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글 수 697

      서울의 예수 - 정호승 / 낭송 박태서             1   예수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한강에 앉아 있다.   강변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예수가 젖은 옷을 말리고 있다.   들풀들이 날마다 인간의 칼에 찔려 쓰러지고 풀의 꽃과 같은   인간의 꽃 한 송이 피었다 지는데, 인간이 아름다와지는   것을 보기 위하여, 예수가 겨울비에 젖으며 서대문 구치소   담벼락에 기대어 울고 있다.              2   술 취한 저녁. 지평선 너머로 예수의 긴 그림자가 넘어간다.   인생의 찬밥 한 그릇 얻어먹은 예수의 등 뒤로 재빨리   초승달 하나 떠오른다. 고통 속에 넘치는 평화, 눈물 속에   그리운 자유는 있었을까. 서울의 빵과 사랑과, 서울의 빵과 눈물을   생각하며 예수가 홀로 담배를 피운다.   사람의 이슬로 사라지는 사람을 보며, 사람들이 모래를   씹으며 잠드는 밤. 낙엽들은 떠나기 위하여 서울에 잠시   머물고, 예수는 절망의 끝으로 걸어간다.            3   목이 마르다. 서울이 잠들기 전에 인간의 꿈이 먼저   잠들어 목이 마르다. 등불을 들고 걷는 자는 어디 있느냐.   서울의 들길은 보이지 않고, 밤마다 잿더미에 주저앉아서   겉옷만 찢으며 우는 자여. 총소리가 들리고 눈이 내리더니,   사랑과 믿음의 깊이 사이로 첫눈이 내리더니,   서울에서 잡힌 돌 하나, 그 어디 던질 데가 없도다.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운 그대들은 나와 함께 술잔을 들라.   눈 내리는 서울의 밤하늘 어디에도 내 잠시 머리 둘 곳이 없나니,   그대들은 나와 함께 술잔을 들라.   술잔을 들고 어둠 속으로 이 세상 칼끝을 피해 가다가,   가슴으로 칼끝에 쓰러진 그대들은 눈 그친 서울밤의 눈길을 걸어가라.   아직 악인의 등불은 꺼지지 않고, 서울의 새벽에   귀를 기울이는 고요한 인간의 귀는 풀잎에 젖어,   목이 마르다. 인간이 잠들기 전에 서울의 꿈이 먼저 잠 들어   아, 목이 마르다.              4   사람의 잔을 마시고 싶다. 추억이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   소주잔을 나누며 눈물의 빈대떡을 나눠 먹고 싶다.   꽃잎 하나 칼처럼 떨어지는 봄날에 풀잎을 스치는   사람의 옷자락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나라보다 사람의 나라에 살고 싶다.   새벽마다 사람의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서울의 등잔에 홀로 불을 켜고 가난한 사람의 창에 기대어   서울의 그리움을 그리워하고 싶다.             5   나를 섬기는 자는 슬프고, 나를 슬퍼하는 자는 슬프다.   나를 위하여 기뻐하는 자는 슬프고, 나를 위하여   슬퍼하는 자는 더욱 슬프다.   나는 내 이웃을 위하여 괴로와하지 않았고,   가난한 자의 별들을 바라보지 않았나니,   내 이름을 간절히 부르는 자들은 불행하고,   내 이름을 간절히 사랑하는 자들은 더욱 불행하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57 맑은 바다/서동균(낭송 안은주) Anonymous 2012-04-10 1658
    56 장외場外/박일만 Anonymous 2011-09-12 1654
    55 무명영령은 말한다 /김남조 (낭송:이경선) Anonymous 2012-06-10 1654
    54 자랑스런 만학의 길/이경선 Anonymous 2014-12-12 1650
    53 불나방 / 신준식 (낭송: 이경선) Anonymous 2012-06-22 1647
    52 천천히 자란 나무 - 이인구 / 낭송 박태서 Anonymous 2014-01-20 1645
    51 "오페라 "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中 "(낭송: 이경선)" Anonymous 2012-07-14 1644
    50 연리지 / 류금선 (낭송 이충관) Anonymous 2011-08-21 1642
    49 '한빛맹아학교 졸업식장에서/이승하(낭송:이경선) Anonymous 2014-11-10 1640
    48 긍정적인 밥 /함민복 (낭송:김현정) Anonymous 2012-07-08 1637
    47 잘가라, 고래/김수현 (낭송&영상 이충관) Anonymous 2012-11-11 1631
    46 흰둥이 생각/손택수 (낭송:이경선) Anonymous 2013-01-06 1630
    45 겨울 폐가/서영택(낭송 안은주) Anonymous 2013-03-19 1620
    44 시가 된 사람/김재미(낭송&영상: 이충관) Anonymous 2012-09-25 1618
    43 <이달의 시인> 수레 / 최금진 ( 낭송: 선우승국) Anonymous 2011-07-13 1617
    42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 백석 / 낭송 박태서 Anonymous 2012-10-19 1608
    41 설악부 - 박두진 / 낭송 박태서 Anonymous 2012-12-05 1608
    40 씨랜드참사 추모시 / 아이야 너는 어디에/박경란 (낭송:이경선) Anonymous 2012-05-16 1606
    39 나는 네네츠의 후예라네 - 최정신 / 낭송 박태서 Anonymous 2011-06-19 1605
    38 이마에 손을 얹고 서쪽을 바라보다/이영식(낭송 안은주) Anonymous 2012-08-06 1605

    본커뮤니티는 재외한국인커뮤니티이며 게재된 게시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얻은 동영상 웹툰등 링크만을 제공하고만있슴 알립니다.
    We are not responsible for any content linked to or referred to from this website or other linked sites
    We do not store any music, video, webtoon,mutimedia files on this website. Also, we are not responsible for copyright,
    legality, accuracy, compliance, or any other aspects of linked content from other web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