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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꾸욱! 







여자친구 부모님께 명절선물 드리고 악몽 꾼 이유


설연휴의 시작이었던 지난 금요일의 오후, 다른 회사들은 오전근무만 하고 집에간다는데... 얄짤없이 풀근무를 해야하는 우리들은 패잔병마냥 근처의 밥집에 들어갔다. 어째서 우리회사는 선물세트가 이 모양이며, 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민족 고유의 대 명절 설연휴를 앞두고 풀근무를 해야하는지 토론을 하다 결국은 능력있으면 이직하자는 결론을 내리곤 무거운 밥수저를 들었다. 모래알 같은 밥알을 목구멍으로 힘겹게 넘기며 이제 2년쯤 연애중이라는 K군이 내게 물었다.


 


"바로씨는 이번에 여자친구댁에 선물 뭐사드렸어요?"


 


응? 뭔 선물? 아직 결혼한 사이도 아니고... 무슨 내가 30대도 아닌데... 벌써 선물을 챙겨야하나? 심드렁한 표정으로 "뭐 아직 그렇게 까진 안했다"고 말하자 순간 밥상에 정적이 찾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별 대화거리도 없었는데 잘걸렸다는 표정?들이었다.) 갑자기 같이 밥을먹던 사람들이 큰일이라도 일어난양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어머! 아직도 안챙기셨었어요!?"


"여자친구 서운해하겠다~"


헉!!! 여자친구댁에 명절선물 안해줬어요!!!???


 


정말 한시간 점심시간동안 나의 무신경을 성토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과연 내가 연애블로그를 운영할 자격이나 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나라고 한번도 명절선물을 생각해본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뭐랄까... 너무 오바하는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  딱히 여자친구쪽에서도 별 말이 없어서 그냥 그러려니... 막연히 내년 쯤부터는 좀 신경을 써야겠다 생각했었는데 남들의 눈에는 내가 그리도 못마땅해보였나보다.


 


기어이 6시까지 풀타임을 채우고서야 인심쓰듯 "어익후~ 다들 내려가봐야지~ 뭐해~ 다들 어서 들어가게~"하는 부장님의 말씀을 듣고서야 회사의 감옥에서 탈출을 할수 있었고 근처 X관장 매장에 들렀다. 그냥 뭐 어중간한거 없........나.............ㅜ_ㅜ 아... 홍삼... 비싼거구나... 순대국먹고 나올때 보면 홍삼캔디 거져 주길래 지가 비싸봐야 했는데... 정말 사람노릇하며 살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며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내밀었다.


 


"촤악!" 차가운 기계음과 함께 나의 통장은 더 굶주리게 되었고 그대신 묵직한 쇼핑백 하나를 받게되었다. 그 순간, 뭔가 묵직한 무엇인가가 나의 두 어깨에 달라 붙은 느낌이었다. 뭔가 무거우면서 답답하고 나를 옥죄어오는 이 알수 없는 느낌은 무엇인가!? (다행히 그것은 다음달 카드명세서에 대한 걱정은 아니었다.)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내내 고민을 해보았다.


 


나의 이 알수 없는 감정을 찬찬히 하나 하나 뜯어보니 대충 3가지의 기분이 혼합되어 있었다.


1. 여자친구 부모님의 선물을 챙겨드리다니!(이하 공통) 이제 나도 어른인가!?

2. 공통... 이제 여자친구와 보다 진지한 관계가 되는건가?

3. 공통... 이제... 결혼을 진지하게 준비를 해야하는것인가!? 




이 세가지 기분은 나를 묘하게 기분이 좋으면서도 엄청난 부담감을 갖게 했다.


 


쇼핑백을 받아든 여자친구는 다행히 이전과 같은 선물에 대한 디테일한 불평은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어떤 선물을 해도 보이지 않았던 진심어린 기쁨과 고마움이 한가득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물론 기뻐하는 여자친구를 바라보며 나또한 기뻤지만 마냥 웃을수만은 없는 기쁨이었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쇼핑백을 받아든 여자친구의 얼굴을 떠올리며 잠이들었다.


 


그날 난 꿈속에서 태어나서 가장 끔찍한 악몽에 시달렸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뱀파이어로 변해버렸고 나의 피를 찾아 수백 수천명의 굶주린 뱀파이어가 달려들었다. 나는 달리고 또 달렸고 결국 뱀파이어에게 잡혀 목을 물어뜯기기 바로 직전에 땀에 흠뻑젖은채로 잠에서 깨었다. 물한잔을 마시며 그래도 이렇게라도 깨서 다행이라며 스스로를 타이르고 다시 침대에 몸을 밀어넣었다. 그땐 몰랐다. 그날 악몽이 반복될줄은... 3~4번을 깼지만 다시 눈을 감으면 언제나 기다렸다는듯 기괴한 얼굴의 뱀파이어들이 나를 쫓았다.


자기... 집장만했어? 결혼자금있어? 얼마모았어?


 


분명 어른이 된다는것, 또 달콤한 연애에서 보다 진하고 깊은 관계로 진행해 나아간다는 것은 축하해야할일이고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어린왕자를 동경하고, 피터팬을 꿈꾸던 남자들에게는 다소 버거운 부담감으로 다가올수 있다는것을 몸으로 직접 체험해보고 알았다.  

 


이런 끔찍한 부담감을 이겨내고 결혼에 골인한 결혼 선배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나처럼 천년만년 피터팬일줄 알았던 소년들이 어른이 되어가며 느끼는 성장통을 예쁘고, 착하고, 현명한 여자친구님들께서 조금이나마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뭥미? 나 결혼할 나이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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