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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GHaaa

 

5박 7일간의 하와이 이웃섬 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와이키키 비치와 서핑, 훌라춤 추는 여인과 우쿠렐레, 꽃목걸이 '레이'.
굳이 미사여구를 동원하지 않아도 이미 오래전부터 검증된 파라다이스.
이름만 들어도 어디선가 몽롱한 음악이 들려오는 것 같은 환상의 섬.
사철 따뜻한 기후에
일 감각을 상실한 채 살 수 있을 듯한 그런 곳.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상상 속 하와이의 이미지는 아마도 이런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 며칠간 내가 경험한 하와이는 조금 달랐다.

아름다운 해변과 화산의 터프함이 공존했고, 한없이 여유로웠지만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도 있었다.
따뜻할 거라는 생각에 반바지 차림으로 나섰다가 뼛속까지 스미는 찬 기운에 덜덜 떨기도 했으며,
영어 울렁증이 있는 나도 거침없이
현지인들과 웃고 떠들 수 있었다.
바로 어제까지 내가 있었던 하와이는 그랬다.


당신이 모르는 진짜 하와이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해 볼까 한다.



하나, 우리가 알고 있는 하와이는 진짜 하와이가 아니다!

▲ 와이키키 비치 @오아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하와이의 모습은 하와이주(州)에 있는 수 많은 섬 중 '오아후 섬'만을 대표하는 이미지이다. 미국을 이루는 50개의 주 중 50번째 주인 하와이주에는 약 130 여 개의 섬이 있는데, 이중 사람이 사는 유인도는 8개, 군사 지역과 사유지를 제외하면 일반인이 여행할 수 있는 섬은 6개이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섬은 와이키키 비치로 알려진 오아후로 하와이의 주도 '호놀룰루'가 있는 곳이다.


▲ 마카푸우 포인트 @오아후


하와이에는 오아후 외에도 유명한 섬이 세 개가 있다. 세계 최대의 휴화산과 멋진 비치가 있는 '마우이', 하와이에서 가장 젊은 섬으로 살아있는 화산의 경이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빅 아일랜드', 그리고 영화 '아바타'의 촬영지로 '신들의 정원'이라 불리는 '카우아이'가 바로 그것. '이웃 섬을 보지 않고는 하와이를 봤다'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각 섬에는 서로 다른 매력이 있으며, 세상 어디에서도 보지 못할 절경들이 숨어 있다.



둘, 하와이는 의외로 터프하다


▲ 화산 국립공원 용암지대 @빅아일랜드


여유로운 해변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였을까?

화산지형이라는 사실을 알고 갔음에도 빅 아일랜드 에서 마주친 하와이의 이미지는 내게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지구 상에서 가장 활발히 분출하는 화산이 있는 화산 국립공원(Volcano National Park)에는 불과 40년 전인 1970년에도 4년간 용암 분출이 계속되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이 주변은 온통 검게 굳은 용암으로 뒤덮여 있었는데, 해안선까지 이어진 끝을 알 수 없는 용암지대에서 자연의 위대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 화산 국립공원 용암지대 @빅아일랜드


용암이 굽이굽이 지나간 길과 부글부글 끓었던 흔적, 도로 하나를 통째로 삼킨 모습, 검게 박제된 물고기들을 확인하며 두 발로 굳은 용암을 밟고 지날 때의 기분이란~!



셋. 정글이 많지만 위험하지 않다


▲ 칼랄라우 전망대 @카우아이


오래된 화산 용암지대는 미네랄이 풍부해 비옥한 토지가 된다. 여기에 사철 따뜻한 기후까지 더하니 하와이에서 가장 오래된 섬 카우아이 같은 곳은 그야말로 정글이다. 타잔이 줄기를 타고 다녔던 반얀트리 (보리수)가 하와이 곳곳에 지천으로 널려 있으며 가는 곳마다 열대 식물과 꽃, 주렁주렁 매달린 과일들을 볼 수 있다.


▲ 아카카 주립공원 @빅아일랜드


정글이라 위험하겠다고? 혹시 TV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을 상상하며 독충과 뱀를 의심한다면, 이곳에서만큼은 안심해도 좋다. 하와이에 야생 멧돼지와 몽구스는 있어도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독충과 뱀은 없다. 용암에는 유황 및 백반 성분이 있어 뱀 등이 살 수 없는 환경이라서 그렇다.



넷. 때로는 춥다


▲ 할레아칼라 정상 @마우이


지구 상에 있는 기후는 모두 13가지, 작은 하와이에만 무려 11가지의 다른 기후가 존재한다. 보통은 일 년 내내 우리나라의 초여름과 비슷한 날씨를 보이지만 습도가 낮아 그리 덥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하와이의 우기가 시작되는 겨울, 10월 말부터는 비가 내릴 때나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꽤 크다. 하와이 여행을 할 때 반드시 긴팔 옷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이다. 또, 화산 분화구를 보기 위해 산을 오를 때는 고도에 따라 날씨와 기온이 달라지므로 긴팔, 긴 바지, 우산 이나 우의는 필수다.


▲ 할레아칼라 정상으로 가는 길에 버스에서 본 구름 @마우이


마우이에 있는 할레아칼라 국립공원 정상의 평균 기온은 영상 4도 정도로 특히 두툼한 긴 옷이 필요하다. 겨울에 빅아일랜드의 마우나키아산 정상에서는 눈이 내리기도 한다.



다섯. 하와이언의 주식은 밥?!


▲ 왼쪽부터 로모코모, 스팸 무수비, 코리언 치킨 무수비


하와이 원주민의 주식은 포이 (Poi, 우리의 토란보다 큰 하와이산 토란인 '타로'를 갈아서 물에 탄 것)이지만, 현대 하와이 음식은 오래된 이민의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오래전부터 미국 본토와 유럽에서 건너온 사람들은 풍부한 해산물과 청정한 자연에서 자란 고기와 채소를 자신들의 음식문화로 소화했고, 하와이가 사탕수수의 주요 생산지로 자리잡은 1900년대부터는 한국, 중국, 일본의 노동자가 본격적으로 이주하면서 동양의 음식문화도 자연스럽게 유입되었다. 하와이의 대표적인 음식인 햄버그스테이크를 닮은 '로코모코', 스팸 초밥이라 불리는 '스팸 무수비', 밥과 새우, 샐러드 등을 한 그릇에 담아주는 '플레이트 런치' 등에는 모두 흰 쌀밥이 들어간다.



여섯. 햄버거를 주문할 때도 이름을 묻는 곳


▲ 영수증에 이름을 적어뒀던, 쿠아 아니아의 아보카도 햄버거 @오아후


외지인을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알로하'정신 때문일까? 아니면 천성이 느리고 친절한 사람들이라 그런 걸까? 하와이의 상점에서는 종종 이름을 묻는 경우가 있다.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커피를 주문할 때, 패스트 푸드점이 아닌 곳에서 햄버거 등 음식을 주문할 때, 심지어는 가게에서 옷을 입어볼 때도 이름을 물으며 악수를 청해온다. 커피는 컵에, 음식은 영수증에 이름을 써 두었다가 순서가 되면 부르니 당황하지 말고 이름을 알려줘도 좋다. 옷을 입어볼 때 이름을 알려주면 피팅룸 밖에서 사이즈는 맞는지, 뭐 더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물어보며 친절하게 맞는 사이즈나 다른 디자인을 가져다주니 편하다.



일곱. 영어가 서툴어도 여행할 수 있다


▲ 화산 국립공원 입구 @빅아일랜드


발음이나 문법이 정확하지 않으면 바로 '뭐라고?'라며 사람을 주눅들게 하는 영어권 다른 곳과는 달리, 하와이는 미국임에도 불구하고 서툰 영어로도 거침없이 대화할 수 있는 곳이다. 이것 역시 오래된 이민의 역사와 관계가 깊다. 하와이 전체 인구 중 백인의 비율은 24%밖에 되지 않으며, 아시아계 황인종이 다수를 이룬다. 관광객의 증가로 하와이언들은 늘 들을 준비가 되어있으며 악센트가 강한 서툴고 느린 영어에도 관대하다.



여덟. 지상낙원, 그러나 흡연자에겐 지옥


▲ 바다표범을 보며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는 포이푸 비치 파크 @카우아이


▲ 라 하이나 거리 @마우이


하와이의 흡연 관련 규정은 매우 엄격하다. 길거리나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는 물론, 해변, 버스 정류장, 호텔 방, 심지어는 호텔 발코니에서도 담배를 필 수 없다. 호텔 투숙 시 서약서에 따로 금연 관련 규정이 있어 사인을 해야 할 정도다. 호텔 로비 등 지정된 흡연장소에서는 담배를 필 수 있지만, 흡연 가능한 장소는 극히 드물다. 하와이 여행을 계획한다면, 이참에 금연 계획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아홉. 쇼핑 천국 하와이


▲ 와이키키 쇼핑 거리의 T 갤러리아 @오아후


제주도만 한 오아후 섬에는 세계에서 손꼽는 명품과 각종 패션 브랜드, 아웃렛 등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와 있다. 물가가 무척 비싼 편이지만 해가 진 후 거리의 쇼핑센터를 기웃거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지갑을 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와이키키 비치에서 대중교통으로 손쉽게 갈 수 있는 알라모아나 쇼핑센터는 세계 최대 규모 아웃도어 쇼핑센터로 니만 마커스, 메이시스 등 백화점 6곳을 비롯해 각종 로드숍과 맛집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쇼핑족에게는 종일을 투자해도 모자란 곳이니 시간을 정해두는 지혜가 필요하겠다.



열. 그러나 하와이도 미국이다.


▲ 해진 후의 어두운 워드센터 앞 거리 @오아후

천혜의 자연환경에 친절한 사람들, 험한 곳까지 잘 닦인 도로, 다양한 즐길 거리와 여행상품, 게다가 쇼핑까지... 여행지로 이렇게 최적화된 곳이 또 있을까 싶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 한가지가 있다. 바로 하와이도 미국이라는 점이다. 큰 길이라도 어두운 길, 불 꺼진 건물 앞, 골목길 등은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도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마약이나 술에 취한 사람들을 만나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하와이라도 방심하지 말고 상식적인 안전 수칙들을 잘 지킨다면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다.


▲ 돌 파인애플 농장의 해질녘 풍경 @오아후


하와이에 한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고 한다. 그만큼 매력적인 곳이라는 의미인듯 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저녁 8시 비행기로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저녁을 먹고 잠깐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기내는 다시 식사를 준비하는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앞자리에서 밤새 울던, 우리 둘째 녀석 만한 아기는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조용하고, 내 옆의 중국인 아주머니는 벌써 짐을 꾸리며 내릴 채비를 한다.



8시간을 비행해 무려 19시간을 거슬러 올라왔다. 오늘 내가 눈 뜬 아침은 어제의 아침. 이론적으론 타임워프를 해서 하루를 번 셈이다.

하지만 감격하기엔 몸도 정신도 너무 몽롱하다. 현재 하와이 시각은 오전 9시. 한국은 새벽 4시를 향해 가고 있으니 실제로 잔 시간은 겨우 네 시간 정도인 듯.



그래도 '하와이'라는 설렘 때문인지, 처음 마주한 호놀룰루 국제공항은 그 이름만큼이나 활기차 보여 좋았다.


▲ 생각보다 아담한 크기의 호놀룰루 국제공항. 게이트가 오픈되어 있어 인상적이다.


짐을 찾아 공항 밖으로 나오니 대부분의 여행객이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트렁크를 열어젖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가만 보니 두꺼운 옷을 벗고, 시원한 여름 옷으로 갈아입으려는 것이었다. 솔직히 '몽환적인 하와이언 음악이나 해변을 배경으로 훌라춤 추는 반라의 여인들, 그녀가 걸어주는 꽃목걸이'를 상상하던 나로서는 좀 실망스러운 하와이의 첫인상이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 아닌가. 나도 그들을 따라 화장실에서 대충 옷을 갈아입고, 무거운 겨울 옷가지를, 그리고 현실의 무거운 고민까지 가방에 우겨 넣었다.



첫 만남, 호놀룰루 시내 투어


▲ 킹 스트리트(King Street)에 있는 카메하메하(Kamehameha) 동상.

카메하메하는 하와이의 추장이자 초대 왕으로, 현재 하와이 섬 대부분을 정복, 통합하고 왕위에 올랐다.


첫날인 오늘은 간단하게 호놀룰루 시내 관광이 예정되어 있다.

어차피 숙소에 바로 들어가도 체크인이 되지 않는 시각이니 도심 속 주요 명소를 차창으로, 또는 잠시 내려서 둘러보는 일정이다.

하와이의 역사 이야기를 들으며 호놀룰루 주 정부청사, 카메하메하 동상, 이올라니 궁전을 보니 확실히 미국 본토와는 다른 정취가 느껴진다.



반을 졸고, 반은 차창으로 풍경을 훑던 관광객들이 갑자기 입을 모아 '우와~!'하고 감탄사를 터뜨리는 순간이 있었다.
상상 속 하와이와 비슷한 풍경을 만났을 때, 아마도 그랬던 것 같다. 처음 본 에메랄드 빛 하와이는 당장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들 만큼 아름다웠다.



▲ 카피올라니 공원(Queen Kapiolani Regional Park)

알고 보니 이곳은 '카피올라니 공원'. 하와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공원이자 하와이 출신인 오바마 대통령이 피크닉을 한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와이키키비치와 다이아몬드 헤드 산에 모두 접하고 있으면서도 넓은 잔디밭과 반얀트리가 우거져 있어 해변에서 놀기에도, 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기에도 그만이다. 숙소에서 가까워 나도 여행기간 동안 가끔 산책했는데, 해변 중심부의 번잡함과는 다른 여유와 평화가 느껴져 좋았다. 그 순간만큼은 하와이언이라도 된듯한 기분이었달까?


▲ '카피올라니 공원'의 대표 풍경. 자세히 보면 커다란 반얀트리 그늘에 사람들이 누워있다.



잠시 피크닉 타임이 주어졌다. 여행사에서 준비해 둔 가방을 열어보니 1인용 돗자리와 하와이산 과자, 그리고 물이 깨알같이 들어 있었다. 거기에 시원한 아이스 커피까지 한잔~! 커피 알갱이가 그대로 씹히는 아일랜드 빈티지의 코나 커피는 딱 내 취향이었다. 빈 그늘을 찾아 돗자리를 깔고 누워 책을 펼쳐 드니 살랑 바람 한점이 지나간다. 딱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로망의 근거지, 와이키키 비치로



오후 3시쯤 됐을까? 공식 일정은 카피올라니 공원에서 끝났다.

밤샘 비행에 시내투어까지 강행한 사람들은 서둘러 호텔로 돌아가 잠을 청하기에 바빴다. 나도 따라 호텔에 들어섰다.

그런데 오전에 잠시 스쳐본 해변의 풍경이 도저히 잊히지 않았다. 결국, 가방만 던져놓고 뭔가에 홀린듯 홀로 와이키키 비치로 향했다.

다행히 비치까지는 호텔에서 걸어서 5분 거리였다.


▲ 하와이를 대표하는 와이키키 비치(Wikiki Beach), 수심이 얕아 아이들 놀기에도 좋다.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꿈꾸던 와이키키 비치라니, 믿기지 않았다.
바로 이걸 보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것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싱크로율 90%에 가까운 하와이의 이미지였다.

사진으로만 확인하던 풍경을 직접 마주했을 때의 놀라움이란...


탁 트인 하늘에 낮게 깔린 구름, 산과 바다, 호텔과 상점가, 젊은이와 노인, 와이키키 비치는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곳이었다.

일 년 내내 인파로 붐비는 곳 치고는 정말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시 샌들을 벗고 맨발로 부드러운 모래의 감촉을 느끼며 현실임을 확인해 본다.



▲ 서서 타는 패들 보트, 서프보드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비교적 타기 쉽다고 한다.


와이키키 비치가 인기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서핑을 처음 시작하기 좋은 곳이라는 점이다.

사철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초보들이 타기 좋은 낮고 부드러운 파도를 만들어 준다.



해변에서는 보드를 늘어놓고 강습을 하거나 왁스 칠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서핑을 못해도, 서프 보드가 없어도, 래시가드가 없어도, 인당 40불 정도면 1시간 정도 강습을 받으며 바다로 나갈 수 있다. 서핑을 배울 여력이 없다면 부기 보드만 빌려 온 몸으로 파도를 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잠시 고민하다가 일단 오늘은 주변 탐색을 해보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좀 아쉽긴 하지만.


▲ 와이키키 비치를 상징하는 튜크 카히나모쿠 동상


서핑의 대중화에 큰 공을 세운 '튜크 카히나모쿠'의 동상은 와이키키 비치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와이키키 비치로드를 걷다 보면 반드시 발견할 수 밖에 없는 동상으로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밤이 되면 거리 곳곳에 가로등 대신 횃불을 피우는데, 야성미 넘치는 와이키키 비치의 풍경과 동상, 횃불의 조화가 아주 그럴듯하다.



하와이 최고의 번화가, 칼라카우아 거리

▲ 와이키키 비치의 주요 교통수단, 트램

산책로를 벗어나 다시 거리로 나오니 해변을 따라 늘어선 현대식 상점과 화려한 레스토랑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앙증맞은 트램을 타볼까 하다가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거리를 걸어보기로 했다.



칼라카우아 거리 곳곳에는 자유여행으로 하와이에 간다면 꽤 유용할 것 같은 쿠폰북들이 비치되어 있다. 한 가지 팁이라면 영어보다 일본어로 된 안내서에 알짜 쿠폰이 많다는 점. 그만큼 일본인 관광객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점 이름은 어차피 영문 표기이니 구분하기 어렵지 않다고.


▲ 기념품을 파는 인터네셔널 마켓 플레이스 (International Market Place)


이름은 인터네셔널 마켓 플레이스이지만 실제로는 하와이 기념품을 주로 파는 관광객 대상의 쇼핑몰도 있다. 이 안에는 120여 개의 상점과 푸드코트가 있다. 가격도 저렴해 많은 여행객이 귀국 전 코스로 들르는 곳이다.




해변이다 보니 비치웨어를 파는 가게도 많다. 하와이풍의 래시가드나 수영복을 하나 사서 여행 내내 입고, 기념으로 가져가는 것도 좋겠다.



전통악기인 우쿠렐레 판매점과 하와이를 모티브로 한 예술품을 파는 곳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관광지 물가라 비싸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갑단속을 하기란 참 쉽지 않다.



거리에서 오늘 저녁 메뉴를 고민해보기도 했다. 푸드코트 메뉴는 10불 내외, 제대로 뭔가를 먹어보려면 음료에 팁까지 30불 정도는 예상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정처 없이 걷던 나는 급기야 버스를 탔고, 중심가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 아웃도어 쇼핑센터인 알라모아나 쇼핑센터까지 갔다.



결국 밤 11시가 되어 상점이 문을 닫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가까스로 걸음을 돌릴 수 있었다.

여느 관광객처럼 양손 가득 주렁주렁 쇼핑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숙소에 들어오니 문득 허기가 느껴진다. 생각해보니 저녁도 먹지 않고 돌아다녔다.
자정 무렵, 호텔 테라스에 앉아 포장해온 버거를 한입 먹으며 읊조렸다.

"아무래도 난, 하와이에 단단히 홀린 것 같아…"


하와이에서의 첫 아침이 밝았다.

아니, 아직 밝지 않았다. 혹시나 늦을까 맞춰놓은 알람시계 두 개가 번갈아가며 울리고 있었지만, 하와이의 새벽은 아직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5시 20분에 픽업 차량이 오기로 되어 있다. 서둘러 채비를 하고 나선다.



일정 이틀째인 오늘부터는 하루에 하나씩, 하와이의 이웃 섬을 돌아보는 '하와이 이웃섬 투어'가 예정되어 있다.


Day 2. 하와이에서 가장 큰 섬이며 활화산이 있는 '빅아일랜드'(Big Island),

Day 3. 가장 오래된 섬으로 드라마틱한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카우아이'(Kaua'i),

Day 4. 하와이의 옛 수도가 있던 곳으로 해변의 아름다움과 세계 최대의 휴화산의 장관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마우이'(Maui),

Day 5. 그리고 하와이의 인구 대부분이 살고 있으며 와이키키 비치가 있는 최고의 관광지, '오아후'(O'ahu)까지

숙소가 있는 오아후 섬을 제외하고는 앞으로 사흘간 매일 하와이 주내선을 타고 섬을 오갈 예정이다.


첫 여행지는 빅아일랜드, 그중에서도 우주적인 화산의 매력을 볼 수 있는 '힐로'로 출발~!


▲ 하와이언에어 하와이 주내선에서 제공되는 목적지 지도. 섬 여행을 시작할 때마다 받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지도를 보다 보니 빅아일랜드가 섬의 정식 명칭이 아니라 하와이 섬의 애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와이 내에 하와이 섬이라니?!)
빅아일랜드는 '살아있는 화산, 아름다운 해안선, 역사적인 올드타운, 리조트와 골프, 트로피컬 어드벤쳐' 정도로 요약되는 듯.


"Aloha, e komo mai ... (안녕하세요. 환영합니다.)"

'알로하(Aloha, 안녕하세요.)'와 '마할로(Mahalo, 고맙습니다.)'외에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별로 없지만, 하와이어로 시작하는 기내방송을 귀 기울여 듣는다. 머리에 플루메리아 꽃을 단 승무원이 서빙하는 트로피칼 음료를 받아 드니 하와이임이 실감 난다. 여행의 시작에서부터 하와이를 느끼게 하는 서비스... 정말 느낌 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빅아일랜드 전경. 빅아일랜드는 크게 화산 국립공원이 있는 동쪽의 '힐로'와 커피로 유명한 서쪽의 '코나', 대규모 리조트 단지가 있는 코할라 코스트 지역으로 나뉜다. 섬이 워낙 커서 하루에 돌아보는 것은 어려우며, 관광객들은 보통 데이투어를 이용해 힐로와 코나를 하루씩 둘러보거나 볼거리 많은 힐로만 여행한다.




30분쯤 지났을까? 목적지가 가까워 올수록 용암이 흘러내려 굴곡진 거대한 산등성이와 듬성듬성 분화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 일정은 반얀 드라이브를 시작으로 화산 국립공원까지 빅아일랜드 힐로의 주요 명소를 모두 돌아보는 핵심 관광코스.

이동거리가 꽤 길고, 화산 국립공원만 보는 데도 몇 시간이 소요되므로 데이투어시에는 새벽에 출발해 9시간 정도 관광 후 저녁 8~9시 즈음 비행기로 도착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이색 가로수길, 반얀드라이브


▲ 반얀 드라이브에 있는 거대하고 신비로운 반얀트리. 자세히 보면 줄기가 늘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줄기가 자라 땅에 닿으면 그대로 뿌리가 되어 번식하는 반얀트리는 특성상 이렇게 가끔 줄기를 자르며 관리를 해줘야 한다. 그대로 두면 도로를 점령하는 것은 시간문제.


'빅(Big)' 아일랜드라더니. 생각해보니 정말 투어의 출발점인 '반얀 드라이브(Banyan Drive)' 부터가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함이었다. 반얀 드라이브는 우리가 흔히 보리수나무라고 알고 있는 반얀 트리 가로숫길이다. 나무는 모두 미국 본토에서 방문한 정부 고관이나 명사들이 1930년대부터 기념 식수한 것으로 역대 대통령인 닉슨, 루즈벨트와 야구선수인 베이브 루스가 기증한 것도 있다. 길 좌우로 빼곡히 늘어서 있는 반얀트리 사이를 달리는 길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인 듯 환상적이다.


반얀 드라이브를 벗어나면 갑자기 탁 트인 바닷가가 나타나며 해안 드라이브 코스가 시작된다.




일본식 정원, 릴리우오 칼라니 가든


▲ 일본식 정원, 릴리우오 칼라니 가든

해안도로를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힐로 남동쪽에 있는 '릴리우오 칼라니 가든(Queen Liliuokalani Gardens)'에 닿을 수 있다. '릴리우오 칼라니'는 하와이 마지막 여왕의 이름으로 이곳은 현지인들에게 피크닉 장소 겸 낚시 포인트로 애용되는 곳이다.



이곳은 빅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인구 중 80%나 되는 아시아인, 그중에서도 반수를 차지한다는 일본인의 힘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인근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던 일본계 이민자들이 만든 공원이라 정원의 석등과 정자 등에서 짙은 일본색을 느낄 수 있다. 우리에게는 왕년의 하이틴 스타인 '최수종, 하희라'의 결혼식 장소로도 알려졌다. 빅아일랜드에 며칠 머물 수 있다면 가까운 파머스 마켓에서 음식을 사와 도시락 피크닉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리얼 하와이언, 힐로 파머스 마켓


▲ 힐로 파머스 마켓

진짜 하와이언들은 어떻게 살까?

힐로 다운타운에 있는 '힐로 파머스 마켓(Hilo Farmers Market)'에서는 하와이산 채소와 과일, 집에서 만든 잼과 소스 등 하와이언의 삶을 만날 수 있다. 매일 만날 수 있는 상설 장이지만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큰 장이 서는, 우리네 오일장과 비슷한 재래시장이다.



재래시장인 만큼 신선한 제철 채소와 과일이 넘쳐난다. 우리에게 익숙한 토마토나 옥수수, 열대 과일인 코코넛과 용과, 파파야 등이 수북수북 쌓여있다. 여행자 신분이지만 장바구니 든 현지인들 틈에서 기웃거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숙소로 가져갈 수만 있다면 달고 맛있는 하와이산 파파야와 파인애플을 잔뜩 샀을 텐데, 다시 비행기를 타려면 절차가 번거로워지니 눈으로만 즐길 수 밖에 없었다.


▲ 왼쪽부터 스팸 무수비, 쿠로로와 포이, 홈메이드 핫소스, 열대과일 주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힐로 파머스마켓에서는 바로 먹을 수 있는 홈메이드 푸드를 만날 수 있으니까. 이것이야말로 '리얼 하와이안'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진짜 하와이 음식들이 많다. 하와이를 대표하는 스팸 무수비(스팸 초밥), 전통음식인 포이(하와이산 토란, 1~2일 숙성시켜 신 맛이 나는 것을 최고로 친다.), 쿠로로(포이와 코코넛 밀크를 넣은 양갱), 향이 좋은 패션 프룻이나 달콤한 코코넛도 주스도 맛볼 수 있다.



숨 쉬는 지구를 느끼다, 아카카 폭포 주립공원


▲ 아카카 폭포 주립공원

이제부터는 빅아일랜드의 대자연을 탐험할 시간. 아카카 폭포 주립공원(Akaka Falls State Parks)으로 향한다. 그런데 파머스 마켓에 있을 때부터 내리던 비가 그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행히 맞을만한 정도였고, 오랜만의 빗길 산책도 나름 운치있을 것 같아 대충 모자만 눌러쓰고 차에서 내렸다.


▲ 아카카 폭포

이슬비를 맞으며 숲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135m의 아카카 폭포가 눈앞에 나타났다.

빗속이었지만 이끼처럼 우거진 나무 사이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상쾌했다.



폭포도 멋지지만 사실 아카카 주립공원의 진면목은 폭포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다. 거대한 대나무숲 사이로 우거진 다양한 야생 난과 관엽식물, 열대식물 등을 구경하며 걷는 길은 마치 야생 식물원에 들어온 듯했다. 점점 비가 쏟아져 내려 사진은 많이 못 찍었지만, 빗속의 정글 산책이라 더욱 운치 있게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힐로 올드타운



축축한 모자와 겉옷을 대시보드 위에 널고, 다시 달리는 길. 시내를 지나는 길에는 차창 밖으로 힐로 올드타운을 구경할 수 있었다. 오래된 건물에는 저마다 설립 연도가 적혀있는데 빈티지한 멋이 흐르는 색감과 건물 형태가 멋스러웠다.



태고의 신비, 화산 국립공원




이제, 오늘의 마지막 코스이자 하일라이트인 '화산 국립공원(Hawaii Volcanoes National Park)'으로 향한다. 빅아일랜드, 특히 힐로를 찾는 여행자들은 모두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인 화산국립공원을 보기 위해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산국립공원은 '킬라우에아 산', 그리고 '마우나키아 산' 두 개의 활화산 위에 존재하는데, 우리가 가는 곳은 세계에서 활동이 가장 활발한 활화산인 '킬라우에아 산(Kīlauea, 해발 1,222m)'이다. 지난 200여 년간 꾸준히 활동해온 이 화산은 불과 30년 전인, 1983년에도 크게 폭발했고, 이후로도 용암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종종 관찰됐다. 최근에는 바로 지난 주인 11월 19일에 킬라우에아 칼데라에 있는 할레 마우마우(아래 사진) 분화구에서 용암이 흘렀다고 보고되었다. 현재는 가스만을 내뿜고 있지만 그 밑에서는 요즘도 용암의 수위가 오르내리며 언제 흘러 넘칠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상태라고 한다.

▶ 요즘 화산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싶다면 화산 국립공원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자. http://www.nps.gov/havo/planyourvisit/lava2.htm


화산 국립공원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할레마우마우 분화구, 위 사진과 비교해 보자.

킬라우에아 산에는 여러개의 분화구가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산 정상에 있는 '할레마우마우 분화구(Halemaumau Crater)'와 '이키 분화구(Kilauea Iki Crater)'다. 그중 할레마우마우 분화구는 지름 1Km, 높이 85m나 되는 큰 분화구. 직접 보면 화산재로 뒤덮인 황량한 벌판 한가운데에 커다란 구덩이가 있고, 그 속에서는 누가 불을 피워 놓은 듯 쉴 새 없이 연기와 유황냄새가 피어오른다. 활화산이라고 해서 부글부글 끓는 용암을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내심 기대했지만, 볼 수 없었다. 분화구 속 붉은 용암호를 보려면 불빛 없는 밤에 가야 한다고.

하와이 원주민들은 이곳, 할레마우마우에 불의 여신 '펠레'가 살고 있다고 여긴다. 화산석을 가져가면 펠레를 화나게 할 수 있으며, 그녀의 검은 머리(용암을 상징)가 붉게 변하면 화산이 더 크게 폭발할 수 있다며 자연을 신성하게 여길 것을 요구한다. 어찌 보면 빅아일랜드 자체가 펠레에 의해 창조된 섬이 아니던가.


할레마우마우 분화구 전망대. 날이 흐릴 때는 가까이에서 분화구를 볼 수 없다. 유독가스가 많이 나오는 날은 입구가 폐쇄되기도 한다.


(왼쪽) 굳은 용암 사이를 뚫어 길을 낸 도로, (오른쪽) 용암이 덮쳐 도로가 끊긴 흔적


빅아일랜드는 하와이의 섬 중 가장 큰 섬이지만, 가장 젊은 섬이기도 하다. 화산 폭발로 흘러내린 용암이 굳어 새로운 해안선이 생기고, 섬의 면적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도로였던 곳을 용암이 덮친 흔적이며, 흘러내린 용암 사이를 뚫어 다시 길을 낸 곳 등 그 흔적은 가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끊어진 도로에 놀라고, 용암 사이를 지나 다다른 검은 황무지. 끓어 오르고 녹아 흐른 흔적만이 남은 검은 땅에 서니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빅아일랜드의 화산국립공원에 들어와 이제껏 화산 섬의 생성과정을 하나하나 목격해 왔지만, 그렇게 생성된 땅이 이렇게 우주적인 풍경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진정한 '태고의 신비'란 녹음이 우거진 숲이 아니라, 바로 이런 모습이라는 것도!



땅이 굳은 모양을 보면 용암이 어떻게 이곳을 흘러갔는지 알 수 있다. HR기거가 에일리언을 디자인하기 전, 혹시 용암지대를 다녀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괴한 형태도 볼 수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척박한 환경에서도 식물이 자라고 있다는 것. 화산석에는 미네랄이 풍부해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비옥한 토지가 된다. 용암지대를 다닐 때 풀 한포기 없는 검은 땅이면 최근 화산작용으로 생겨난 곳이고, 풀이 덮는 면적이 넓으면 넓을수록 생성된지 오래된 땅이라고 보면 된다.



굳은지 얼마 되지 않은 용암을 밟고 선다는 것 자체가 흥분되는 일이다. 하지만 용암지대를 다닐때는 주의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1. 온종일 태양볕에 그을린 용암 벌판은 뜨겁고 그늘이 없다. 모자와 선크림, 특히 선글라스는 필수!

2. 용암 두께가 생각만큼 두껍지 않을 수 있다. 드러난 얇은 용암 표면은 불안정하니 밟지 않는 것이 좋다.
3. 용암이 자갈처럼 부서진 곳도 밟으면 안 된다. 미끄러져 크게 다칠 수 있다. (실제 나도 무심코 발을 디뎠다가 수차례 미끄러졌다.)

4. 사방이 화산석이라고 '기념으로 하나쯤?' 생각도 하지 말자. 불의 여신 펠레가 지켜보고 있다.



인솔자가 지시하는 대로만 행동하면 가장 신비로운 곳을 가장 안전하게 돌아보며 용암 하이킹 체험을 할 수 있다.

화산 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멋진 해식 절벽(volcanic sea cliff)에서 이렇게 점프 샷도 찍으면서 말이다. ^^


무지개의 섬, 빅아일랜드 힐로



오늘 데이투어는 빅아일랜드 거주 3년차 주민인 '데니얼'님이 맡아주셨다. 나는 솔로 여행객인 특권으로 운전석 옆자리에 앉을 수 있었는데, 덕분에 넓은 차창으로 손에 잡힐 듯 다가오는 다양한 빅아일랜드를 경험할 수 있었다. 옆자리에서 계속 사진을 찍으며 질문을 던지는 내게 '이런 손님, 정말 싫다' 타박하면서도 세심하게 주요 포인트를 일러주고 사진과 글로 담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데니얼님께 감사드린다.


오늘 본 빅아일랜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무지개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초록의 원시림과 검은 용암지대, 살아있는 폭포와 화산, 바다 등 다양한 모습이 공존하며 실제로도 연 강수량이 높아 비가 많이 내려 수시로 무지개를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루 만에 돌아본 빅아일랜드가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몇 년 후의 빅 아일랜드는 앞으로 일어날 화산작용으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볼 수록 더욱 궁금해지는 곳이고 다시 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하와이 속의 진정한 하와이를 경험하며 화산의 매력에 흠뻑 빠졌던 하루.

돌아오는 길에는 내 생에 가장 크고 선명한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카우아이(Kauai),


온통 원시 밀림으로 뒤덮여 있어 '정원의 섬'이라 불리는 곳.

하와이를 이루는 섬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곳으로 무려 500만 년 전부터 화산폭발로 흐른 용암이 굳은 땅.
하와이언이 추천하는 카우아이의 주요 볼거리는 '와이메아 캐니언(Waimea Canyon)'과 '나팔리 코스트(Na Pali Coast)'.



하와이 이웃섬 여행은 주내선 기내에서 제공되는 지도를 훑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박력 넘치는 빅아일랜드의 지형에 비해 동글납작해 보이는 카우아이.

똑같이 화산 폭발로 이루어진 검은 섬이지만 무기질이 풍부한 오래된 화산석은 초록의 열대우림을 피워냈다.

제주도의 80% 크기이지만 인구는 1/10만이 사는 하와이에서 4번째로 큰 섬,
족하고 가파른 산악지대가 많아 차로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 적인 곳.

주름진 산맥과 원시 밀림, 아름다운 해안의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더욱 매력적인,

오늘은 카우아이 섬으로 떠나볼까? .




은밀하고 순수한 원시자연 속으로~! 오늘의 일정 @카우아이






장엄하다기보다는 포근한, 와일루아 폭포


와일루아 폭포 주립공원

카우아이 섬에서 처음 만난 절경은 주립공원인 와일루아 폭포(Wailua Falls). 와일루아 강의 남쪽 끝에 있는 높이 24m의 쌍둥이 폭포다.

산속으로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여느 폭포와는 달리 길가에 차를 세우고 볼 수 있을 만큼 접근성이 좋아 함께 데이투어를 했던 어르신들이 좋아하셨다. 주변에 무성하게 우거진 열대 식물과 꽃이 어우러져 장엄하다기보다는 포근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100여 년 된 유칼립투스 나무길, 트리 터널

500여 그루의 유칼립투스 나무가 우거진 '트리 터널'을 지나 스파우팅 혼으로~

그런데, 코알라가 잎을 먹고 산다는 그 나무가 바로 이것? 주변에 코알라는 보이지 않았지만, 잎에 알코올 성분이 있어 코알라를 잠에 빠지게 한다는 유칼립투스 나무가 이 길에 빼곡히 심겨있다. 원래는 우거진 나뭇잎이 하늘을 둥글게 가려 트리터널이라는 별명이 붙었다는데, 허리케인으로 인해 손실된 부분이 있어 계속 복구작업 중이라고 했다.



파도가 만든 분수, 스파우팅 혼




검은 용암이 흘러 바다 떨어진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조용하고 한적한 해변. 겉보기에는 여느 화산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다 풍경이다. 그런데 가만 보니 사람들이 모두 한 곳을 보고 있다. 20~30초에 한 번씩 휘파람을 부는 듯한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 스파우팅 혼, 분수처럼 솟구쳐오르는 파도

그들 틈에 자리를 잡고 나도 같은 곳을 바라보다가 깜짝! 해변으로 밀려든 파도가 갑자기 분수처럼 솟구쳐 오른다.

이곳은 스파우팅 혼(Spouting Horn)이라 불리는 곳으로 용암 구멍에 고인 물이 파도의 압력에 의해 분출되는 블로우 홀이다. 파도가 크면 클 수록 분수는 더 높이 솟구쳐 오른다. 파도가 용암 터널을 통과할 때마다 만들어내는 휘파람 소리가 때로는 굉음처럼 크게 들려 현장감을 더한다.



바다표범과 함께 수영을, 포이푸 비치



스파우팅 혼에서 차로 10분 남짓 떨어진 곳에는 카우아이를 대표 포이푸 비치(Poipu Beach Park)가 있다.



폭신폭신 밟히는 고운 모래가 있는 백사장, 수심이 얕은 해변, 에메랄드빛 바다는 아름답고 평온하다.

특히 이곳에서 나는 직접 바다에 들어가 스노클링을 할 수 있었는데,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색색의 작은 열대어들을 만날 수 있었다.

패키지 투어의 장점은 모든 장비를 여행사 측에서 대여해 준다는 점. 스노클링 장비는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잠깐 Tip]

* 포이푸 비치에서 스노클링을 계획한다면 선글라스, 수영복, 수건을 꼭 준비하자.

* 선크림도 필수이나 100mL 이상의 액체류는 비행기에 가지고 탈 수 없으므로 작은 용기에 덜어 준비하면 좋다.

* 푸이푸 비치에는 한 칸짜리 탈의실이 있다. 수영복을 미리 옷 속에 입고 가도 좋겠다.

* 야외 샤워시설도 있지만, 간단한 샤워를 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하와이 해수는 바닷물 특유의 비릿하고 끈적이는 느낌이 없어 간단한 샤워만으로도 다닐만하다.




운이 좋다면 해변으로 쉬러 나온 바다표범을 만날 수 있다.

이날 나는 천운이 따랐는지 평소에는 한 마리도 보기 어렵다는 바다표범을 두 마리나 봤다.

그것도 눈을 껌뻑이고 몸을 이리저리 뒤집는 깨어있는 모습으로.


비록 휴식을 취하는 바다표범을 방해하지 말라며 주변에는 안전 선이 쳐져 있었지만,

동물원에서만 보던 매끈한 그녀와 함께 누워 해변에서 뒹굴게 될 줄이야~!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포이푸베이 골프클럽



실컷 바다에서 놀았는데, 골프장엔 무슨 일로?


▲ 하와이 음식, 로코모코

오늘 점심은 골프클럽에서 먹는단다. 하와이식으로~. 평소 궁금하던 '로코모코'라는 하와이 음식을 주문해 봤다.

로코모코는 우리말로 하자면 햄버그 스테이크 덮밥이다. 밥 위에 햄버그 스테이크와 치즈를 올리고 그레이비 소스를 뿌린 후, 달걀 부침 두 개를 덮으면 완성. 집에서도 손쉽게 해먹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요리다. 햄버거와 일본식 덮밥을 섞어놓은 듯한 이런 하와이 음식은 대부분 오래된 이민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



시원한 하와이산 맥주 한잔, 빠질 수 없지~!



카우아이 커피농장


▲ 카우아이 커피 컴파니(Kauai Coffee Company)


든든하게 밥을 먹었으니, 이제 커피를 마시러 가볼까?

하와이 커피하면 빅아일랜드의 코나 커피가 가장 유명하지만, 사실 비옥한 땅에서 자라는 카우아이 커피를 더 알아준다고 한다. 여행자의 입장에서 보면, 빅아일랜드 데이투어는 코나가 아닌 힐로 지역을 여행하니, 실제 커피 농장에서 신선한 하와이산 커피를 사고 싶다면 카우아이 섬 투어를 하는 것도 좋겠다.



내가 들른 카우아이 커피 컴파니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하와이 커피를 직접 맛볼 수 있었다.
헤이즐 넛 향을 가미하듯 마카다미아 넛을 믹스한 커피가 인상적이었다.



커피나무에서 직접 빨갛게 익은 커피 열매를 따볼 수도 있다.
빨간 과육은 맛보니 살짝 달큰한 맛이 난다. 실제
커피콩은 씨 부분이다.



남태평양의 그랜드 캐니언?! 와이메아 캐니언



이제부터는 조금 높은 곳에 올라 카우아이의 자랑인 와이메아 캐니언과 나팔리 코스트를 보러 간다.

와이메아 캐니언(Waimea Canyon)은 남태평양의 그랜드 캐니언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리조나에 있는 진짜 캐니언만큼 크지는 않지만, 색색으로 퇴적된 협곡의 파노라마를 볼 수 있다.

붉은 바위 위에 옹기종기 올라앉은 나무들과 산의 굴곡이 그랜드캐니언과는 다른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있다.



와이메아 전망대에서는 길이 22km, 폭 1.6km, 깊이 1,097m인 와이메아 캐니언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영화 '아바타' 촬영지, 칼랄라우 전망대 (나팔리 코스트)



와이메아 전망대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나팔리 코스트(Na Pali Coast)'를 볼 수 있는 '칼랄라우 전망대(Kalalau Lookout)'가 나온다.


▲ 칼랄라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나팔리 코스트


이게 과연 현실에 존재하는 풍경일까?

전망대에 서면 그야말로 탄성밖에 내지를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마치 손으로 눌러 집어 놓은 것 같은 주름진 산새와 산을 이끼처럼 뒤덮고 있는 나무가 너무나 아름답다.
나지막하게 자라난 풀과 꽃은 마치 누가 심어놓은 것처럼 잘 정돈되어 있다.
하늘과 맞닿은 바다는 어느 것이 하늘이고, 어느 것이 바다인지 구분되지 않을 만큼 푸르다.


카우아이를 왜 '신의 정원'이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

구름이 살짝 내려앉았다가 천천히 걷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러고 보니 이 풍경,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다. 알고 보니 영화 '아바타'의 촬영지로 쓰였던 곳이란다.

아바타의 나비 족이 공룡을 타고 날던 곳이 바로 여기!


영화를 보면서는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이미지인 줄만 알았는데, 실제로 이런 곳이 존재할 줄이야~!

아무리 카메라 렌즈를 광각으로 바꾸고, 열심히 사진을 찍어봐도 감동적인 이 모습은 잘 담기지 않았다.
두 눈으로 담아둘 수 밖에 없는 나팔리 코스트의 풍경이 아쉽기만 했다.



카우아이 섬에 가야 하는 이유는 나팔리 코스트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칼랄라우 전망대를 제외하고는 육로로 가는 길이 막혀 있어서 바다에서 올려보거나, 헬기투어로 하늘에서 보는 것만 가능하다. 나팔리 코스트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시간을 내 한 번쯤 헬기 투어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정글에서 해변, 산까지 다양한 매력이 있는 카우아이 섬.

실제로 내가 투어에서 만난 많은 이들이 관광과 해양스포츠(스노클링)을 겸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카우아이 섬을 택했다고 했다.


다른 이웃섬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그래서 더욱 잘 보존된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곳.

다른 섬에 비해 차로 이동하는 거리가 짧아 여행 피로도가 덜했던 것도 좋았다.

순수하고 은밀한 원시 자연의 호흡을 느끼며 그야말로 '힐링'할 수 있었던 하루였다.


내일은 태양의 전설이 있는 마우이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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