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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만 믿고 유학을 가겠다는 K양에게


연애블로그를 운영하며 수많은 사연을 다루다보니 이제는 메일 제목과 첫 단락만 읽어도 대충 메일의 내용이 감이 잡히곤 한다. 물론 이런 현상이 좋은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눈에는 비슷비슷해보여도 각 사연의 주인공들이 얼마나 절박할지 모르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사연을 읽을때에는 최대한 상대의 입장에서 최대한 공감을 하며 읽으려고 노력을 하는데 때론 감성이 폭발하는 잠들기전 어른패드큰으로 메일을 확인하다 깜짝놀라 자세를 고쳐앉아 읽어보고 그래도 이해가 가지 않아 굳이 노트북을 켜서 다시한번 확인하고 멍하니 모니터를 보다가 도저히 이해가 안가서 사연을 프린트로 출력하여 밤새 붙들고 첨삭하게 만드는 사연이 있는데 오늘 같이 생각해볼 K양의 사연이 그렇다.


 


 


서로 얼마나 잘 맞느냐도 중요하지만 알게된 시간도 중요한거다.


나를 당황시키는 대부분의 사연이 그렇듯 K양의 사연도 밑도 끝도 없는 운명론으로 사연을 시작했다. K양과 Y군은 작년에 알게 되었고 한달후 그가 있는 나라로 놀러가게 되면서 인연이 시작되었으며 몇주후 귀국을 하였다. 얼마후 Y군이 다시 오라고 말에 K양은 어학공부도 할겸 Y군이 있는 나라로 날아가 몇개월을 신혼부부처럼 같이 살았단다... 물론 둘다 계속 호감이 있고 좋아했다는 말도 빠지지 않았다.  


 


처음 주욱~ 읽어보면 "아... 단란한 커플이었구나..."싶다가도 "어? 뭔소리래?"하고 다시 읽을수 밖에 없었다. K양은 너무나 당연하고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하지만 알게된지 한달만에 그 남자가 있는 나라로 여행을 가고, 남자가 오란다고 "어학연수나 좀 할까?"라며 몇개월씩 다른 나라로 점프를 뛸수 있는 K양을 보고 있자니 소싯적 친구가 일본으로 워킹오면 자기가 다 책임져준다고 했는데도 몇날 몇일 밤을 지새우다 일본행을 포기했던 내 자신이 너무도 한심스러워졌다.


 


물론 아직 K양이 어리고, 또 남자와 K양 사이의 호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것은 알겠지만... 그래도 알게된지 한달 된 사이치고는 K양의 행보가 글로벌 스타 싸이를 뛰어넘는다는 생각이 드는건 나뿐일까? 남녀관계에 있어서 서로에 대한 호감이 중요한것이 사실이지만 서로가 소중한 만큼 조금은 신중히 다가갈 필요가 있는거다. 어떤 경로로 Y군을 알게 되었는지 K양이 말해주지 않아 알수는 없지만 시작부터가 포스가 남다른 사연임에는 틀림이 없다.


 


 


남자에게 종속되지 말아라.


이후 K양의 광폭행보는 계속된다. 사귀자는 말없이 몇개월간 신혼부부놀이를 하다 한국으로 돌아온 K양은 Y군이 이왕 공부할것이라면 여기(Y군이 있는 나라)에서 하는것이 어떠냐며 K양을 설득했고 K양은 진지한 연인관계를 전제로 흔쾌히 승락했다. (정말... K양의 대범함은 웬만한 승부사못지 않다...) 이후 K양은 쿨하게 몇개월 후 Y군이 있는 나라로 가기로 결정했고 그 사이 애정이 식을까 Y군은 친히 휴가까지 내서 제 3국여행을 K양에게 제안했고 K양은 역시나 쿨하게 받아들였다.


 


K양이 사연에 따로 언급을 하지 않아 조심스러운 부분이긴 하지만 몇주간의 여행, 몇달간의 어학연수, 제 3국의 여행의 경비는 누가 다 낸것인지 궁금하다. K양의 능력을 무시하는것은 아니지만 아직 20대 중반의 나이에 이런 어마어마한 광폭행보를 할 여력이 있었다는것이 소시민인 내 입장에서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것을 K양이 이해해주길 바란다.


 


물론 본인의 능력으로 소화했다면 너무 실례되는 말이겠지만 혹시나 그간의 해외체류에 소요된 비용들이 K양의 지갑이 아닌 Y군의 지갑에서 나왔다면 지금까지는 어쩔수 없겠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않길 조언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이에 뭐가 어떠냐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양가 상견례를 마치고 약혼을 한 사이도 아니고... 이제 막 서로를 알게된지 6개월이 지난 상태에서 Y군에게 과도한 사랑을 받는것은 K양의 입장에서는 Y군에게 과도하게 의지할수밖에 없고 더 나아가 Y군에게 종속되는 연애를 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로 정확히 딱절반씩을 주고 받을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한쪽이 과도하게 주는쪽이고 또 한쪽이 과도하게 받기만하는 관계가 되어버리면 그 관계를 균형을 잃고 묘한 형태로 일그러지게 될수 밖에 없다. 쉽게말해 처음엔 상대의 호의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받았던것이 정신을 차려보면 그 호의없이는 홀로 살아갈수 없게 되어버릴수도 있다는거다.


 


 


정말 사랑한다면 상대에게 자신의 중요한것을 맡기지말아라.


K양의 꿈같은 연애의 위기는 너무도 쉽게 또 너무도 당황스럽게 찾아왔다. Y군의 제안에 의해 유학을 준비하던중 Y군과의 관계가 틀어져 버린것이다. 비자를 받으려면 어학원에 등록을 해야하는데 Y군이 갑자기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며 잠수를 타버렸다. 졸지에 K양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Y군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솔직히 K양의 사연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멘트는 맨끝에 등장한다. "오빠도 제 진로가 걸려있고 남자친구 여자친구인 사이면 저렇게 무책임하게 나중에 얘기하자고 끝낼건 아닌것 같은데...잘 모르겠습니다." 헉... 이건 무슨소린가...;;; 다른 여자들은 K양의 입장을 공감할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난 정말 이해가 안된다. 아무리 상대를 믿는다 하지만 자신의 진로를 남에게 걸다니... 대체 K양의 대범함의 끝은 어디란 말인가?


 


설마... 만약 이대로 Y군이 K양에게 이별통보를 하면 K양의 진로는 또 바뀌는건가?;;; K양아... Y군이 무책임하지 않을거란 기대를 걸기 전에 본인의 행동이 조금은 정말 아주 조금은 경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건가? Y군이 나쁜 남자라는건 아니다. 그래도... K양 본인의 진로가 아닌가!? Y군이 어떤 달콤한 제안을 했다고 한들... 자신의 진로를 이제 6개월 알게된 Y군에게 몽땅 올인할수가 있는건가?


 


K양아, 정말 Y군을 사랑한다면 적어도 당신에게 소중한것(진로)을 Y군에게 걸지는 말자. 수많은 임상실험결과 나는 연애를 하며 상대에게 자신의 인생을 올인했던 사람들의 대부분이 지독하게 고통스러운 이별의 말로를 맞았다는것을 확인할수가 있었다. 왜냐하면 상대에게 기대하는것이 크고 상대에게 모든것을 걸수록 집착의 강도가 세지고 연애와 현실적 문제가 뒤엉키며 서로를 비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더 많이 상처받고 힘든것은 더 많은것을 상대에게 기대했던 쪽이다.)


 


K양아 Y군과의 연애는 모르겠지만 일단 유학만큼은 보류하도록하자. 만약 Y군만 믿고 유학길에 올랐다가 그럴리는 없겠지만 Y군이 갑작스레 K양에게 이별통보를 한다면 K양은 이별통보와 현실적인 문제라는 이중고를 겪을수도 있다. 그래도 정 유학길에 올라 Y군과 연애를 지속하고 싶다면 Y군의 도움없이 K양 자력으로 유학길에 오르길 간곡히 부탁한다. 연애는 될수 있으면 서로가 동등한 조건에서 시작해야 탈없이 쑥쑥 자란다는 연애의 기본상식을 K양의 두손에 정중히 건낼테니 K양이 제발 잊지 않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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