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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이 필 때면/靑松 권규학

조회 수 2229 추천 수 0 2011.04.16 20:44:16
      유채꽃이 필 때면/靑松 권규학 (낭송 송명진) 봄엔 샛노란 유채꽃이 핀다 꽃샘바람 채 떠나지 않은 자리 텅 빈 몸통, 가벼운 무게 흘릴 듯, 보드라운 가는 손을 흔들며 보란 듯, 허리를 곧추세우다가도 이내 무너질 듯 땅으로 까무러치고 마는 채색되지 않은 것은 채색된 것뿐 퇴색하지 않은 것은 퇴색한 것뿐 사라지지 않는 것은 사라진 것뿐 얄궂은 계절과 변덕스런 바람에 기꺼이 온몸을 던져 흔들려주는 물 맑은 자리, 그곳에 놀랍도록 유연한 네가 있었다 거기, 그렇게 너이고 싶은 미치도록 아름다운 네가 있었다 문득 샛노란 꽃 품에 빠져들고 싶어지는 먼 길을 달려온 수고로움이 고마웠던지 호수는 하늘을 품에 안은 채 얼굴 한 번 찌푸리지 않고 아낌없이 제 속을 보여주는데 스멀스멀 서녘 하늘로 사라지는 노을이 아쉬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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