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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를 숲이라, 책이라… 했지’
새로운 색깔의 송 라이터 수인의 첫 번째 이야기, [산을 오르다]

무려 18년이 걸렸다. 꿈이 많던 중학교 1학년 시절 처음 곡을 쓴 이후 진짜 꿈을 향한 첫 걸음을 딛는데 걸린 시간이다. 물론 이보다 더 긴 시간과 고된 세월을 거쳐 뮤지션으로 성장한 이들이 많겠지만, 그들이 그러하였듯 작곡가 수인의 삶도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이 곡에서도 쉽게 정의할 수 없는 느낌이 있다. 애잔함이면서 슬픔이며, 그리움이면서 아련함인 그녀의 첫 번째 이야기를 들어 보자.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여자이며 남자이고 어른이며 아이이다. 산을 좋아하기도 하고 바다를 좋아하기도 하며, 외로움을 많이 타기도 하고 계절을 타기도 한다. 겨울을 좋아하며 여름도 좋아하는 모든 사람이며, 또 단 한 사람 바로 ‘나’이다. 곡 중의 산은 때로는 바다이기도 하다. 때로는 집 근처 골목이기도 하고 때로는 홀로 떠난 여행지이기도 하다. 그 곳에서 나는 잊었다는 감각조차 없는 기억에 물든다. 그 기억은 슬프지도 아프지도 그립지도 않은 그저 ‘기억’일 뿐이었다. 이름도 연락처도 기억나지 않는 기억. 그러나 그 곳에서 나는 그때의 ‘나’를 만난다. 철이 없었고 이기적이었으며 사랑을 줄 줄도 받을 줄도 잘 모르는 그때의 나를 만나 새삼 깨닫는다. 내 옆에 있었던, 그러나 이름도 연락처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에게 내가 주었던, 또 받았던 사랑과 상처.
시간은 흐른다. 기억도 흐른다. 기억이 흐르다 보면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들만 남게 되기도 하며 내가 기억하고 싶은 대로 변형되어 남기도 한다. 진실은 없다. 내가 기억하는 것이 때로는 진실이며, 때로는 거짓이다. 상대방이 가진 기억이 내 기억과 다르기도 하며, 그렇다고 둘 중 누가 맞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수인은 이러한 기억의 이면을 사랑도 이별도 그리움도 뭣도 아닌 미지근한 감정 선에서 노래하고 있다. 이런 곡을 작곡가의 의도대로 잘 살려 내는 보컬리스트도 흔치 않다. 미묘한 감정 선을 표현하기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그런 면에서 수인은 복이 많은 작곡가이다. 그녀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 이상을 보여 준 보컬 조민휘가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제 24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한 ‘일상다반사’의 보컬인 조민휘는 수인과 같은 학교 동기로, 학교 때부터 그녀가 애정 하는 보컬이었다. 깊고 짙은 음색, 무엇보다 절제하면서 절규하는 조민휘의 톤과 창법은 이 곡에 숨을 불어 넣어 주었다.

이 곡은 마치 한 권의 소설을 읽는 듯하다. 처음부터 찬찬히 가사를 따라 가노라면 신기하게도 눈 앞에 있는 것처럼 하나하나 그림이 그려 진다. 푸르른 산인지 눈 덮인 산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곳에서 앞뒤 없이, 감정 없이, 이유 없이 무심결에 뱉은 ‘너’가 이야기의 본질이다. 메아리가 돌아오지도 않을 만큼 작은 소리로 툭 던진 ‘너’의 이름은 지금 내겐 존재 하지 않아 나를 머쓱하게 만든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너’의 말들. 나를 지칭하는 수많은 수식어들. 달콤했던 말들이 바람이 흔들려 결국 가시 돋친 말로 돌아왔던 그날들. 아무것도 아닌 날, 아무것도 아닌 시간에, 아무 상관도 없는 곳에서 ‘아무것’을 남긴다.

꽃다운 20대를 꿈을 찾는데 다 쏟아 붓고 30대를 맞이한 수인. 방황과 혼돈의 시간만큼이나 진하고 독특하며 달콤한 많은 곡들이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산을 오르다]를 방송인 김제동의 취미가 등산이라는 말을 듣고 가 모습을 상상하다가 모티브를 얻었다는, 조금은 엉뚱하기도 한 그녀의 다음은 또 얼마나 신선하고 아름다울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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