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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지1000일, 여자친구를 바라보며 미안하면서 고마운 이유
추천감사합니다.
2011년 8월 7일, 그녀를 만난지 1000일 되는 날입니다.
2008년 10월 4일 대학로 호프집에서 6대 6의 말도 안되는 미팅에서 처음만난 그녀.
활발하고 다분히 개그맨스러운 나와는 반대로 구석에서 말없이
꿈뻑꿈뻑 눈만 감았다 뜨는 그녀를 알수없는 이유로 끌리게되었고,
친구가 아깝다며 연락처를 알려주지도 않은 주선자때문에;;;
한달동안 서로 연락조차 할수없었지만 기어코 만나 진지한 만남을 가지게된것을 보면
분명 보통 인연은 아닌가봅니다.
처음엔 묘한 그녀의 묘한 매력에, 잠깐은 그녀의 홍대 미대라는 학벌에;;;
사귀고 나서는 그녀의 4차원적 매력에 지금까지 헤어나오지 못하는것을 보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운명' 이란 단어말곤 다른 단어는 떠오르지 않네요.
헉... 저 여자다...
그런 여자친구와 1000일을 맞아 여행을 다녀오며
문득, 여자친구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생각이 들어 글을 남겨봅니다.
저녁에 펜션근처 횟집에 식사를 하러 들어갔는데 회한접시에 6만원인것을 보고 그냥 칼국수나 먹자는 여자친구를 보며 얼마나 미안하던지... 결국 여자친구를 설득해 해물탕을 주문했지만 그날만큼 소주가 씁쓸한적은 없었던것 같습니다.
연애에서 남녀 더치페이를 강력히 주장하는 저지만 고작 몇 만원 때문에 여자친구에게 먹고싶은것도 못사주는 못난 남자친구가 된것같아 여행 내내 미안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꼭 여행 뿐만이 아니라 1000일동안 이왕이면 좀더 좋은 음식, 공연, 선물을 줄수도 있었지만 가끔은 너무 아끼지는 않았었나 여자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대난지도 해수욕장에 도착해서 물품을 어디에 맡겨야할지, 물에 들어갈때 뭘 입고 들어갈지 미리 알아보고 준비했었어야 했는데, 별생각없이 도착한터라 넓은 바다를 앞에두고 발만 담구고 와야했을때 제가 얼마나 당황하고 난처했는지 여자친구는 몰랐을 겁니다.
당연히 물품 보관소나 간단한 의류정도는 판매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조금만더 알아봤었더라면 보다 즐거웠을수도 있는데... 작은 센스의 차이로 여자친구에게 보다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지못해 미안했습니다.
그동안 크고작은 다툼을 돌이켜보면 내가 조금만 신경썼었더라면 다투지 않았어도 될 일들이 많았습니다. 영화를 미리 예매를 하고, 식당의 위치를 미리 알아두고, 약속시간에 5분만 일찍 나갔더라면 아마 다툼이 반으로 줄지않았을까요?
1000일 여행이었지만 지금까지 갔었던 여행중 가장 미안한 여행이었습니다. 맛있는것도 못사주고, 재미있는 추억도 못만들어주고... 이래저래 못난 남자친구지만 여자친구는 지금까지의 여행중에서 가장 씩씩하고 밝은 모습으로 제 곁을 지켜준 여자친구에게 미안하고 또 고마웠습니다.
고맙습니다.
힘들었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곤히 잠든 여자친구의 얼굴을 바라보며 지난 1000일동안 저의 못난 행동들에 대해 반성해보았습니다. 소리지르지 말고 타이를걸, 한번더 참아볼걸, 해달라는거 해줄걸등 수많은 후회와 반성을 했습니다.
1000일 이라는 시간동안 못난 남자친구곁을 지켜준 여자친구에게 감사하며
많은 분들이 저희의 1000일을 축하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나 잘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