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예고' - '이별통보' - '이별후기'
뻔한 사랑 얘기를 일상적인 단어들 만으로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감성 음악Scene의 대표주자 더필름의 감각적인 EP! - '이별의 3단계'

감성적인 음악의 대표 주자 중 한명인 더필름이 3집 정규 발매를 위해 10Cm, 장기하, 불독맨션 등을 유통하는 인디-싱어송라이터 대표 집단 미러볼뮤직과 유통계약을 맺고 발표하게 되는 첫 EP이다.

뮤직필름(music film)을 표방하며, 노래 제목 뒤에 일일히 고유번호까지 붙여가며 시간 순으로 전개해 온 내러티브 형식의 정규 3집 출시 일시를 가을로 조정하며, 뜻하지 않은 여유(?)를 가진 더필름은 오랫동안 맘 속으로 해오고 싶었던 객원싱어와의 콜라보레이션 시리즈를 준비하게 된다.

자신의 음악을 대부분 자신의 목소리로만 불러왔기에, 이 기회에 다양한 스펙트럼의 경험을 쌓고
싶었던 것. 사실, 더필름은 토이(Toy)나 공일오비(O15B)같은 1인 프로듀서를 꿈꾸며 음악을 시작했던지라 자신이 직접 노래를 하게 될 지 몰랐다고. 처음 동아기획에서 음악을 시작했을 때도, 유재하 가요제에서 수상하고 당시 신해철, Next, 에메랄드 캐슬이 속해 있던 레볼루션 No.9과 계약을 했을 때에도 모두 작곡가나 음반 프로듀서로 계약을 한 이력을 보면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더필름이 자신 스스로는 낯설지 모르겠다. 김연우 같은 훌륭한 객원싱어를 만났다면 그는 뒤에서 음반을 진두 지휘하는 프로듀서가 되어있지 않았을까.

어쨌든 그렇게 프로듀서로 더필름이 처음 손을 내민 이는, 이미 한 번 같이 듀엣을 부른 경험이 있는 빼어난 천재 보컬리스트 '반광옥'. 700:1의 경쟁률을 뚫고 서울예대 보컬에 입학한 그의 동기는 바로 포맨의 신용재라는 사실에서 그의 성장 가능성이 엿 보인다. 슈스케 출연당시 양현석의 극찬을 받기도 했던 반광옥과 Duet을 녹음하며, 언젠가 꼭 한 번 독창을 맡겨 보고 싶은 욕심이 자리잡았다고 한다.
둘은 유재하 가요제 선 후배 출신인 인연으로 다시 한 번 의기투합, 평소 더필름 자신이 못해봤던 음역과 톤까지 그려 가며 '이별 통보'를 녹음하게 된다. 말하자면 반광옥은 더필름의 '페르소나'이다. 김연우가 유희열에게, 나얼이 윤건에게 그런 존재였던 것처럼.

이별 통보는 Urban Sound가 일품인 곡으로, 3옥타브를 넘나드는 드라마틱한 음역대와 매우 직설적인 가사가 인상적이다. 이 곡을 구상하며, 더필름은 아예 이별에 관한 심리를 3가지 단계로 나누어 몇 곡을 더 작곡 했는데, 그렇게 '이별의 3단계'는 이별예고 - 이별통보 - 이별후기로 이어지는 감각적인 EP로 완성 되었다. 타이틀곡 이외에도 2013년 7월을 이별의 날짜로 예상하고, 세상의 모든 이별 날짜가 예고 되길 바라는 내용이라던가 (이별예고), TV를 켜봐도 여기저기 온통 연예인들의 이별뉴스 뿐인 뻔한 이별 중 하나를 우리가 할 뿐이라는 내용은 (이별후기), 그리 특별할 거 없는 아주 일상적인 언어를 매우 잘 활용하는 더필름다운 감각이 잘 스며 들어있는 트랙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