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 보고 싶어 / 황정순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 보고 싶어. 잠 없는 나, 당신 간지럽혀 깨워 삐걱거리는 허리 주욱 펴 보이며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 아주 연한 헤즐렛을 내리고 눈을 감고 다가가야지. 해가 높이 오르고 어쩌면 그 때는 창밖의 많은 것들...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겨울엔 당신의 마른 가슴 덥힐 스웨터를 뜰 거야. 봄엔 당신 연베이지빛 점퍼 입고 가을엔 희끗한 머리 곱게 빗고 그리고 그리고 난 당신 책읽는 모습보며 그렇게 아름답게 늙어가고 싶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