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탕화면 한가득 빼곡히 들어찬 아이콘들이 "어서 이 일을 끝내란 말이야!"라며 소리치고 있다. 보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이 바탕화면의 주인은 배경화면으로 미루어보아 아마도 한 가정의 가장인듯하다. 구석 구석 빈틈없이 가득찬 문서들 그리고 그 뒤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와 아내... 뭔가 밀린 업무들이 가족과 남자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듯한 느낌이다. 이때 화룡점정의 카피한줄...   "Time for a family vacation?" 아무리 바빠도 가족과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대만 여행사 Melchers Travel Agency의 훈훈한 광고!

여자가 남자를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며 "오빠 왜 요즘 연락이 이렇게 뜸해!?"라고 괴성을 지르면 남자는 이것도 이해못하냐는 듯이 말한다. "아! 진짜 바빴다니까!?" 여자는 이해못하겠지만 남자는 거짓말 하는게 아니다. 정말로 남자는 바빴다. 밀려드는 업무도 업무지만 여자보다 멀티플레이 능력이 떨어지는 남자에겐 마음편히 여자에게 연락을 할수 있는 시간이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역시 연락에 대해 불만을 갖는 여자에게 남자는 언제나 자신이 얼마나 바빴는지 그리고 남자가 멀티플레이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역설하며 여자를 이해심부족한 여자로 몰아가야 할까?

남자들아, 여자가 당신에게 왜 이렇게 연락이 없냐고 투정부릴때 "정말 바빴다니까!?"라고 짜증내기 전에 이렇게 되뇌여보자.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할수 있는 것은 여자친구 덕분이야!"라고 말이다. "무슨소리야! 여자친구가 하도 닥달해서 스트레스만 더 쌓인다고!"라고 말하기 전에 당신이 여자친구를 만나기전 비루한 솔로였을 때를 떠올려보자.

지금 당신 곁에서 연락투정을 하는 여자친구가 없었을때 당신은 어땠는가!? 주말이면 솔로인 친구들과 집근처 주점에서 먼 옛날 여자친구와의 추억을 곱씹다가 눈에 띄는 예쁜 처자가 있으면 "니가 가봐~", "니가 가봐~" 서로 옆구리를 쑤셔보지면 결국 시커먼 남자들끼리 술만 진탕마시고 필름이 끊기지 않았던가!? 이마저도 주위 친구들이 모조리 커플이되면 이마저도 못하고 혼자  집안에 쳐박혀 게임이나 하지 않았더냔 말이다. 그러다 빼빼로데이, 크리스마스, 발렌타인데이가 오면... 아... 이건 눈물나서 못쓰겠다...

당신이 아무리 여자친구가 연락으로 닥달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투정을 부려도 확실한건 당신이 솔로였을 때보다는 커플인 지금이 더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봐라 당신에게 여자친구가 있음으로 당신은 더이상 소개팅도 안시켜주는 치사한 친구들에게 소개팅 시켜달라고 아쉬운 소리를 할필요도 없고, 별로 친하지도 않은 여자에게 쓸데없이 찝쩍거릴 필요도 없고 오직 일과 여자친구만 신경쓰면 그만아닌가!? 뭐든 얻기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한거다. 당신이 여자친구와 연애를 시작해서 행복함과 안락함을 얻었다면 당신도 여자친구에게 행복과 안락함을 주는 사람이 되어주어야하는게 맞지 않을까?

남자의 상황은 생각하지도 않고 무대뽀로 연락안한다며 남자에게 짜증내고 화를내며 사랑을 의심하는 여자도 옳지 못하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무조건 여자에게 연락이 드문것을 이해시키려는 남자도 옳지 못한것이다. 그렇다고 일이고 학업이고 모두 제쳐두고 연애에 당신의 모든것을 올인하라는 것은 아니다. 바쁜 당신의 일상속에서 자그마한 틈이 생길때마다 여자에게 당신이 여자를 항상 생각하고 있고 자주 연락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정도만이라도 어필하려고 노력해보자. 당신을 닥달하는 여자의 말처럼 당신이 아무리 바쁘다고해도 화장실도 안가고 담배도 안피고 미친사람처럼 일만하는것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당신은 당신대로 연락을 자주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여자친구가 몰라준다고 울상을 지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당신에게 연락을 바라는 여자친구를 "이해심부족한 여자", "연락집착녀", "남자를 모르는 여자"로 몰고 가는것이 옳은건 아니다. 여자친구가 연락이 적은 당신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하듯 당신도 연락을 기다리는 여자친구를 이해하려고 더 노력해야한다. 또 여자친구에게 당신의 상황을 단순히 "나 바쁘단 말야!"라며 짜증스럽게 말할것이 아니라 당신이 바쁜 이유에 대해 이런 저런 하소연을하며 여자친구와 대화를 나눌수도 있는것 아닐까?

그러니 앞으로는 숨막히는 업무에 당신의 머리가 과부하로 기절하기 일보직전일땐 독사같은 상사의 눈치를 보며 숨죽여 커피타임을 갖기보다. 당신의 연락을 기다리고 당신을 사랑해주는 여자친구에게 "자기야... 나 바빠서 죽을것 같아! ㅠ_ㅠ"라며 SOS를 쳐보자. 설마 여자친구가 "내가 연락 하랄땐 안하고 지 힘들때만 연락하냐!?"라며 당신을 들볶겠는가? "우리자기 힘내! 이번주에 맛있는거 먹으러가자~"라며 기절하기 직전의 당신의 등을 토닥여줄 유일한 사람이 당신의 여자친구다

여자들의 "연락이 줄어들면 사랑이 식은것 아닌가요?"라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 연락이 줄어든 이유에는 사랑이 식은것 외에도 남자가 갑자기 바빠졌을수도 있고 신변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주연락을 한다는것은 깊이 생각할것도 없이 뜨거운 사랑의 증거되고 여자를 행복하게 해준다.

남자들아 당신들을 솔로의 구렁텅이에서 구원하고 뻘짓으로 가득했던 당신들의 휴일을 핑크빛 데이트의 세계로 인도해준 여자친구를 위해 연락이라는 작은 행복을 선사해주는것이 그렇게도 어려운가? "내 여자친구는 내가 바쁜건 알지도 못하면서 맨날 연락가지고 뭐라고해!"라며 배부른 소리하다 다시금 솔로부대로 복귀하고 후회하지말자. 여자친구의 연락타령에 이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땐 이 말을 떠올려라. "여자에게 들볶이고 시달려도 솔로보단 커플이 더 행복하다."

로망스, 사랑을 공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