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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처음 만나던 날 / 유리바다 이종인 (낭송 이혜선)
그대 처음 만나던 날
나는 한눈에 알아보았습니다
뼈마디를 파고드는 꽃샘 바람 속에서도
다정한 미소로 바라보며
내 마음 뿌리째 뒤흔들어 놓았던
바로 당신이었다는 것을
너무나 꿈만 같아
뜨겁게 바라볼 때마다 조심스레 피하며
먼 시선으로 갈매기 울음을 걷어내며
그대는
수만 리 바닷길을 참새처럼 종알거렸지만
나는 이미 그대 심장 속에서
집을 짓고 있었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그리움은 많았으나
남男과 여女로 만난다는 일이 때로 아득하여
불가능의 철학을 배워버린 그대 지식의 손에
말없이 詩를 얹어 놓고
와락 입맞춤하고 말았습니다
천길만길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그대 눈물 빛깔의 부끄럼을 따라 추락해가며
나는 파도처럼 후벼 파는 예감의 사랑을
내일 또 내일로 이어지는 만남의 바람 속에
끝없이 흔들리고만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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