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호 박사의 ‘톡 까놓고 진로 톡’
머리 쓸지 몸 쓸지, 같이 할지 혼자 할지, 돈인지 흥미인지
기술 융합성 커진 오늘날에는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 중요해
직업진로를 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학과도 다양하지만 직업은 학과 수보다 훨씬 더 다양하므로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필자는 직업선택을 두고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몇 가지 명료한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직업진로에서 자신이 어떠한 인생을 살 것인지 그 기준을 명확히 한다면 선택가능 직업수를 좀더 단순화시킨 직업군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기준은 무엇일까?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기 위한 세 가지 선택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머리 쓸래, 몸 쓸래? 2. 같이 할래, 혼자 할래? 3. 돈 볼래, 흥미(보람) 볼래?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명료한 자기이해가 필요하다.
영감이 중요한가 노력이 중요한가
첫째, 직업을 수행하는 데 머리를 쓰며 살 것인지 몸을 쓰며 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머리를 쓰는 대표적인 직업은 교수나 연구원 등이다. 머리를 쓰는 직업의 장점은 날씨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몸은 편하다. 반면 머리를 쓰는 직업의 단점은 일과 휴식의 구분이 모호하다. 항상 주말이나 휴일에도 업무와 관련된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그래서 머리카락이 잘 빠지며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가 많다.
머리를 쓰는 직업의 또다른 특성은 업무 성과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구원의 경우 작성된 연구보고서 및 논문이 좋은지 또는 나쁜지 식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리고 문학작품도 어떤 작품이 좋은 작품인지 나쁜 작품인지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즉 성과를 명확하게 측정할 수 없으므로 보상도 불명확한 경우가 많으며 노력했다고 반드시 결과가 잘 나오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카피라이터의 경우 밤새 고민하여 좋은 광고 문구를 만들 수도 있지만, 차를 마시며 쉬는 짧은 시간에 더 좋은 광고 문구의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직업은 99%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1%의 영감도 중요하다.
반면 몸을 쓰는 직업은 운동선수나 화약물 발파원, 문화재 발굴원, 용접공, 생산직 근로자, 자동차 정비 등의 기능직이 이에 해당한다. 몸을 쓰는 직업의 특징은 신체가 건강하며 몸을 부지런히 사용하는 가운데 스트레스가 해소되므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다. 하지만 몸을 쓰는 직업은 야외 작업이 많으므로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으며 작업환경이 열악한 직업이 많다. 몸을 쓰는 직업의 경우 단순조립공, 도배원, 조적공, 운동선수 등과 같이 업무 성과가 눈에 보이므로 그에 대한 명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몸을 쓰는 직업은 1%의 영감보다 99%의 노력이 중요하다.
타인과 협업이 필요한 직업 스트레스 높아
둘째, 같이 일하는 것이 좋은지 혼자서 일하는 것이 좋은지 생각해야 한다. 미용사나 자동차 운전사, 농작물 재배원, 사진작가, 속기사 등의 직업은 혼자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다. 반면 방송인, 광고인, 기자, 건축설계 및 시공, 연기자, 소방관 등의 일은 함께 작업하는 일이 많다. 아나운서는 피디의 지시에 따라야 하며 방송작가의 대본, 촬영 및 녹음, 편집 등 많은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기자 또한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인터뷰, 기사 아이템 선정 등의 공동 작업을 많이 하게 된다. 따라서 혼자만의 특출한 능력보다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이 중요하고 통솔력도 필요하다.
과거에는 혼자서 하는 일의 종류가 많았으나 경제의 개방성이 커지고 정보통신이 발달하며 기술의 융합성이 커진 오늘날에는 소통하고 협업하는 일이 많아졌다. 따라서 최근 기업 채용에서 다른 사람과 융합하지 못하지만 특출한 재능을 소유한 인재보다 조직 속에서 융합해 협력을 잘하는 인재를 선호하는 추세이다. 혼자 하는 일의 특징은 기능과 관련된 직업이 많으며, 사물이나 자연을 대상으로 일을 수행하므로 가끔 외롭지만 업무 스트레스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장점이다.
그밖에도 정년이 없는 경우가 많아 오래 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작가나 미용사의 경우 정년이 없으므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평생 일할 수 있다. 단점은 혼자 하는 일의 경우 혼자서 실력을 쌓고 자신의 성과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거래처 등을 개척해야 하므로 직업 초기엔 고생을 많이 한다. 하지만 이들 직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하는 특징이 있다. 왜냐하면 정년이 없거나 퇴직 뒤에도 혼자서 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타인과 협업이 필요한 직업들은 업무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높다. 많은 사람의 경우 좋은 사람이라면 같이 일하고 싶고 싫은 사람이라면 차리라 혼자 일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내게 꼭 맞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실제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의 이직사유를 조사해 보면 직장 동료와의 불화 때문에 이직한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물론 협업을 할 경우 서로 미흡한 점을 보완할 수 있고 책임을 나눌 수 있으므로 업무 성과에 대한 부담감 등이 감소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드라마 제작은 많은 스태프가 함께 일해야 하는, 대표적인 협업 작업이다. 사진은 2009년 <한국방송>(KBS)의 드라마 <파트너> 제작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
돈과 관련된 직업은 생존경쟁 치열
셋째, 돈이라는 현실적 가치기준과 흥미(보람)라는 이상적 가치기준에 대한 선택이 필요하다. 대개 나이가 어려서는 꿈을 가지라고 말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자신의 밥벌이를 하라고 말한다. 금전적 문제에 가치기준을 둔다면 안정적이며 금전적으로 평균소득이 높은 직업을 택하면 된다. 예를 들면, 은행원, 변호사, 회계사, 펀드매니저, 외환거래원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 직업이다. 반면 흥미를 추구하는 직업은 경제적 보상보다는 보람이나 흥미가 중요하며 금전적 보상보다는 시간적 여유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업이다.
예를 들면, 만화가, 음악가, 작가, 가수, 운동선수, 연예인, 영화연출가, 배우, 사회복지가 등이다. 꿈을 향한 직업은 노력에 대한 보상이 불확실하다. 예를 들어, 유명 주연배우의 출연료가 무명의 수십 아니 수백 명 보조출연자의 출연료보다 높은 것처럼, 노력과 대가가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으며 운이라는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돈을 추구하는 직업의 경우 직업적 안정과 소득이라는 대가를 중시하는 직업이 여기에 해당된다. 따라서 현실적이고 실리에 밝은 사람에게 적합한 직업이다. 돈과 관련한 직업의 또다른 특징은 생존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으로, 지속적이면서 일정하게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들이 여기에 많이 해당된다. 반면 흥미(보람)를 추구하는 직업의 경우 심리적인 생활고를 겪을 수 있으나 일상에 있어서 심적인 스트레스는 적다. 꿈을 추구하는 직업들은 이상을 추구하며 불규칙적인 노동을 하는 직업이 여기에 많이 해당된다. 아울러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연결시키는 사례가 많다.
물론 현실의 많은 직업이 앞서 제시한 세 가지가 쉽게 구별되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가지 특성이 혼재되어 쉽게 구분되지 못하는 직업도 많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직업 가운데 내게 맞는 직업을 찾으려면 앞서 제시한 세 가지 기준 가운데 어떠한 선택기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좋은지 스스로 자문해 보면 좋을 것이다. 아직 자신의 직업진로를 찾지 못한 사람이라면 부족한 정보와 경험 아래 직관적으로 마음에 드는 직업 명칭을 몇 가지 찾을 것이 아니라, 앞서 제시한 질문에 답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희망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직업이 위의 세 가지 기준 가운데 어떠한 특성을 더 많이 가졌는지 따져보면 선택한 직업이 나에게 적합한지 여부를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자격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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