공서에서 아동상담가로 일하는 그녀를 두고 사람들은 말한다. 완벽한 인생이라고, 무엇 하나 부족한게 없다고. 그런 그녀가 빈민지구의 무너져가는 아파트,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방안에서 남편의 친구와 만난다. 여긴 뭐하는 데야? 지방에서 출장오는 직원들을 위해 가끔씩 빌려주는 곳인데 호텔의 반값이야. 이정도면 괜찮지? 억소리 나는 연봉을 받으면서 돈을 아껴보겠다고 여자를 이런 곳에 데려온 남편의 친구. 남자는 아무렇지 않다는듯 구멍난 매트리스 위에 수건을 깔고 그녀에게 손짓을 한다. 벌건 대낮에 삐걱대는 매트리스 위에서 남편의 친구와 섹스를 하는 마리나. 힘겹게 헐떡이는 남자에 비해 무감각한 마리나는 더러운 벽지에서 눈길을 떼지 못한다. 섹스를 끝내고 옷을 입는데 남편의 친구가 불쑥 한마디 한다. 즐기는 것도 아니면서.. 난 당신이 왜 이러고 사는지 모르겠어.

두사람이 함께 건물을 나서는데 자기는 급히 갈데가 있다며 택시를 타고 돌아가라는 남편의 친구. 이런 곳까지 여자를 불러놓고 혼자서 돌아가라는 그를 빤히 쳐다보다가 마리나가 어이없다는듯 돌아선다. 그녀의 레인코트와 하이힐에는 어울리지않는 비포장도로. 돌계단을 내려가다 구두굽까지 부러져 절뚝거리던 마리나는 길가에 있는 허름한 레스토랑을 발견하고 들어간다. 우선 자리에 앉았는데 지저분한 얼룩의 테이블보가 눈에 들어온다. 이때 다가오는 종업원. 주문할건 아니고 택시좀 불러주실수 있을까요? 시큰둥한 얼굴의 종업원은 택도 없다는듯 말없이 바라본다. 물이라도 주시면 안될까요? 물을 팔진 않아요. 결국 먹지도 않을 소시지를 주문하고 물을 달라고 하는데 물같은 건 없다며 쌩하니 돌아서는 종업원. 물 한잔 못 마시고 레스토랑을 나온 마리나. 택시를 잡으려고 하지만 몇시간이 지나도 택시 한대 지나가지 않는다. 설상가상 핸드백까지 날치기 당한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변변한 가로등 하나 없는 동네라 길가는 어둡기만 하고 돈도 없고 전화기도 없는 마리나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전화기를 빌리려 하지만 사람들은 대꾸조차 않고 바삐 지나갈 뿐이다. 그런 그녀를 향해 경찰차 한대가 조용히 다가온다. 무슨 일이죠? 경찰차에 올라타는 마리나. 남편에게 전화하게 전화기를 빌려달라는 그녀에게 최신 전화기를 주겠다며 바지 지퍼를 내리는 경찰관. 뭐하는 짓이야! 깜짝 놀란 마리나가 당신들 이러다 해고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자 잘난 년은 경찰도 무섭지 않은가보다며 화를 내는 경찰들. 남편이 부자인가본데 노동자계급의 물건이 어떤지 제대로 보여주겠다며 경찰들은 외진 곳에 차를 세운다. 어둠속에서 세남자에게 돌아가며 강간을 당하는 마리나. 이른 새벽, 길가에 버려져 울고있던 그녀를 조깅하던 사람이 발견하고 집까지 데려다준다.

빌라 창가에 서서 아내가 낯선 차에서 내리는 걸 바라보는 남편. 그러나 못본척 다시 침대로 돌아가고, 마리나는 조용히 들어와 샤워를 한다. 여기저기 멍들고 엉망이된 몸을 씻어내지만 울지않는 마리나. 담담하게 샤워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는 그녀를 보고 남편이 언제 들어왔냐고 묻는데 새벽에 들어왔지만 남편을 깨우기 싫어 거실 소파에서 잤다고 말한다. 거짓말인걸 알지만 따지지 않고 묵묵히 듣고만 있던 남편은 핸드백을 잃어버렸다는 그녀의 말에 신용카드를 정지시켜야겠다며 황급히 돌아선다.

여느날과 다름없이 출근한 마리나. 오늘도 그녀는 가정폭력 상담을 하고 있다. 그냥 지나가다 한대 때린것 뿐이다, 자기 어린시절 생각하면 이런건 폭력도 아니라는 아버지와 먹고살기 바쁜데 아이 문제로 자꾸 이런데 불려오는게 불만인 엄마. 그 사이에서 주눅든 얼굴로 자라는 아이. 잠시동안 아이를 맡기로 하고 부모들을 보낸 뒤 휴게실에서 혼자 놀고 있는 아이를 발견한다. 장난감 자동차를 휘둘러 테이블 위의 인형과 블럭들을 바닥에 떨어뜨리는 아이를 아슬아슬하게 바라보는 마리나.

점심시간, 마리나는 어제 자신을 쌩하니 버려두고간 남편의 친구의 아내와 점심을 먹고 있다. 넌 너무 예민해. 마음에 그렇게 다 담아두면 어떻게 사니? 그렇게 말하는 친구에게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더 둔해진다고 털어놓는 마리나. 이젠 아이들을 봐도 마음이 덜가. 빈민가에서 태어나 주정뱅이 아빠와 엄마에게 맞고 자라지. 그리곤 나중에 자기 자식도 때릴거야.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어. 동정만 하면 되나? 사회가 이들에게 부당하다고 입바른 소리나 할까? 그나마 내가 참견하면 비참한 낙오자가 아니라 평범한 낙오자가 된다는데 위안이라도 해야하나? 사회적 최약자인 아이들을 동정해야 할지, 그렇게 자라서 결국 제 자식을 때리며 사회적 약자임을 잊어보려는 부모들을 동정해야할지.. 이젠 아무것도 모르겠어. 우리 디저트 먹을까? 무신경하게 대화의 방향을 돌리는 친구, 친구를 가만히 바라보던 마리나가 말한다. 나 강간당했어.

의사가운을 입은 친구에게 안내받아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마리나. 친구의 배려 덕분에 한번에 모든 검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복도 저편에서 허름한 옷을 입은 환자가족에게 쌀쌀맞게 말하고 쌩하니 돌아서는 의사친구를 발견한다.

며칠 후 마리나가 퇴근해 집에 돌아오니 친구들이 잔뜩 와있다. 그녀의 생일을 축하하는 서프라이즈 파티. 술마시고 노래부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지는데 정작 주인공인 마리나만 시큰둥하다. 한 친구가 일어나 건배를 제안한다. 모든 걸 다 가진 마리나를 위해 건배~ 화창한 웃음이 가득한 그 순간, 마리나가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난다. 나도 내 친구들을 위해 건배를 제안할게. 평생을 알고지낸 내 친구들. 몇몇은 진심으로 축하하러 왔겠지만 몇몇은 집 고친거 구경하러 왔고 또 몇몇은 맛있는 음식을 먹기위해 온 내 친구들.. 있잖아. 내가 모든 걸 다 가졌다고 했지. 건강하고 잘생긴 내 남편, 그래 맞아 멋지지. 날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하더라. 사업자금을 대줄 장인어른에게 잘보이기 위해 내 눈치를 보면서 내가 아이를 갖고싶어하지 않는다고 안절부절하지. 지 엄마 죽었을때 장례는 최고급으로 치르고 싶다길래 나는 기껏 비싼 관을 고르고 있을때 내 친구와 잤다지 아마. 음.. 그리고 내 직업. 재밌는 일을 하니까 난 참 운이 좋아. 그렇지? 왜 너희가 그랬잖아. 월급은 적지만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 억압받고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일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말이야. 그들에 비하면 너희나 내가 잘난 사람들인줄 알지? 알고보면 우리는 풍족하고 시기심 많은 교만한 인간들일 뿐인데 말야. 그리고 나의 오래된 친구, 너희들. 내 남편하고 자는 사이면서 아무렇지 않게 내 생일에 나타나 사랑한다고 말하는 내 친구의 우정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여기, 학창시절부터 내게 돈을 뜯어내려고 했던 친구도 있지. 기억나? 내가 언젠가 네 치마가 참 예쁘다고 하니까 너 그거 나한테 사라고 했었지. 니가 입던 낡은 치마를 돈내고 사라고. 얼마나 아름다운 우정이니? 근데 있잖아. 네 남편이랑 내일 만나기로 했는데 약속장소를 깜빡했네. 지난번 거기 판잣집같던 그 아파트에서 또 만나는 건가? ..순식간에 싸늘해진 생일파티, 다들 입을 다문채 어쩔줄 몰라하는데 할말을 다한 마리나만 자리에 앉아 묵묵히 음식을 먹는다. 다음날 아침, 숙취로 괴로워하며 힘겹게 일어난 마리나의 눈에 종이 한장이 들어온다. 당신 피곤해보여. 당분간 일을 쉬는게 좋겠다는, 남편의 친절한 메모가 식탁위에 놓여있다.

여권 분실신고를 하기 위해 경찰소를 찾아간 마리나. 날치기를 당했다는 말에 여권을 가방안에 둔것이 맞냐고 쌀쌀맞게 묻는 경찰관. 술마시고 잃어버린거 아니냐, 어디 두고 온게 아닌지 확실하냐고 꼬치꼬치 묻는 경찰을 향해 참다못한 마리나가 묻는다. 원하는게 뭐에요? 당신이 여권을 잃어버렸다면 분실신고로 족하지만 누군가에게 도둑맞았다면 범죄신고가 되니까. 당신 때문에 일을 더 해야 하거든. 당신이 여권을 도둑맞았다고 했다가 다음엔 누가 당신을 강간했다고 말할지 모르니까 난 확실히 해두려는 거에요. 정말 도둑맞은게 맞아요? 여권을 가방안에 뒀다고 확신해요? .. 말없이 경찰을 바라보던 마리나가 말한다. 분실신고를 할게요. 당연히 그래야지, 진술서를 쓰라며 경찰관이 종이를 내민다. 그리곤 친절하게도 분실 경위를 불러준다. 경찰관이 불러주는 대로 서류를 작성하는 마리나. 그녀는 친절한 경찰관 덕분에 술먹고 여권이 든 가방을 잃어버린 여자가 되었고, 경찰은 마리나의 타협으로 일을 덜었다.

다음날부터 마리나는 퇴근 후 매일 자신이 강간당한 그 동네를 찾아간다. 택시가 서지 않던 비포장길을 다시 걸어가고 무뚝뚝한 종업원이 있는 허름한 레스토랑에서 소시지와 맥주를 시켜먹는다. 여전히 더러운 테이블, 창밖에선 어떤 여자가 길가에 오줌을 누고 있다. 하지만 마리나는 그릇을 싹싹 비우고 일어난다. 그리고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를 다시 한번 걷는다.

다시 직장, 친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하고 있다는 여자아이와 그럴리없다며 자신의 딸이 거짓말쟁이라고 말하는 엄마가 있다. 부모를 골탕먹이려고 거짓말하는거라는 엄마. 여자아이의 침묵에서 문제가 있다고 느낀 마리나는 모른척하는 엄마를 대신해 도움을 주려 해보지만 엄마의 고소없이는 친아버지를 처벌할 방법이 없다는 걸 알고 화가 난다. 학교에 찾아가 담임선생에게 여학생의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더니 되려 담임선생이 그녀에게 묻는다. 그런 애를 다른 애들하고 같이 지내게 두는 게 괜찮은 일일까요? 답답한 마음에 여자아이의 아빠를 찾아간 마리나. 그만좀 괴롭히라며 도망치듯 차를 타고 가버리는 그를 보며 화가나서 발을 동동거린다.

다시 레스토랑, 오늘은 주말이라 그런지 레스토랑이 붐빈다. 자리를 꽉 채운 사람들.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테이블을 옮겨다니며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른다. 레스토랑에 들어가지 않고 창가 벽에 붙어 가만히 레스토랑 안을 바라보던 마리나의 눈에 자신을 강간한 경찰관들이 보인다. 사복을 입었지만 한눈에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그들이 웃으며 술을 마시고 있다. 평소 자신에게 무뚝뚝하던 종업원이 그중 한 남자의 품에 안겨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 남자가 마이크를 이어받아 노래를 부른다. 그의 목소리, 그가 잘난 계집에게 맛을 보여주자며 자신을 강간하게 한 남자다. 잊을 수 없는 목소리의 남자가 혼자 레스토랑을 빠져나온다. 마리나가 그를 따라나선다. 택시를 잡아타고 그의 아파트까지 따라간다. 길가에 버려진 맥주병을 얼른 줍는다. 병을 바닥에 쳐서 깨진 병을 잡고 조용히 남자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나란히 선 두 사람. 남자가 6층 버튼을 누르고 여자에게 묻는다. 몇층이세요? 6층이요. 남자의 뒤에 선 마리나. 깨진 병을 쥔 그녀의 손이 부르르 떨리는 가운데 그녀가 엘리베이터의 멈춤 버튼을 누른다. 깜짝 놀라 뒤돌아보는 경찰남자. 뭐하는 짓이야!! 마리나가 경찰남자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경찰남자도 어이없다는듯 마리나를 쳐다본다. 한참을 바라본다. '그는 나를 기억하지 못해'.. 이때 마리나가 가만히 남자의 바지 지퍼를 내린다. 깨진 병도 내려놓고 남자에게 오럴을 한다. 한손으로 남자의 물건을 쥐고 다른 한손으로 엘리베이터를 움직여 6층에 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말없이 돌아서 나온다. 경찰남자가 그녀의 뒷모습을 어이없이 바라본다.

다음날 마리나는 짐을 챙겨 공항에 간다. 친정에서 쉬고 오라는 남편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짐을 꾸린 마리나. 수속을 밟기 위해 줄을 서있던 그녀가 다음 순간 경찰남자의 아파트 정문앞 벤치에 앉아있다. 이때 한 남자가 다가온다. 자기가 약을 살 돈이 없어서 그러는데 자신의 카메라를 사지 않겠냐고. 딸이 1년 전에 사준건데 아직도 새것 같다. 자동으로 찍히는 거고 풍경모드랑 황혼모드도 있다. 딸과 손자의 사진을 찍었던 건데.. 상황이 너무 어려워서 그러니 카메라를 사주면 안되겠냐고. 그녀가 돈을 주고 카메라를 산다. 그리고 잠시 고개를 돌린 사이 그녀에게 카메라를 판 남자가 술병을 가득 품에 안고 지나간다. 옆에서 지켜보던 청년이 한심하다는 듯 그녀에게 말한다. 멍청하긴. 벤치에 앉아 카메라의 사진들을 구경하는 마리나. 카메라 속에는 남자의 말처럼 행복했던 시절의 딸과 손주의 사진이 가득 들어있다. 어느새 깊은 밤, 아파트에 들어가려던 경찰남자가 벤치에 누워 잠든 그녀를 발견한다. 어젯밤 엘리베이터에서 자신을 덮쳤던 그 여자다. 인기척을 느끼고 눈을 뜬 마리나. 두사람의 눈이 마주친다. 다시 엘리베이터에서 섹스를 하는 두사람. 아주 열정적인 섹스. 섹스를 한뒤 경찰남자가 묻는다. 너 누구야? 마리나. 마리나.. 그래서 니가 누군데? 마리나가 대답은 않고 대뜸 묻는다. 혼자 살아? ..자신의 집으로 그녀를 들이는 경찰남자. 비좁은 집안엔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와 마약쟁이 남동생이 있다. 방이 없어 거실겸 부엌에 간이침대를 놓고 쪽잠을 자는 경찰남자와 나란히 눕는 마리나. 그날부터 경찰남자와 동거를 시작한다.

다음날. 마약쟁이 동생한테서 이야기를 듣는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술주정뱅이 엄마는 두아이에게 관심이 없었으며 형제들을 키운 할아버지는 남자는 강해야한다며 걸핏하면 때렸는데 지금은 치매에 걸려 정신을 못차린다고. 그런 할아버지를 극진히 보살피고 백수로 살며 마약만 해대는 남동생에게 방까지 양보하고 거실겸 부엌에서 쪽잠을 자는 경찰남자의 이야기. 한때 열렬히 사랑했던 여자마저 집을 나가고 지금의 생활을 한지 오래 되었다는 그의 일상속으로 마리나가 들어간다. 집안을 청소하고 음식을 만들고 할아버지를 보살피고 그의 동생과 시시덕거리며 매일밤 경찰남자와 섹스를 한다. 그리고 어느순간 "사랑해"라고 말한다. 깜짝 놀라는 경찰남자, 버럭 화를 내며 미쳤냐고 소리친다. 그리고 다음날에도 섹스를 하면서 그녀는 사랑한다고 말하고 남자는 급기야 여자를 주먹으로 때린다. 멍든 얼굴로 다음날에도 사랑한다고 말하는 마리나. 경찰남자는 그녀가 그럴 때마다 미쳐 날뛰면서도 매일밤 그녀를 안고, 마리나는 남자에게 죽도록 맞아가면서도 사랑한다고 말하길 멈추지 않는다.

어느새 퇴근하면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헝클어진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넘긴뒤 얌전히 식탁에 앉는 경찰남자. 요리하는 마리나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데 마리나가 말한다. 며칠 더 있어도 돼? 맘대로, 근데 남편이 찾지 않을까? 친정 간줄 알아. 전화하면? 안할거야, 근데 경찰은 왜 됐어? 존중받고 싶었어, 뱃지와 권총이 있으니까. 경찰을 싫어하는 사람 많은 거 알아? 알아, 근데 좋아할 필요 없잖아, 무서워해야지, 당신은 어때, 내가 무서워? 마리나가 말한다. 아니.

매일 야간근무를 마치고 새벽에 퇴근하는 경찰남자. 그를 위해 수프를 끓이는 마리나. 따뜻한 수프를 먹으며 경찰남자가 말한다. 내가 너같은 년하고 같이 있다니. 어떤 년? 화내지마, 욕한거 아니야. 경찰남자를 가만히 바라보던 마리나가 다시 "사랑해" 라고 말한다. 버럭하며 숟가락을 집어던지는 경찰남자. 미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나가고 그를 따라 마리나도 옥상으로 올라간다. 권총을 만지작거리던 남자가 마리나에게 말한다. 총 한번 쏴볼래? 남자와 나란히 앉아 맥주를 나눠마시던 마리나가 묻는다. 사진 찍어도 돼? 길에서 산 카메라를 들고 남자를 찍으려는데 경찰남자가 말한다. 플래시를 켜야지. 아니 이건 황혼모드가 있어서 괜찮아. 새벽 어스름속에서 경찰남자가 새침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힌다.

경찰남자의 하루, 그의 동료가 술먹고 경찰차를 운전하다 여자를 치어죽이는 사고가 발생한다. 서장에게 불려갔더니 서장은 대뜸 차를 재빨리 수리하라고 소리친다. 너희들은 어제 낮에 근무를 섰고 술은 구경도 안했고 그쪽 도로에는 얼씬도 안한거야. 알겠어!! 사람이 죽은 사고에 이렇게 해결된게 어디냐는 동료들의 안심을 뒤로 하고 경찰남자가 돌아선다. 그리고 예의 그 허름한 레스토랑에서 혼자 술을 마신다. 똥씹은 얼굴로.

그날 밤, 마리나의 무릎에 머리를 기대고 누워 티비를 보는 경찰 남자. 이때 마리나가 조용히 말한다. 나 뭐하나 부탁해도 돼? 누구 좀 협박해줘. 니 남편? 아니. 마리나의 상담을 받았던 여자아이의 집에 들어선 경찰남자. 여자아이의 아빠를 죽도록 패고 돌아나오는데 경찰차에 앉은 마리나를 보고 수상함을 느낀 여자아이가 집으로 달려가 쓰러진 아빠를 발견한다. 아빠, 아빠!!! 정말 죄송해요. 제발 절 용서하세요.. 돌아오는 차안, 마리나가 말한다. 안드레이, 겁만 주라고 했잖아. 대체 어떻게 하고 온거야? 그럼 그런 소아성애자 자식을 그냥 둬? 벌금이라도 물게 할까? 어쩌라는 거야. 죽였어? 아니야. 손만 봐줬어. 근데 그 사람.. 그런짓 안했으면 어쩌지? 마리나가 그제서야 불안한듯 손톱을 깨문다.

며칠 후 마리나를 공항에 데려다주는 안드레이. 그녀를 내려주고 저멀리 차를 세워놓은채 공항 정문을 노려본다. 마리나는 벤치에 앉아 마중나올 남편을 기다린다. 그런데 저멀리 꽃다발을 들고 공항에 들어서는 남편을 보자 마리나가 황급히 공항 옆으로 빠져나온다. 그런 그녀를 멀리서 바라보는 안드레이. 한참을 기다려도 아내가 나오지 않자 공항 밖으로 나와 전화를 거는 남편을 마리나가 몰래 바라본다. 마리나가 바라보는 남자, 꽃다발을 든 남편을 안드레이도 바라본다. 그렇게 한참이 지난 뒤 남편은 차를 타고 떠나고 남편이 떠난 뒤에도 한참동안 그렇게 가만히 있던 마리나가 가방을 끌며 공항을 빠져나온다. 안드레이가 차에서 나와 그녀의 뒤를 따른다. 해지는 저녁, 어둔 비포장도로를 터벅터벅 걸어가는 마리나의 뒤를 안드레이가 조용히 따라간다.

복수를 하려던 마리나가 엘리베이터에서 경찰남자에게 오럴을 하는 장면에서 너무 놀랐다. 왜 그러는건데!!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충격과 놀람은 가시고 수긍이 됐다. 그녀의 분노는 공정한가. 돈을 바라고 비굴하게 살면서 친구와 바람을 피우는 남편, 자신의 남편과 바람을 피우는 오랜 친구, 남편에 대한 복수와 자기위로를 위해 또다른 친구의 남편과 바람을 피우는 자신의 기만이, 환자를 무시하고 차별하는 의사친구의 오만이, 무사안일한 경찰공무원의 인권침해가 경찰남자의 강간보다 덜 폭력적이라고 할수 있나. 마리나는 마주선 경찰남자의 얼굴에서 자신이 그토록 구하고 싶었던 아이들의 얼굴을 본 것은 아닐까. 어쨌든 아동상담소에서는 무기력하기만 했던 그녀가 경찰남자의 집에서는 그토록 바라던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둘의 관계가 어떻게 시작되었던지 해지는 저녁나절 그녀의 뒤를 조용히 뒤따르던 안드레이는 더이상 예전의 그 경찰남자가 아니다. 둘이 함께 보낸 비밀의 시간, 두 사람은 서로를 변화시켰다. 러시아 사회의 현재를 엿볼 수 있는 이 영화에 아낌없는 박수를 주고싶은데 포스터는 정말 아니다싶다. 영화의 제목인 Twilight Portrait는 카메라의 황혼모드, 어둠속에서 플래시 없이 사진을 찍는 기능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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