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의 전처와의 관계 회복기를 다룬 영화 한편이 올 가을을 수놓을 예정이다. 영화 당신에게도 사랑이 다시 찾아올까요? 라는 긴 제목의 이 영화는 잘 나가던 전직 프로 축구 선수이자 지금은 거의 폐인 수준으로 전처와 아들 곁에서 맴을 도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조지라는 한 남자가 카메라를 향해 이러쿵저러쿵 축구이야기를 쏟아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게 뭔가하니 축구 칼럼니스트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자 자신의 프로필을 만드는 장면이었다.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과거의 영화를 내려 놓고 자기에게 맞는 새로운 일을 찾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영화가 비록 사랑 되찾기라는 분명한 명제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 은퇴 후 생계 대책 마련이라는 아주 현실적인 코드도 담고 있다. 비록 조지가 정말 잘나가는 축구선수였지만 지금은 미국이다. 알다시피 미국에서의 축구 인기는 여타 프로스포츠, 예를 들어 야구나 농구에 비하면 비인기 종목이나 다름아니다. 조지는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뛴 바 있다지만 미국인들의 입장에선 일부러 인터넷 영상을 찾지 않고서는 조지가 어떤 선수인지 알 길이 없는 정도다. 그러니 제 아무리 난다긴다하는 축구선수라 해도 지금은 별볼일 없는 한량이나 다름없다는 말이다.

조지에겐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 잘 생겼다는 점이다. 전처와의 이혼 사유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어쩌면 이 도화살 때문은 아니겠나 추정이 되고 지금도 소위 사커 맘들의 대시에 그는 흔들리는 중이다. 조지에게 강력하게 대시를 하는 여자들은 무려 3명이나 되고 유부녀도 포함되어 있다. 조지 역으로 나오는 저라드 버틀러의 육감적이고 마초적인 이미지에 홀딱 반한 그녀들은 육탄공세도 마다하지 않는데, 전처에게 이런 모습이라도 보이는 날엔 모든 게 물거품이 될 게 뻔하다.

허름한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고 아이들 축구 코치로 소일하는 그에겐 아들과의 만남이 가장 큰 이슈다. 새 아빠가 될 남자와 사는 아들은 그런대로 옛날 아빠를 따르고 조지는 그런 아들을 내세워 새로운 결혼을 꿈꾸는 전처에게 접근하려 애를 쓴다. 그들에게 가족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

이혼은 최악의 경우에 선택된 신의 한 수라면 재혼은 최선과 최악의 중간 지점에서 다소 힘들게 결정한 인간의 한 수다. 그런데 그게 전 남편이라면? 이런 어색하고 애매한 관계 설정에 우리가 박수를 쳐주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들은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을 이곳 저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지는 전처와의 관계회복에도 심혈을 기울이지만 아들에 대한 애틋한 부자간의 정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느낀다. 사람은 누구의 누구라는 말에서 비로소 안정감을 찾는다고 하지 않던가. 자신을 닮아 축구 하나는 기막히게 하는 아들의 발차기를 보며 피는 못 속인다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빈번하게 반복되는 만남 속에 서서히 결론을 찾아가게 된다.

이 영화는 올해 유난히 많이 등장하는 부모 자식간의 정을 다룬 영화의 가을 버전이라는 생각이다. 한물 간 스포츠 스타와 믿을 구석을 전처와 아들에게서 찾으려는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에서 교집합이 느껴지는가 이제 경제적인 문제만 해결한다면 금상첨화련만 오프닝 시퀀스에서 보여준 그의 인생 제 2막은 과연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

조지를 따라 다니는 매력적인 3인의 여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고 여기에 지지 않는 제시카 비엘의 평범하면서도 독특한 매력도 눈여겨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