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1.10.13 20:00

그녀들의 방 2008

댓글 0조회 수 1893추천 수 0
?

단축키

이전 문서

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이전 문서

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extra_vars3 1
extra_vars4 ko
extra_vars5
extra_vars6 location
GGGHaaa



영화정보 페이지 열어보기


언주는 고시원의 밤이 끔찍하다. 주말총무를 맡아 보며 공짜로 살고는 있지만, 볕도 안 드는 쪽방에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소음은 그녀의 웰빙 욕구를 끝없이 자극한다. 고향 친구 은성의 구애도 물정 모르는 소리일 뿐이다. 철들면서부터 모아온 적금을 털어 이제 겨우 제 방을 마련할 참이라, 학습지 교사로 일하는 평일에는 매일 수십 개의 초인종을 누르며 실적관리를 해야 할 형편인 것이다. 오늘도 큼직한 학습지 가방을 메고 문전박대만 당하던 그녀는, 어느 골목 끄트머리에서 대문 열린 빈 집을 발견한다. 석희는 오늘도 현관이며 대문까지 열어둔 채 출근한다. 언젠가 빈 집에 쓰러졌던 그녀를 구한 건 배가 고파 담을 넘은 부랑자였다. 오래 전 가족을 잃고 혼자된 그녀는, 그때부터 거르지 않고 음식을 준비해 그가 발길을 끊지 않도록 했다. 그녀는 이따금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재우의 손가락을 응시한다. 매일 아침 진통제에 의존해 퇴직을 준비하는 그녀에겐 너무 늦게 도착한 감정이 난처하다. 그녀에게 남겨진 일이란, 목전에 닥친 죽음에 대비해 스스로 장례를 준비하는 것뿐이다. 그러던 어느 겨울날, 귀가한 석희는 예전 딸아이 방에서 곤히 잠든 언주를 만난다. 연출의 변. 달성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우리는 끝없이 초조하다. 그러니 흰소리 몇 마디로 나를 가장하고 입에 발린 말들로 온갖 도리를 대신한다 해도, 그 웃는 낯 뒤로 거대한 무표정이 드리운다 해도 그저 수긍할 따름이다. 사소한 호의마저 경계되는 시절이니 헤아리고 돌아보는 미련한 짓은 할 여유도 없다. 허나 주저앉은 내게 악수를 청해오는 온기 어린 손길 하나가 사무치게 고픈 어느 날, 우리는 비로소 인정한다. 내 곁에 아무도 없노라고. 어쩌면 우리는, 간절하게 내밀어 볼 손을, 간신히 허공을 헤매는 창백한 손을 잡아줄 다른 한 손을, 어디선가 흘렸는지도 모른다. 위로하고 위로 받는 법을 자꾸만 잊어 가는지도 모른다. 이것은 포옹하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들이 팔짱을 풀고 서로 등 두드리는 그 찰나의 풍경이다. 위로가 덤인지 아니면 밥과 같은 것인지, 얼마나 힘이 센지 나는 알지 못한다. 허나 꽃보다 아름답지 않은 우리들이 그 이상 대체 무얼 할 수 있겠는가, 라고 생각한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78 크로우즈 제로 2007   JmYang 2011.10.14 4241
1377 하나오니 1: 운명의 장난 2009   JmYang 2011.10.14 5723
1376 하나오니 2: 사랑의 시작 2009   JmYang 2011.10.14 3790
1375 하나오니 3: 복수의 시간 2009   JmYang 2011.10.14 2893
1374 미드나잇 인 파리 2011   JmYang 2011.10.13 2177
» 그녀들의 방 2008 영화정보 페이지 열어보기 언주는 고시원의 밤이 끔찍하다. 주말총무를 맡아 보며 공짜로 살고는 있지만, 볕도 안 드는 쪽방에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소음은 ...  image JmYang 2011.10.13 1893
1372 연인들 2008   JmYang 2011.10.12 1790
1371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 2006   JmYang 2011.10.12 1826
1370 허니 2 2011   JmYang 2011.10.11 2543
1369 레전드 오브 조로 2005   JmYang 2011.10.11 1753
Board Pagination ‹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157 Next ›
/ 157
Designed by hikaru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스케치북5

SketchBook5,스케치북5

SketchBook5,스케치북5

SketchBook5,스케치북5


본커뮤니티는 재외한국인커뮤니티이며 게재된 게시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얻은 동영상 웹툰등 링크만을 제공하고만있슴 알립니다.
We are not responsible for any content linked to or referred to from this website or other linked sites
We do not store any music, video, webtoon,mutimedia files on this website. Also, we are not responsible for copyright,
legality, accuracy, compliance, or any other aspects of linked content from other web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