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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키코모리 - 詩강정숙(낭송 임시연) 손톱에 생긴 반점이 어느 순간 상현으로 차올랐다 손톱을 물어뜯는 동안 겨울이 왔고 휘파람을 불던 그 애가 눈보라를 몰아쳐 온 날 이었다 상처 내지 말자며 서로 암묵적 약속을 하는 동안 그쳤던 눈송이가 목화송이로 변했고 나는 머리끝까지 솜이불을 끌어 덮었다 할머니는 나의 장래를 걱정하다 잠드셨다 문지방까지 쌓인 눈 때문에 콧등 위로 빛이 차올랐다 흰빛에 찔려 낮인지 밤인지 알지 못해도 손톱이 자랄 때까지 말을 잃고 살 것을 알게 됐다 골목에선 아이들이 밤새처럼 웃어대고 아직 초경도 끝나지 않았는데 가슴이 무너졌다 숨통만은 틔어놔야 한다 꿈속까지 찾아온 할머니는 내 옷자락을 풀어 제쳤다 나는 미친 듯이 눈사람을 낳았다 빨강 보라 연두 주황 색색의 핏방울을 흘려보냈다 그것들을 꼭꼭 숨겼다 할머니 가시고 눈더미가 무너지고 손톱은 덜 자랐고 하현이 떠올랐다 계절이 바뀌어도 녹지 않는 눈사람, 나를 꺼내주기 위해 아무도 오지 않았다. *히키코모리 * 은둔형 외톨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