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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3 20:00
그녀들의 방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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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는 고시원의 밤이 끔찍하다. 주말총무를 맡아 보며 공짜로 살고는 있지만, 볕도 안 드는 쪽방에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소음은 그녀의 웰빙 욕구를 끝없이 자극한다. 고향 친구 은성의 구애도 물정 모르는 소리일 뿐이다. 철들면서부터 모아온 적금을 털어 이제 겨우 제 방을 마련할 참이라, 학습지 교사로 일하는 평일에는 매일 수십 개의 초인종을 누르며 실적관리를 해야 할 형편인 것이다. 오늘도 큼직한 학습지 가방을 메고 문전박대만 당하던 그녀는, 어느 골목 끄트머리에서 대문 열린 빈 집을 발견한다. 석희는 오늘도 현관이며 대문까지 열어둔 채 출근한다. 언젠가 빈 집에 쓰러졌던 그녀를 구한 건 배가 고파 담을 넘은 부랑자였다. 오래 전 가족을 잃고 혼자된 그녀는, 그때부터 거르지 않고 음식을 준비해 그가 발길을 끊지 않도록 했다. 그녀는 이따금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재우의 손가락을 응시한다. 매일 아침 진통제에 의존해 퇴직을 준비하는 그녀에겐 너무 늦게 도착한 감정이 난처하다. 그녀에게 남겨진 일이란, 목전에 닥친 죽음에 대비해 스스로 장례를 준비하는 것뿐이다. 그러던 어느 겨울날, 귀가한 석희는 예전 딸아이 방에서 곤히 잠든 언주를 만난다. 연출의 변. 달성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우리는 끝없이 초조하다. 그러니 흰소리 몇 마디로 나를 가장하고 입에 발린 말들로 온갖 도리를 대신한다 해도, 그 웃는 낯 뒤로 거대한 무표정이 드리운다 해도 그저 수긍할 따름이다. 사소한 호의마저 경계되는 시절이니 헤아리고 돌아보는 미련한 짓은 할 여유도 없다. 허나 주저앉은 내게 악수를 청해오는 온기 어린 손길 하나가 사무치게 고픈 어느 날, 우리는 비로소 인정한다. 내 곁에 아무도 없노라고. 어쩌면 우리는, 간절하게 내밀어 볼 손을, 간신히 허공을 헤매는 창백한 손을 잡아줄 다른 한 손을, 어디선가 흘렸는지도 모른다. 위로하고 위로 받는 법을 자꾸만 잊어 가는지도 모른다. 이것은 포옹하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들이 팔짱을 풀고 서로 등 두드리는 그 찰나의 풍경이다. 위로가 덤인지 아니면 밥과 같은 것인지, 얼마나 힘이 센지 나는 알지 못한다. 허나 꽃보다 아름답지 않은 우리들이 그 이상 대체 무얼 할 수 있겠는가, 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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