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DC)

 

뭐 슈퍼맨은 말이 필요하지 않죠. 코믹스 사상 최고의 '슈퍼 히어로'면서 슈퍼 히어로의 대명사이기도 한 캐릭터가 바로 슈퍼맨입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간단명료한 이름부터가 슈퍼 히어로에 걸맞잖아요? 1930년대에 등장했던 슈퍼맨은 명실공히 슈퍼 히어로의 전형으로 지금까지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슈퍼맨이 제 인생 최초의 슈퍼 히어로라서 애정이 남다릅니다. 착하고 성실하며 정의감으로 가득하다는 것에서 슈퍼 히어로의 답안을 만든 모델이기도 하고, '안티 히어로' 캐릭터 또한 슈퍼맨에게서 비롯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끊임없이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어서 그의 능력은 딱 잘라서 말하기도 힘들 지경입니다. 빛보다 빨리 비행하는 것이 가능해 시간을 되돌릴 수도 있고, 어마어마한 괴력에다가 미사일 따위로는 흠집도 낼 수 없는 신체, 투시도 가능하며 광선까지 발사하는 눈 등등, 능력치가 과해서 어지간한 악당은 슈퍼맨의 상대가 되질 않는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배트맨 (DC)

 

배트맨은 슈퍼맨과 더불어 코믹스의 히어로 역사를 개척한 캐릭터입니다. 그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슈퍼맨에게 리처드 도너가 있었다면 배트맨에게는 팀 버튼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팀 버튼의 존재감이 과거만큼 크지 않지만 당시에는 이런 영화도 만들 수 있다는 것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랬던 배트맨이 속편을 거듭하면서 무너졌으나 크리스토퍼 놀란이 더없이 훌륭하게 부활시키면서 배트맨의 위상을 다시 떨쳤습니다. 사실 슈퍼맨에 빗대면 배트맨의 능력은 참으로 보잘것없습니다. 국내의 한 만화가는 우스갯소리로 "이게 다 돈지X이다"라는 명대사(?)를 써서 아직까지 유행하는데, 그 말 그대로 배트맨은 브루스 웨인의 막대한 자본력으로 일군 캐릭터나 마찬가지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슈퍼 히어로'에서 '슈퍼'를 뺀 '히어로'에 가깝죠.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것을 현명하게 활용하여 배트맨의 인기를 더 높이는 구심점으로 삼았습니다.

 

 

 

 

헐크 (마블)

 

DC에 슈퍼맨이 있다면 마블에는 헐크가 있다! 가공할 파괴력을 앞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종종 두 캐릭터의 라이벌 구도가 이뤄지곤 합니다. 특히 방대한 코믹스가 아니라 주로 영화를 통해 캐릭터를 접하게 되는 우리나라에서는 이 둘의 비교가 제일 적절해 보이기도 하죠. 막말로 배트맨과 헐크를 맞붙이기에는 레벨이 다르잖아요? 실제로 DC와 마블의 크로스오버 이벤트에서도 헐크와 슈퍼맨이 싸우곤 했습니다. 누가 이겼냐고요? 저도 단언하기 어렵고,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 제발 언쟁은 하지 마세요. 어차피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능력치에 대한 설정이 수시로 바뀐 바람에 간단하게 비교할 수조차 없습니다. 브루스 배너 박사가 감마선에 쏘이면서 탄생한 헐크는 다 아시다시피 어떤 조건을 갖춰야만 나타납니다. 바로 분노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점점 브루스 배너는 이것을 자신의 뜻대로 조절할 수 있게 됐고, [어벤져스]에서는 다른 어떤 캐릭터보다 더 무시무시한 활약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마블)

 

역시 영화를 기준으로 능력만 본다면 배트맨과 비교할 수 있는 마블의 캐릭터는 캡틴 아메리카입니다. 이름부터 미국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해서 국내 개봉 시에는 아예 [퍼스트 어벤져]라는 제목으로 나왔죠. 가장 미국적인 캐릭터라서 큰 사랑을 얻은 것은 사실이지만, 알고 보면 슈퍼맨처럼 선하고 정의감이 투철한 캐릭터니 억울한 오해를 받는 측면도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선전용에 가까운 의도로 제작되기도 했으나 시간이 흘러 틀에 박힌 이미지를 벗고자 정부와 대립하기도 했습니다. 허약한 체질이었던 스티브 로저스가 슈퍼 솔져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거듭난 것이 캡틴 아메리카입니다. 설정을 보면 인간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라서 배트맨처럼 여타 슈퍼 히어로에 비하면 미미합니다. 대신에 특유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어서 [어벤져스]에서는 다른 캐릭터를 규합하고 전술과 전략을 펼치는 기지를 발휘했습니다. 배트맨이 만화 <저스티스 리그>에서 탐정 역할을 하면서 부족한 육체적 능력을 벌충한 것과 비슷한 셈이죠.

 

 

 

 

아이언맨 (마블)

 

예전부터 마블과 DC 캐릭터를 보면서 "XX랑 XX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에 못지않게 궁금했던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브루스 웨인과 토니 스타크 중에 누가 더 부자일까?"입니다. 그만큼 아이언맨인 토니 스타크와 배트맨인 브루스 웨인은 같은 '돈지X'의 대명사였죠. 저처럼 많은 분들이 궁금했는지 몇몇 매체에서 이걸 순위로 매긴 적이 있습니다. 심지어 저명한 경제지인 '포브스'에서도 이걸 나름 체계적으로 산정하여 발표했는데 결과가 조금 놀랍습니다. 여기에서는 토니 스타크가 브루스 웨인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긴 수트만 놓고 보면 배트맨보다 아이언맨의 것이 족히 몇 배는 더 비싸 보이긴 하네요. 더 나아가 [아이언맨 3]에선 10여 개의 수트가 폭발하는 걸 보면서도 미련 따위 없었으니 진정한 대인배입니다. 그러나 아이언맨을 정말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 토니 스타크의 호쾌하고 방탕한 성격입니다. [어벤져스]에 이어 '진지 열매'를 하나쯤은 삼켰던 [아이언맨 3]에서도 변함이 없어서 더 맘에 들었습니다.

 

 

 

 

스파이더맨 (마블)

 

배트맨과 아이언맨이 부자 놀음을 하고 있는 와중에 한쪽에서는 울고 있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그 이름하여 스파이더맨! 뭐 영화를 보셨다면 다들 공감하고도 남으시겠죠? 마크 웹이 연출하고 앤드류 가필드가 주연하여 리부트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는 꽤 달라졌지만, 샘 레이미와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 삼부작에서는 궁핍도 이런 궁핍이 없었습니다. '지지리 궁상'이란 표현을 이럴 때 쓴다는 걸 깨달았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고 할까요? 그만큼 스파이더맨은 도무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슈퍼 히어로라고는 상상할 수 없게끔 가난에 찌들었죠. 역으로 보면 이것이 서민친화형 캐릭터로 정착하여 스파이더맨의 인기에 보탬이 됐을 텐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이것이 탐탁지 않았는지 원작에 근접해 피터 파커의 환경을 개선시켰습니다. 부모님의 정체를 나타내진 않았으나 유력 인사인 것도 그렇고, 집과 의상 등의 환경을 봐도 앤드류 가필드의 피터 파커는 토비 맥과이어의 피터 파커와 달랐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쪽을 더 선호하시나요?

 

 

 

 

그린 랜턴 (DC)

 

그린 랜턴은 슈퍼맨과 배트맨에 대한 의존도가 지대했던 DC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었으나, 도리어 자신의 품에서 핵폭탄을 터뜨리고 마는 극악한 재앙을 안긴 비운의 캐릭터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저스티스 리그]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을 것입니다. 다른 슈퍼 히어로 캐릭터와는 달리 그린 랜턴은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아예 '군단'으로 불릴 만큼 많은 구성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구만 하더라도 대를 이어서 그린 랜턴의 임무를 수행하는 인간이 바뀌고 있죠. 우주를 지키라는 사명을 띄고 각 행성마다 그린 랜턴이 있다는 설정인데, 이를 악용하는 반대파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거의 패싸움 수준으로 번진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그린 랜턴은 반지를 낀 자의 의지와 능력에 따라서 다양한 힘을 지니고 있어 아주 매력적인 무기입니다. 이걸 마틴 캠벨은 [그린 랜턴: 반지의 선택]에서 무슨 애들 장난처럼 그리는 바람에 원작의 팬은 먼지가 되도록 그를 까고 있습니다.

 

 

 

 

닥터 맨해튼 (DC)

 

닥터 맨해튼은 [맨 오브 스틸]의 잭 스나이더가 연출했던 또 하나의 DC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 [왓치맨]에 등장했습니다. 평가는 조금 엇갈리고 있으나, 이토록 암울했던 코믹스 원작 영화가 없었다는 것에는 다들 동의할 것입니다. 오죽했으면 원체 여파가 커서 게임을 영화화한다고 하여 화제를 모았던 <바이오 쇼크>가 무산되는 데 일조했습니다. (고어 버번스키가 수위를 높여서 만들길 원했지만 [왓치맨]처럼 되게 할 수 없다고 하면서 현재는 영화화 계획을 전면 폐지한 상태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능력을 가진 캐릭터가 바로 닥터 맨해튼입니다. 어떻게 보면 슈퍼맨 이상으로 사기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신에 근접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상대할 수 있는 다른 캐릭터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오지맨디아스는 닥터 맨해튼을 없애려고 분해했지만 상큼하게 자신을 재조립하여서 돌아왔으니, 대체 그에게 약점이란 게 있긴 있을까요? 그와 대적하려 했던 오지맨디아스의 패기가 놀라울 지경입니다.

 

 

 

 

토르 (마블)

 

닥터 맨해튼이 '신에 근접한' 캐릭터라면 토르는 그냥 태생적으로 신입니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천둥의 신을 코믹스로 옮긴 [토르: 천둥의 신]에서 토르는 아버지이자 절대신인 오딘과 마찰을 빚는 말썽쟁이 아들이었습니다. 다혈질의 성격도 한몫을 해서 로키의 꼬드김에 넘어갔고, 그 바람에 큰 말썽을 일으켜서 인간세상으로 추락했습니다. 신이 한낱 인간과 어울리면서 각성을 한다는 재미있는 설정을 타고 토르는 비로소 자신의 신분에 걸맞은 이로 성장합니다. 그의 주무기인 묠니르는 헐크조차도 들지 못하는 신비한 물체인데, 과연 이것이 없는 토르의 힘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합니다. 영화에서는 어째 마법을 거의 쓰질 않았거든요. 그것도 그렇지만 [토르: 천둥의 신]이나 [어벤져스]를 봐도 신이라고 할 만한 위엄은 없었던 것 같지 않나요? 원작에선 힘으로 헐크와 동급인 데 반해 [어벤져스]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습니다. 급기야 형제인 로키는 헐크에게 떡이 되도록 얻어터지면서 "신이 약하네" 따위의 비아냥이나 들어야 했습니다.

 

 

 

 

울버린 (마블)

 

브라이언 싱어는 [엑스맨]으로 히어로 무비에서 공을 세웠던 감독 중 한 명입니다. 원작 팬으로부터는 이견이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다크 나이트]가 있기 이전에 과거의 영화보다 현실적이면서도 가볍지 않은 히어로 무비를 연출하는 데 성공했었죠. 그가 [수퍼맨 리턴즈]를 연출한다고 했을 때 기대가 하늘을 찔렀던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에서 주역이었던 캐릭터는 원작에서 급부상했던 울버린이었습니다. 이야기가 그를 중심으로 흘러갔었는데, 한 가지 불만은 허구한 날 얻어터지는 동네북이었다는 것입니다. 뭔가 좀 강력한 포스를 드러내는 것 같지만 실상은 여기저기서 당하고 있으니 불사의 몸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황천행이었을 겁니다. 울버린은 아다만티움과 함께 치유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쉽게 죽을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원작에서는 주로 '하이랜더'처럼 머리를 잘라야 죽일 수 있다고 하더군요. 치유능력이 강력해서 다른 엑스맨 멤버는 엄두도 내기 힘든 극강 캐릭터인 피닉스(진 그레이)와 대적할 수도 있습니다.

 

 

 

 

매그니토 (마블)

 

울버린이 나왔으니 매그니토를 목록에 올려야겠군요. 매그니토는 프로페서 X와 절친으로 시작했으나 인간과의 관계에 대처하는 방식을 두고서 의견이 갈려 대립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프로페서 X가 인간과의 융화나 공존을 모색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반면에, 매그니토는 기꺼이 살상도 불사하는 강경파여서 도저히 뜻을 함께할 수가 없었습니다. 여기에는 두 사람의 성장배경에 따른 인격의 형성에 큰 차이가 있었던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매그니토는 자기장을 맘대로 다룰 수 있어서 금속으로 된 물질은 무엇이든지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습니다. 덕분에 아다만티움으로 골격이 이뤄진 울버린은 매그니토 앞에서 무용지물입니다. 원작을 보면 그가 울버린의 몸에서 아다만티움을 뽑아버린 전적도 있습니다. 한 마디로 천적이죠. 금속물질만이 아니라 비슷한 게 있어도 위험합니다. [엑스맨 2 - 엑스투]를 보면 철분을 다량 섭취한 간수가 당하기도 하죠. 매그니토가 히어로 캐릭터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또 마냥 악당인 것만은 아니지 않나요?

 

 

 

 

프로페서 X (마블)

 

프로페서 X는 엑스맨을 불러모은 장본인입니다. 인간과 평범하게 어울릴 수 없는 특성을 감안하여 돌연변이끼리 자유롭게 활동하며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타인의 정신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매그니토는 그걸 막을 수 있는 헬멧을 쓰고 다닙니다. 하반신 불구가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는데, 매튜 본의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는 매그니토와의 실랑이 중에 날아든 총탄을 맞아서 그렇게 됐다고 묘사했습니다. 이전의 영화에서는 근엄하고 모범적인 인물이었지만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를 보니 은근히 바람둥이 기질이 있더군요. 또 영화와 다르게 코믹스에서는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악의적인 면도 보인다고 합니다. 진 그레이와 더불어 최고 레벨의 돌연변이지만 [엑스맨 - 최후의 전쟁]에서는 미처 감당하지 못하고 장렬하게 산화하면서 비극을 연출했습니다. 마지막에 그의 정신이 살아있다는 떡밥을 던지긴 했으나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속편은 아직입니다.

 

 

 

 

진 그레이 (마블)

 

마블 코믹스를 통틀어 역대급에 속하는 캐릭터 중 한명이 진 그레이입니다. 평상시에는 프로페서 X의 능력과 비슷한 텔레파시나 염력을 발휘하는 정도고, 영화에서 보여주는 건 대부분 이것이 주라서 과소평가하기 십상이지만 실체는 무시무시합니다. [엑스맨 - 최후의 전쟁]에서 프로페서 X와 사이클롭스를 죽이고 마지막에 섬을 초토화시켰던 것도 그저 힘의 일부를 사용한 것에 지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피닉스 포스'를 발휘하는 진 그레이가 충격과 공포의 대상입니다. 범우주적인 힘을 지닌 피닉스 포스는 여태까지 몇몇 숙주에게 스며들어 힘을 발휘했습니다. 진 그레이는 그 숙주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깨우쳤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엑스맨 - 최후의 전쟁]에서의 진 그레이는 '다크 피닉스'에 사로잡힌 상태였는데, 이것만으로도 행성 하나를 파괴하고도 남을 힘을 지니게 되니 한계를 짐작하는 것이 어려울 지경입니다. 설상가상 코믹스에서의 진 그레이는 숙주 중 유일하게 피닉스 포스의 최고 경지까지 다다랐던 캐릭터입니다.

 

 

 

 

슈퍼걸 (DC)

 

현재의 10~20대 관객이라면 존재조차 모를 확률이 다분한 캐릭터입니다. '슈퍼걸'이라는 이름이나 위 사진만 봐도 정체는 쉽게 알 수 있지 않나요? 말 그대로 여자 슈퍼맨입니다. 초기의 코믹스에서 슈퍼걸은 슈퍼맨의 사촌이라는 설정으로 '카라 조엘'이라는 본명을 갖고 있었습니다. 즉 칼엘과 함께 살아남은 크립톤 행성의 생존자죠. 연재를 거듭하면서 바뀌긴 했으나 역시 슈퍼맨의 사촌이자 크립톤 출신인 카라 조엘의 인기가 독보적입니다. 이 슈퍼걸을 1984년에 영화화했던 것이 [슈퍼걸]입니다. 보시다시피 주연배우인 헬렌 슬레이터의 미모가 상당해서 원더우먼 못지않은 인기를 '잠시' 누렸습니다. 배우는 그랬는데 정작 영화는 여러모로 망했거든요. 코믹스의 설정을 따르지도 않았고 이야기는 유치하기 짝이 없어서 도무지 호응을 얻어내지 못했습니다. 원더우먼처럼 단독으로 나서는 캐릭터이길 바란 것 같으나 [슈퍼걸] 이후로 영화는 단 한 편도 나오질 않고 있습니다. 참고로 헬렌 슬레이터는 미드 [스몰빌]에서 칼엘의 생모로 출연했습니다.

 

 

 

 

로빈 (DC)

 

DC는 마블에 비하면 영화화한 히어로 캐릭터가 많지 않으니 로빈을 포함해야겠습니다. 우리말로는 조수라고 하는 '사이드킥(Sidekick)'으로 활동하는 로빈은 배트맨의 파트너입니다. 코믹스에서는 서커스 단원 출신으로 부모가 살해된 후에 브루스 웨인에 의해 길러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복수를 하려는 로빈이 훈련을 받고 나중에는 둘이 함께 활동하게 됩니다. 서커스를 했던 캐릭터답게 곡예를 부리는 듯한 움직임에서 배트맨보다 앞선다는 설정도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배트맨 3 - 포에버], [배트맨 4 - 배트맨과 로빈]에서 등장했던 적이 있으며 모두 크리스 오도넬이 연기했습니다. 최근에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마지막에 존 블레이크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화룡점정을 찍었습니다. 코믹스를 전혀 모르거나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로만 배트맨을 봤던 관객이라면 그의 풀 네임이 밝혀졌을 때의 감격을 아마 알 수 없었을 것도 같네요. 두 편의 영화는 원작을 따르며 10대인 로빈을 내세웠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은 그답게 20대의 경찰로 관객에게 선보였습니다.

 

 

 

 

캣우먼 (DC)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에서 대표적인 여성 히어로 캐릭터 중 하나가 캣우먼입니다. 솔직히 '히어로'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주로 배트맨과 짝을 이뤄서 등장했고 단독으로 주인공을 맡았던 영화도 있습니다. 배트맨이 그랬던 것처럼 캣우먼도 영화로는 팀 버튼에 의해 많은 사람들에게 선을 보였습니다. [배트맨 2]에서 자신이 근무하던 직장의 비밀을 알게 되는 바람에 살해당하게 됐죠. 죽은 줄로만 알았으나 고양이의 마력에 힘입어 9개의 목숨을 가진 캣우먼으로 부활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캣우먼을 연기했던 배우는 미쉘 파이퍼였습니다. 눈매가 참 아름다웠던 배우인데, [배트맨]에서 조커를 연기했던 잭 니콜슨 못지않게 극찬을 받았습니다. 반면에 스핀오프로 제작된 [캣우먼]은 망작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주연이었던 할리 베리는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최악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굴욕까지 맛봤습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본 것처럼 절도범으로 행세하는 게 다수인 한편으로 코믹스에선 배트맨과 결혼도 했습니다.

 

 

 

 

엘렉트라 (마블)

 

캣우먼이 배트맨에게 상주한 캐릭터였다면 엘렉트라는 마블의 또 다른 히어로 캐릭터인 데어데블과 인연이 있습니다. [캣우먼]이 그랬던 것처럼 [엘렉트라]도 [데어데블]의 스핀오프로 제작됐다는 것에서 동일하죠. 주인공인 엘렉트라는 어릴 적에 어머니를 잃고 무술을 익히면서 자란 후에 위협적인 암살자가 됐습니다. 원작에서는 오빠가 있다는 설정이고 그에 의해 무술을 배우게 됐으나 영화에서는 두 편 다 직접 등장한 적은 없습니다. [데어데블]에서는 킹핀의 계략에 속아 데어데블이 아버지를 죽인 것으로 오해하고 그에게 복수하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영화에 등장한 것을 계기로 엘렉트라를 주인공으로 한 [엘렉트라]를 제작했으나 결과는 시쳇말로 폭망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런 얄궂은 운명에서도 캣우먼과 엘렉트라가 같은 길을 걸었군요) 심지어 주연이었던 제니퍼 가너가 미드 [앨리어스]로 한창 주가를 올렸던 시점이고, 미모와 몸매는 물론이고 액션연기까지 최적의 캐스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힘을 실어주질 못했습니다.

 

 

 

 

데어데블 (마블)

 

방금 말했던 것처럼 [데어데블]은 주인공인 데어데블과 함께 엘렉트라가 처음으로 선을 보였던 영화입니다. 2003년에 제작됐던 영화에서는 벤 에플렉이 데어데블을 연기했습니다. 방사능 물질로 인해 시각을 상실한다는 설정은 같으나 과정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 외에 아버지가 범죄조직의 보스인 킹핀과 얽혀 살해를 당한 것, 아버지의 복수를 꿈꾸면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마이클 머독이 밤에는 데어데블로 변한다는 것 등도 원작과 동일합니다. 데어데블은 물체를 눈으로 보지는 못하지만 다른 감각이 극도로 발달되어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마이클 클락 던컨이 연기한 킹핀은 원래 데어데블과 절친한 사이인 스파이더맨과 싸우던 악당이었는데, 이걸 데어데블에 적용하면서 큰 인기를 끌자 영화에서도 그를 등장시켰습니다. 흥행은 비교적 괜찮았으나 속편은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최근에는 판권이 마블로 다시 돌아가면서 리부트를 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제작해야 할 영화가 한두 편이 아니니까요.

 

 

 

 

고스트 라이더 (마블)

 

할리우드의 스타인 니콜라스 케이지는 재정이 파산상태에 이르면서 작품을 가리지 않고 출연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자연스레 그 영화들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없었는데, 이보다 앞서 제작됐던 [고스트 라이더]도 결코 호평을 받지 못했습니다. 고스트 라이더는 마블 코믹스에게 있어 최강의 캐릭터 중 하나입니다. 영혼을 악마에게 팔아서 그 대가로 지옥의 불에 타오르는 뼈대를 가지고 악당을 벌합니다. 고스트 라이더는 헐크를 비롯한 강력한 상대를 가볍게 제압할 수 있으며 공격을 받는 것도 문제가 되질 않습니다. 이런 능력을 영화에서 어떻게 발휘시킬지를 두고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했으나, [고스트 라이더]는 시시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그리는 데 그치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이건 양반이었다는 것은 속편인 [고스트 라이더 3D: 복수의 화신]을 통해 증명됐습니다. 데이빗 고이어가 참여를 했음에도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감독들이 감독들인지라 대놓고 B급 영화를 지향하는 듯한 연출로 일관해 고스트 라이더를 웃음거리로 전락시켰습니다.

 

 

 

 

수 스톰 (마블)

 

마지막으로 누굴 고를지 고민하다가 '판타스틱 4'를 제외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수 스톰을 택했습니다. 나머지 세 명을 두고 왜 수 스톰이냐고요? 당연히 제시카 알바가 연기해서 그렇습니다. 판타스틱 4는 리드 리처드, 수&자니 스톰, 벤 그림으로 구성된 집단이나 본디 평범한 인간이었습니다. 이들이 함께 우주에 나갔다가 폭풍에 휩쓸리는 바람에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니게 됩니다. 수 스톰의 경우에는 주변의 빛을 굴절시켜 투명인간이 되거나 필드를 형성시켜 힘을 방출하는 타입입니다. 2005년에 영화로 제작됐던 [판타스틱 4]는 딱히 좋은 반응을 얻진 못했으나 속편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역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해 한동안 잠잠한 상태였는데, 최근에 리부트를 선언하면서 내년부터 제작에 들어갈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동시에 [판타스틱 4]처럼 20세기 폭스가 판권을 가진 [엑스맨]과 연계될 것이라는 소식이 있어서 기대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전의 두 편은 코믹한 면이 두드러진 것이 역효과였으나 제시카 알바의 수 스톰만은 인기가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