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기차역/정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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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기차역/정재규

조회 수 2306 추천 수 0 2011.04.08 01: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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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기차역 / 정재규 (목소리 허무항이)

겨울은 
행선지 없는 기차표 한 장을 들고
눈 내리는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린다.

측백나무 울타리에 쌓인 눈은
경계선을 버리고
역 대합실에서 바라보는 역 광장은 사라졌다.

빨강 신호등 사이를
질주하는 눈보라가
기차역을 서지 않고 통과한다.

대합실 창에 비친 눈은
눈사람이 되고

눈 속에 파묻힌 철로는 
직선의 길을 잃고 
하늘로 향하는 은하 철도처럼 
눈보라 속에 하늘을 향하고 있다.

겨울은 
누군가에 의해 눈사람이 되고

겨울로 향하는 기차는
그들 앞에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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