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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2013.11.11 16:39
중년기 스트레스 잘 넘기기- 세상의 온갖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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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기의 스트레스
중년기는 가정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사회 각 분야에서도 중추를 이루는 시기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인생의 황금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정상에 한없이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인생 항로로 볼 때, 이 시기는 또한 앞으로 다가올 내리막길에 대한 준비기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중년기는 인생의 황금기인 동시에, 새로운 위기를 맞는 시기이다. 따라서 그러한 중년기의 특징과 이 시기에 흔히 접하게 되는 스트레스 요인들을 알아보면서, 어떻게 하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지 지혜를 모색해 보기로 하자.
중년기는 첫째, 생리적 변화, 즉 신체적 변화가 두드러지는 시기이다. 흰머리가 늘어가고, 머리털이 빠지고, 시력이 떨어지는 등 신체적 변화를 보면서 자신이 늙어 감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또 여자들은 50대 초반이 되면 폐경기를 맞아 얼굴이 쉽게 달아오르고, 가슴이 뜨끔거리며,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된다. 이 외에도 불안, 우울, 정서적 불안정 등의 증세를 보인다.
둘째, 중년기는 과거와 미래의 중간에서 새로운 좌표를 설정해야 하는 인생의 전환점이다. 따라서 '내가 그 동안 이루어 놓은 건 무엇인가?',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살았나?' 하면서 자신이 지나온 길을 돌아보기도 하고, 또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처럼 중년기는 새로운 자신의 역할을 모색하는 시기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 동안 자신이 일궈 온 것들을 남들과 비교하면서 열등감에 빠지거나 좌절감을 경험하기 쉽다. 특히 이 시기의 남자들은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모험을 하기도하고, 지난 날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아보려고 애쓰기도 한다. 그래서 때로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사업에 손을 대기도 하는 것이다. 반면, 지금껏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고, 남편과 자식을 위해 순종적으로 살아 왔던 여자들은 이 시기에 자기 주장을 하기도 하고 남편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이 시기는 마치 사춘기 청소년이 부모로부터 독립하려고 몸부림치는 것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애쓰는 시기이다. 즉, 사춘기에 나타나는 현상과 비슷하게 다시 한 번 정신적 방황과 감정의 격랑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시기를 '사추기' 또는 '제2의 사춘기'라고 부른다. 청소년들이 사춘기의 감정변화만으로도 감당하기 힘에 겨운 판에 입시라는 큰 멍에까지 걸머졌듯이, 중년기에 있는 사람들도 인생의 전환기에 명예퇴직이나 조기퇴직이라는 굴레를 짊어진 셈이다.
셋째, 중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시기이다. 중년기의 직장인일 경우, 상사를 깍듯이 모셔야 하는가 하면, 아랫사람들의 눈치까지 살펴야 한다. 그야말로 '샌드위치맨'의 신세를 면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젊고 패기에 찬 부하직원들과 경쟁하면서 언제 뒤쳐질지 모른다는 긴장과 불안감 속에서 살고 있다. 이 외에도 배우자로서, 즉 남편이나 아내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하고, 가장이나 어머니로서 자녀양육과 교육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또한 부모님을 돌봐야 하며, 자신의 신체적 변화나 건강은 물론, 가족들의 건강문제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이처럼 중년기는 새로운 자신의 역할을 모색하는 등, 한시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에 한꺼번에 부딪히기 때문에 신체적으로는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그래서 중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건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이다.
- 세상의 온갖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中에서 -
■ 질병과 자녀입시에 따른 스트레스
중년기에 이르면 자신의 건강문제와 함께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이 시기에는 언제 자신에게 질병이 닥쳐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은근히 엄습해 오기 시작한다. 그래서 죽음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 보게 되고 '과연 산다는 게 무엇일까?'하며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도 한다. 대개 '40이 넘으면, 죽는 데 선후배가 따로 없다' 고들 한다. 그것은 곧, 40대 이후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또 다른 의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중년기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다른 어느 시기보다도 성인병이 일어날 위험이 더 큰 것이다.
40대 중반의 한 사업가는 자신이 당뇨병임을 알고부터는, 자신감을 잃고 매사에 소심해지며 자기보다 더 젊은 사람과의 경쟁을 두려워하는 소극적인 사람으로 변했다. 그는 일을 하다가, 혹은 성관계를 갖는 중에 죽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항상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또 40대 초반의 한 사업가는 자기 회사의 직원이 뇌출혈로 갑자기 사망해 병원 영안실에 다녀온 후부터는 갑자기 가슴이 뛰고 숨이 멎을 것만 같아 내과를 거쳐 정신과를 찾았다. 이런 경우들처럼 중년기에는 이제 죽음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자각으로 불안이 한층 더 몰려온다.
한편, 중년기에는 대학입시 수험생들을 둔 가정들이 많다. 요즘은 자녀들의 대학입시가 중년기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이 예전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수험생이 있는 가정에서는 입시가 끝날 때까지 가족 모두가 초비상 상태에 들어간다. 심지어 가족들은 TV도 거실에서 안방으로 옮겨놓는가 하면, 가족들간의 대화도 숨을 죽이고 수험생의 눈치를 보면서 하게 된다. 해마다 여름이면 가족과 함께 가던 휴가여행도 취소하고, 오직 수험생의 호흡에 맞춰 사는 긴장된 생활이 반복된다. 그런데 이렇게 고생하고, 더구나 엄청난 돈을 들여 과외까지 시켰는데도 입시에 실패하면, 그야말로 이만저만한 낭패가 아니다.
이처럼 자녀의 입시를 위해 온갖 희생을 감수하지만, 그 희생의 대가를 제대로 얻지 못했을 때 받게 되는 가족들의 상처와 상실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마치 자녀의 합격여부가 가족의 운명을 결정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그 여파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녀가 입시에 성공하지 못하면, 그 부모는 큰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고개도 들고 다니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입시가 끝난 철에는 고개 숙인 부모의 모습을 적잖게 보게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몇 년 전이었다. 내가 있던 대학에 시험을 치른 친구의 아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아들의 합격여부를 미리 알려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나로서는 거절하기 어려운 부탁이라 알아보았더니, 그 친구의 아들 이름이 합격자 명단에 들어 있지 않았다. 그 사실을 전해주면서 얼마나 곤혹스러웠는지 모른다. 그런데 더욱 잊을 수 없었던 것은 전화를 받던 그 친구의 목소리였다. "음-, 그래 알았어."하는 깊은 한숨의 목소리가 정말 거의 다 죽어 가는 사람의 신음소리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시기,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 실현을 위해서도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는 중년기에 그 소중한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오직 자녀의 입시라는 하나의 상황에만 몽땅 쏟아 부어도 좋은지 솔직하게 자문해 보자. 자녀의 합격만이 진정 우리의 모든 것을 다 걸어서라도 얻어야 할만큼 가치 있는 일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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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스트레스 요인, 자녀의 결혼
중년기 후반은 자녀들이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는 시기이기도 하다. 자녀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입시 때문에 받았던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대부분의 부모들은 한시름 놓는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다. 얼마 안 가 자녀의 결혼이라는 복병을 만나 잠 못 이루는 나날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50대 중반의 한 여자는 직장생활을 하는 딸이 도무지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아 걱정이 되어 잠을 이룰 수가 없고, 아침만 되면 가슴이 저려온다고 했다. 그녀는 딸의 장래에 대한 조바심으로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던 것이다.
다른 중년부인은 아들 결혼문제로 상담을 청해 왔다. 30대 후반의 아들이 한 여자를 짝사랑하는데, 그 여자가 다른 남자와 같이 가는 것을 본 후로는 아들이 결혼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 걱정이 태산 같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선을 보면 상대방 여성이 부모의 마음에 드는데도, 본인은 통 반응이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녀는 아들에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해서 정신과를 찾아온 것이다.
한편, 예물을 비롯한 결혼 준비 과정도 중년기 부모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가져다준다. 어떤 아버지는 딸의 결혼을 앞두고, 결혼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비관하다가 끝내 자살까지 했다. 언젠가 대학병원 전공의가 부인이 지참금을 적게 가져 왔다고 구타해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적도 있었다. 혼수문제는 이처럼 우리 사회의 큰 병폐이자 부모들의 커다란 스트레스 요인이다.
그뿐인가, 결혼 전에는 하루라도 못 만나면 큰일 날 것처럼 좋아하다가, 막상 결혼한 후에는 서로의 성격 탓을 하며 '사네 못 사네' 티격태격 싸울 때, 부모의 입장에서는 모른 척 넘어갈 수가 없다. 또 시어머니와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와서는 "이혼하면 이혼했지, 더 이상 시어머니와는 함께 살 수 없다"며 생떼를 쓰는 자녀도 있다. 게다가 결혼한 딸이 아기를 갖지 못하기라도 하면 그 부모 마음은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부모는 자녀 걱정으로 한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자신의 문제에다가 복잡한 자녀의 문제와도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중년의 고달픔은 끝이 없다. 그러나 언제까지 자녀들 문제에 질질 끌려 다닐 것인가? 자녀에게 모든 것을 걸다간 실망밖에는 남지 않는다. 결혼 전만해도 부모밖에 모른다고 믿었던 착한 딸이 '결혼하더니 제 남편밖에 모른다'며 크게 낙심해서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들이 있다.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도 큰 법이다.
자녀에게는 자녀의 삶이 있고, 부모에게는 부모 자신의 삶이 있는 법이다. 때로는 부모와 자식간에도 선을 그어야 한다. 그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적절히 놓아주는 것, 또 자식의 자리를 인정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자녀의 문제에 나서서 모든 것을 해결해주려 애쓰기보다는, 그저 가만히 내버려두고 자녀들 스스로 풀어가도록 하는 것이 서로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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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의 위기, 실직
실직은 어느 누구에게나 큰 충격을 준다. 특히 중년기의 실직은 더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 보자. 즉, 생각을 전환해 보자는 것이다. 실직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성공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실제 중년기의 실직은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이다.
50대 초반의 어떤 사람은 한 회사의 전무이사로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퇴직통보를 받고는, 자기가 일했던 분야와는 전혀 다른 웨딩드레스 디자인에 뛰어들어 이제는 제법 성공한 중소기업 사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실직은 끝이 아니다. 그것은 분명히 에너지를 재충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 동안은 해온 일들을 돌이켜보고, 자신에게 정말로 의미 있는 일을 해왔는지 되새겨 보는 기회로 삼자. 그러다 보면 오히려 실직 기간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어 앞으로 의미 있는 삶을 가꾸고, 또 자신을 키우는 바탕이 될 수도 있다.
과거의 꿈에만 연연하지 말고 앞으로 남은 미래를 더 소중히 여겨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집착으로 패배감이나 열등감을 느끼기보다는,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소망을 갖는 것이 성취감을 맛보는 데는 물론 자신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미래를 위해 아직 사용되지 않은 능력과 잠재력을 찾아 개발하고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창의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음은 물론, 자신감과 긍정적 사고를 계속 유지하고 키워나갈 수 있다. 단, 이 때는 무슨 큰 발견이나 발명을 욕심낼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있는 일 가운데 가장 작은 것부터 하나씩 성취해나가면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최대한 만끽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 시기에는 생활리듬을 철저히 유지해야 한다. 중년기는 무엇보다 건강에 위협을 받는 시기이다. 할 일이 없어졌다고 해서 아무 때나 먹고, 자고, 일어나서 빈둥대는 것은 신체적 건강은 물론이고,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앞으로 찾아올 새로운 기회에 대비해서도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직장을 다닐 때와 대비해서도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직장을 다닐 때와 마찬가지로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나며 체조, 산책, 등산 등의 운동으로 심신을 단련하자.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실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술이나 담배로 풀려고 해서는 안 된다. 담배와 술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습관은 몸과 마음을 모두 망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일을 찾아서 하라. 과거에 자신이 어떤 직책에 있었던가에 연연하지 말고 직급이 낮고 보수가 적더라도 일을 하는 게 좋다. 일은 삶의 가치를 느끼는 데에 필수 적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퇴직 후에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가 나중에 다시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릴 수 있는 직장을 구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만약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자원봉사를 통해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개인의 가치를 확인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일이 성공보다는 개인의 행복에 더 큰 의미를 둘 것을 권한다. 일의 성공이 반드시 개인의 행복과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융통성이 없는 폐쇄적 사고와 외로움에 빠지지 않으려면,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와 친지, 그리고 젊은 사람들과의 대화를 폭넓게, 끊임없이 갖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에너지를 충전시켜 자신의 사고와 행동에 새롭게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타인과 대화하다 보면 고립감에서 빠져나올 수 있고, 또 새로운 장래를 계획하는 데에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
- 세상의 온갖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中에서 -
■ 가화만사성, 부부간의 문제가 풀리면 모든 것이 수월해진다.
최근 세브란스 병원 정신과를 찾은 40,50대 외래 환자들의 스트레스 요인 가운데는, 부부간의 갈등이 수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중년기에 부부간의 갈등을 풀지 못해 인위적으로 이산가족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오랫동안 배우자와의 문제는 뒷전에 두고 다른 문제에만 몰두했다가, 늦게 서야 그 심각성을 깨닫고 부랴부랴 애를 써서 겨우 가정붕괴을 막기도 한다.
40대 초반의 개인 사업을 하는 한 남자는 꽤 성공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들 부부 사이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아내는 외도를 하다가 성병에 걸린 적이 있던 남편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를 모시지 못하겠다는 아내와는 같이 살 수 없다고 한 것이다. 결국 그 부부는 이혼에 이르게 되었다. 이들 부부는 서로에 대해 기본적인 신뢰감이 없었던 데다가, 아버지를 모시는 문제가 연계되어 그 틈이 더욱 벌어졌다. 더욱이 서로 노력할 마음이 조금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남남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또 다른 40대 중반의 남자는 아내가 시부모에게 전화를 잘 하지 않고, 시댁에 찾아가는 것도 꺼린다는 것이 늘 불만이었다. 그 후로 자신도 아내와 말하기를 기피하고, 결국 귀가 또한 늦어지게 되었다. 그런데다가 직장에서도 자기보다 늦게 입사한 사람이 부장이 되어 도무지 일할 마음조차 나지 않았다. 이렇게 직장에서 자신의 전망은 보이지도 않는 데다가, 집에서는 아내와의 불화로 상황은 점점 힘들어졌다. 그는 숨이 막혀올 정도로 견딜 수 없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가정에서의 문제를 잊기 위해 온통 일에만 신경을 쏟았는데, 직장에서마저 그런 상황이니 이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그러던 중 언제부터인가 아내가 밤이 깊어서야 집에 돌아오곤 했다. 왜 늦었냐고 물어보면 친구와 만났다고만 하고, 더 이상 대답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혹시 아내가 나쁜 곳에라도 출입하는 건 아닌지 의심하면서 속으로만 애를 태웠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자궁근종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옆에 있는 다른 보호자들과 얘기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는 그 동안 자신이 아내에게 너무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부터라도 아내에게 좀더 관심을 보여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고 했다. 더구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쓴 일기에 '아빠가 엄마와 얘기하는 것을 보았으면 좋겠다'고 적혀 있는 걸 보면서 더욱더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직장 문제는 차후로 미루고 우선은 아내와의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부모와의 문제, 직장에서의 문제는 2차적인 것으로 돌리고, 아내와의 문제를 1차적인 문제로 여기기로 한 것이다. 상황은 상당히 호전되어 가기 시작했다. 그는 아내와 조금씩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직장에서도 적극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또한 사장과의 면담을 통해 그 동안 불만이었던 신임상사의 월권 적인 행위들이 시정되고, 부서의 운영방식도 바뀌는 쪽으로 결말이 지어졌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아내와 부모와의 문제였다. 그런데 일이 그렇게 되고 자신감이 생기니, 그 관계도 그다지 풀기에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확신이 서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처럼 중년기에는 복잡한 스트레스 요인에 싸여 있다 보니 정작 가장 관심을 두어야 할 대상인 배우자에게는 소홀해지기 쉽다. 그래서 두 사람 사이의 문제가 자칫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다른 문제들이 아무리 산적해 있다 하더라도 부부간의 문제를 최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 다시 말해 가장 기본적인 문제만 풀어지면, 이것이 실마리가 되어 다른 어려운 문제들도 수월하게 해결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 중년기 부부- 서로에게 따뜻한 관심을
지금까지는 대부분 남자들의 외도로 여자들이 속을 썩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많은 아내들이 남편의 외도에 대해 이렇다 말 한 마디 못하고 속으로만 삭이다가 나중에는 화병으로 고생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오히려 중년 여성들의 늦바람으로 남편들이 가슴을 태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초등학교 남자 동창생을 만나면서 사는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는 한 중년 여성의 경우를 보자. 그를 만나면서 전에 없이 생기가 돌던 그녀는, 그 남자 동창생이 만나주려 하지 않자 배신감으로 괴로워하다가 또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으로 아픈 상처를 달래고 있었다. 매우 성실하고 착한 남편에게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그녀는 여전히 다른 남자와 만나는 것을 그만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정밖에 모르던 40대의 어느 여성은 한 남자를 알고부터는 '지금까지 산 것은 사는 게 아니었다' 고 생각하며 남편과의 이혼까지 고려하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안 남편은 노발대발하며 부인을 달래도 보고, 때려도 봤지만 그녀는 여전히 막무가내였다. 결국 남편은 부인을 정신과로 데려와 치료를 받도록 했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 집을 나간 어느 40대 후반의 남자는, 아내로부터 "당신이 밤에 나를 만족시켜 주지 못하니까 그렇게 된거아냐?" 하며 오히려 힐책의 말을 들었다. 그래서 혹시 자신에게 성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가 해서 고민 끝에 정신과를 찾아왔다.
이처럼 여자의 늦바람은 남자와는 달리 한번 불이 붙으면 끄기가 쉽지 않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것은 일종의 애정중독증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무드를 모르는 남자와 무드를 찾기 시작하는 여자, 바로 이 불협화음이 중년기 부부의 위기를 알리는 신호이다.
또 다른 경우를 보자. 40대 후반의 한 여성은 가끔 남편과 둘이서 술을 마시며 사랑의 밀어를 나누고 싶어하는데, 남편은 자신의 그런 생각을 도무지 알아주지 않아 사는 맛이 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같이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자"고 하면 남편은 "피곤해서 귀찮다"며 자리에 벌렁 누워버리기 일쑤였다. 혼자서 공원을 산책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외로움을 달래보기도 했지만, 이런 저런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 그녀는 때로 같이 대화라도 나눌 남자 친구가 하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불쑥불쑥 들곤 했다고 고백했다.
이렇게 중년기 여성들이 '남편이 잘해 주고 있다'고 믿으면서도 다른 남자를 사귀고 싶어하는 이유는 바로 외로움 때문이다. 중년기의 여성들은 자녀들이 군대에 가거나 학업, 결혼 등으로 자신의 곁을 떠나서 할 일이 없어지면서 갑자기 외로움과 허탈감에 빠지게 된다. 이때 밀려오는 외로움을 달래주어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남편이다. 그런데 남편이 일에 빠져 외면해 버리면, 아내는 결국 밖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는데 뭘 새삼스럽게…' 라고 생각하거나, '내 아내만은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면서 아내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높아진다. 오히려 가까운 사람일수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야 한다. 상대방이 애정을 표현할 때는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그것이 상대방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자신의 외로움을 더는 방법이다.
처음에 연애하던 마음, 그런 마음으로 호젓하게 둘만의 시간을 가져보라. 그 순간 명예퇴직, 조기퇴직 등으로 인해 몰려 왔던 두려움과 외로움은 사라지고 어느 새 마음 한구석이 따뜻하게 채워질 것이다.
- 세상의 온갖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中에서 -
■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하는 열린 아버지
명예퇴직이나 조기퇴직으로 인해 예전보다 정년이 빨라졌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적 문제로 크게 대두되고 있다. 40,50대 중년 남자들이 명예퇴직을 염려하며, 닥쳐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공허감으로 사는 재미를 잃고 우울에 빠지거나 때로는 설사, 복통, 두통 등과 같은 신체 증상을 호소하며 정신과를 찾아오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남자의 정체성(identity)에 있어서 직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직장은 가족의 생계를 위한 수입의 근원이자, 개인의 인생에서는 성취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직장은 남자의 힘과 권위를 지켜주는 보루였다. 따라서 직장의 상실은 곧 남성으로서의 힘의 상실이며, 가장으로서의 권위가 실추됨을 의미한다. 그런데다 돈만 벌어오면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다 하고 있는 거라고 여겼던 중년기 남성들은, 그간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대화할 새도 없이 아침부터 밤늦게 까지 일에만 몰두했던 것이 사실이다. 혹 시간이 나더라도 직장동료들과 밤늦도록 술을 마시다가, 잠깐 집에 들러 가족들은 보는 둥 마는 둥하고 다시 아침 일찍 출근하는 생활을 되풀이하곤 하였다. 이렇게 일과 직장을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던 남자들이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거기에서 오는 여파는 실로 크지 않을 수 없다.
일본에서는 남편이 정년퇴직을 하고 나면 아내와 이혼하거나 별거하는 예가 적지 않다고 한다. 옛날처럼 돈을 벌어다 주는 것도 아니면서, 하루종일 집안에 틀어 박혀서 이것저것 요구만 많아지고 간섭이 심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중년 남성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일밖에 모르면서 가정이나 직장 이외의 사회생활을 소홀히 한 탓으로, 직장을 떠나는 바로 그 순간 외로움과 부딪혀야 한다.
한때 우리나라 남자들은 돈을 벌어 오는 것만으로도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일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부터는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것만으로는 남성의 권위를 지켜가기가 어려워졌다. 즉, 가족 중 유일하게 밖에서 일하면서 돈을 벌었던 가부장의 절대적 권위가 여자들이 직장을 가짐으로써 위협을 받게 된 것이다. 한편, 여성들이 집안 살림, 자녀양육과 자녀교육 외에도 직장에서 일을 하게 되자, 남자들도 여자들이 하던 역할의 일부를 떠맡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특히 명예퇴직이나 조기퇴직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둔 남자들의 경우, 예전에는 여자의 몫이었던 집안 일을 맡게 되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역할의 전도'에 적응하지 못하는 중년기 남성들은 당연히 아내의 눈치를 보게 되고 소외감을 피할 도리가 없다.
미국에서 중간 관리직에 있는 40대를 대상으로 20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일의 성공보다는 대인관계에서의 만족도가 개인의 행복을 이루는 데 더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직장 중심의 문화에서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로 바꿀 필요가 절실해졌다. 직장, 가정, 사회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균형있게 수행해 나가야만 우리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미래의 외로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 바람직한 아버지상은, 가부장 시대의 아버지로의 복귀가 아니다. 그것은 변화된 시대에 걸맞은 열린 아버지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직장을 통해 개인적인 성취감을 맛보면서 동시에 가족과 함께 대화하고 즐기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 노력하는 것이, 바로 '고개 숙인 아버지 증후군'을 예방하는 길이라 할 수 있겠다.
- 세상의 온갖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中에서 -
■ 내리막길을 준비하라
우리는 언제까지나 살 것처럼 착각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 내일에 대한 아무런 준비 없이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이 자신의 뜻대로 잘 풀릴 때는 모든 일이 항상 뜻대로 잘 될 것만 같은 생각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인생에는 오르막 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법이다. 이것은 비단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 사회도, 한 나라도 흥망성쇠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상승기류를 타게되면 오르막만 있는 줄 알고, 내리막 길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다. 우리 주변을 봐도 잘 올라가는 사람들은 많아도 잘 내려올 줄 아는 사람들은 드물다. '내려오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등산을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올라갈 때는 땀을 뻘뻘 흘리며 애를 써서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올 때에는 맥을 놓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본다. 그러다 그만 다리가 삐끗하거나, 미끄러져 크게 다쳐서 응급실로 실려온다. 이것은 바로 내려올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제법 잘 알려진 한 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나왔다고 할 정도로 큰 부잣집에서 태어났다. 그가 아버지께 물려받은 유산은 몇 대가 먹고 살 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그러나 밤낮으로 술과 여자, 그리고 도박을 즐기면서 결국에는 그 많은 재산을 다 날려버리기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부인마저 도망가고, 그는 혼자서 병마와 싸우며 여관방을 전전하는 신세에 이르고 말았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내려올 때를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중에는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불행해진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이 그랬고, 필리핀의 마르코스를 비롯한 독재자들의 말로가 그러했다. 심지어는 아주 작은 단체의 장이라도 일단 그 자리에 앉기만 하면, 끝까지 물러나지 않으려고 기를 쓴다. 그렇게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갖게 되면서, 그때부터는 또 다른 허탈감과 절망에 빠져 방황하기 일쑤다. 심한 경우에는 자기 무덤을 파는 결과를 자초하기도 한다.
어떤 60대 초반의 남자는 지방의 시 교육장이 되어 여러 해 동안 그 자리를 지켰으나,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압박, 즉 퇴진 요구에 떠밀려 결국에는 그 자리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그는 밀려났다는 패배감에 늘 기분이 우울하고 사는 맛도 잃어버렸다.
그러나 사람은 언젠가는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떠나야 한다.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듯이 말이다. 그것이 직업이든, 인생이든 간에 누구나 내려올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에 의해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자존심의 손상은 말할 것도 없고 자칫하면 우울증에 빠져 건강마저 잃기 쉽다. 사실 그럴 때, 그간 소홀했던 자신의 개인적인 일이나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데에 더 정성을 쏟을 마음을 가지고, 미리 내려올 준비를 했더라면 그렇게까지 비참한 기분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생을 좀더 길게 내다보며 서서히 내려올 시기를 정해서 앞날을 준비하는 것이 자신의 자존심과 건강은 물론이고 가족의 행복을 지켜 삶의 질을 더욱 높이는 길이다.
노년기를 준비하는 여유를 갖는 것, 그것은 곧 중년기의 또 다른 미덕이 아닐까?
- 세상의 온갖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中에서 -
중년기는 가정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사회 각 분야에서도 중추를 이루는 시기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인생의 황금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정상에 한없이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인생 항로로 볼 때, 이 시기는 또한 앞으로 다가올 내리막길에 대한 준비기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중년기는 인생의 황금기인 동시에, 새로운 위기를 맞는 시기이다. 따라서 그러한 중년기의 특징과 이 시기에 흔히 접하게 되는 스트레스 요인들을 알아보면서, 어떻게 하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지 지혜를 모색해 보기로 하자.
중년기는 첫째, 생리적 변화, 즉 신체적 변화가 두드러지는 시기이다. 흰머리가 늘어가고, 머리털이 빠지고, 시력이 떨어지는 등 신체적 변화를 보면서 자신이 늙어 감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또 여자들은 50대 초반이 되면 폐경기를 맞아 얼굴이 쉽게 달아오르고, 가슴이 뜨끔거리며,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된다. 이 외에도 불안, 우울, 정서적 불안정 등의 증세를 보인다.
둘째, 중년기는 과거와 미래의 중간에서 새로운 좌표를 설정해야 하는 인생의 전환점이다. 따라서 '내가 그 동안 이루어 놓은 건 무엇인가?',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살았나?' 하면서 자신이 지나온 길을 돌아보기도 하고, 또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처럼 중년기는 새로운 자신의 역할을 모색하는 시기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 동안 자신이 일궈 온 것들을 남들과 비교하면서 열등감에 빠지거나 좌절감을 경험하기 쉽다. 특히 이 시기의 남자들은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모험을 하기도하고, 지난 날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아보려고 애쓰기도 한다. 그래서 때로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사업에 손을 대기도 하는 것이다. 반면, 지금껏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고, 남편과 자식을 위해 순종적으로 살아 왔던 여자들은 이 시기에 자기 주장을 하기도 하고 남편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이 시기는 마치 사춘기 청소년이 부모로부터 독립하려고 몸부림치는 것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애쓰는 시기이다. 즉, 사춘기에 나타나는 현상과 비슷하게 다시 한 번 정신적 방황과 감정의 격랑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시기를 '사추기' 또는 '제2의 사춘기'라고 부른다. 청소년들이 사춘기의 감정변화만으로도 감당하기 힘에 겨운 판에 입시라는 큰 멍에까지 걸머졌듯이, 중년기에 있는 사람들도 인생의 전환기에 명예퇴직이나 조기퇴직이라는 굴레를 짊어진 셈이다.
셋째, 중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시기이다. 중년기의 직장인일 경우, 상사를 깍듯이 모셔야 하는가 하면, 아랫사람들의 눈치까지 살펴야 한다. 그야말로 '샌드위치맨'의 신세를 면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젊고 패기에 찬 부하직원들과 경쟁하면서 언제 뒤쳐질지 모른다는 긴장과 불안감 속에서 살고 있다. 이 외에도 배우자로서, 즉 남편이나 아내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하고, 가장이나 어머니로서 자녀양육과 교육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또한 부모님을 돌봐야 하며, 자신의 신체적 변화나 건강은 물론, 가족들의 건강문제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이처럼 중년기는 새로운 자신의 역할을 모색하는 등, 한시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에 한꺼번에 부딪히기 때문에 신체적으로는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그래서 중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건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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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병과 자녀입시에 따른 스트레스
중년기에 이르면 자신의 건강문제와 함께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이 시기에는 언제 자신에게 질병이 닥쳐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은근히 엄습해 오기 시작한다. 그래서 죽음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 보게 되고 '과연 산다는 게 무엇일까?'하며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도 한다. 대개 '40이 넘으면, 죽는 데 선후배가 따로 없다' 고들 한다. 그것은 곧, 40대 이후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또 다른 의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중년기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다른 어느 시기보다도 성인병이 일어날 위험이 더 큰 것이다.
40대 중반의 한 사업가는 자신이 당뇨병임을 알고부터는, 자신감을 잃고 매사에 소심해지며 자기보다 더 젊은 사람과의 경쟁을 두려워하는 소극적인 사람으로 변했다. 그는 일을 하다가, 혹은 성관계를 갖는 중에 죽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항상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또 40대 초반의 한 사업가는 자기 회사의 직원이 뇌출혈로 갑자기 사망해 병원 영안실에 다녀온 후부터는 갑자기 가슴이 뛰고 숨이 멎을 것만 같아 내과를 거쳐 정신과를 찾았다. 이런 경우들처럼 중년기에는 이제 죽음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자각으로 불안이 한층 더 몰려온다.
한편, 중년기에는 대학입시 수험생들을 둔 가정들이 많다. 요즘은 자녀들의 대학입시가 중년기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이 예전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수험생이 있는 가정에서는 입시가 끝날 때까지 가족 모두가 초비상 상태에 들어간다. 심지어 가족들은 TV도 거실에서 안방으로 옮겨놓는가 하면, 가족들간의 대화도 숨을 죽이고 수험생의 눈치를 보면서 하게 된다. 해마다 여름이면 가족과 함께 가던 휴가여행도 취소하고, 오직 수험생의 호흡에 맞춰 사는 긴장된 생활이 반복된다. 그런데 이렇게 고생하고, 더구나 엄청난 돈을 들여 과외까지 시켰는데도 입시에 실패하면, 그야말로 이만저만한 낭패가 아니다.
이처럼 자녀의 입시를 위해 온갖 희생을 감수하지만, 그 희생의 대가를 제대로 얻지 못했을 때 받게 되는 가족들의 상처와 상실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마치 자녀의 합격여부가 가족의 운명을 결정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그 여파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녀가 입시에 성공하지 못하면, 그 부모는 큰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고개도 들고 다니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입시가 끝난 철에는 고개 숙인 부모의 모습을 적잖게 보게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몇 년 전이었다. 내가 있던 대학에 시험을 치른 친구의 아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아들의 합격여부를 미리 알려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나로서는 거절하기 어려운 부탁이라 알아보았더니, 그 친구의 아들 이름이 합격자 명단에 들어 있지 않았다. 그 사실을 전해주면서 얼마나 곤혹스러웠는지 모른다. 그런데 더욱 잊을 수 없었던 것은 전화를 받던 그 친구의 목소리였다. "음-, 그래 알았어."하는 깊은 한숨의 목소리가 정말 거의 다 죽어 가는 사람의 신음소리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시기,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 실현을 위해서도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는 중년기에 그 소중한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오직 자녀의 입시라는 하나의 상황에만 몽땅 쏟아 부어도 좋은지 솔직하게 자문해 보자. 자녀의 합격만이 진정 우리의 모든 것을 다 걸어서라도 얻어야 할만큼 가치 있는 일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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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스트레스 요인, 자녀의 결혼
중년기 후반은 자녀들이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는 시기이기도 하다. 자녀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입시 때문에 받았던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대부분의 부모들은 한시름 놓는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다. 얼마 안 가 자녀의 결혼이라는 복병을 만나 잠 못 이루는 나날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50대 중반의 한 여자는 직장생활을 하는 딸이 도무지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아 걱정이 되어 잠을 이룰 수가 없고, 아침만 되면 가슴이 저려온다고 했다. 그녀는 딸의 장래에 대한 조바심으로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던 것이다.
다른 중년부인은 아들 결혼문제로 상담을 청해 왔다. 30대 후반의 아들이 한 여자를 짝사랑하는데, 그 여자가 다른 남자와 같이 가는 것을 본 후로는 아들이 결혼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 걱정이 태산 같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선을 보면 상대방 여성이 부모의 마음에 드는데도, 본인은 통 반응이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녀는 아들에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해서 정신과를 찾아온 것이다.
한편, 예물을 비롯한 결혼 준비 과정도 중년기 부모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가져다준다. 어떤 아버지는 딸의 결혼을 앞두고, 결혼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비관하다가 끝내 자살까지 했다. 언젠가 대학병원 전공의가 부인이 지참금을 적게 가져 왔다고 구타해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적도 있었다. 혼수문제는 이처럼 우리 사회의 큰 병폐이자 부모들의 커다란 스트레스 요인이다.
그뿐인가, 결혼 전에는 하루라도 못 만나면 큰일 날 것처럼 좋아하다가, 막상 결혼한 후에는 서로의 성격 탓을 하며 '사네 못 사네' 티격태격 싸울 때, 부모의 입장에서는 모른 척 넘어갈 수가 없다. 또 시어머니와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와서는 "이혼하면 이혼했지, 더 이상 시어머니와는 함께 살 수 없다"며 생떼를 쓰는 자녀도 있다. 게다가 결혼한 딸이 아기를 갖지 못하기라도 하면 그 부모 마음은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부모는 자녀 걱정으로 한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자신의 문제에다가 복잡한 자녀의 문제와도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중년의 고달픔은 끝이 없다. 그러나 언제까지 자녀들 문제에 질질 끌려 다닐 것인가? 자녀에게 모든 것을 걸다간 실망밖에는 남지 않는다. 결혼 전만해도 부모밖에 모른다고 믿었던 착한 딸이 '결혼하더니 제 남편밖에 모른다'며 크게 낙심해서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들이 있다.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도 큰 법이다.
자녀에게는 자녀의 삶이 있고, 부모에게는 부모 자신의 삶이 있는 법이다. 때로는 부모와 자식간에도 선을 그어야 한다. 그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적절히 놓아주는 것, 또 자식의 자리를 인정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자녀의 문제에 나서서 모든 것을 해결해주려 애쓰기보다는, 그저 가만히 내버려두고 자녀들 스스로 풀어가도록 하는 것이 서로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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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의 위기, 실직
실직은 어느 누구에게나 큰 충격을 준다. 특히 중년기의 실직은 더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 보자. 즉, 생각을 전환해 보자는 것이다. 실직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성공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실제 중년기의 실직은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이다.
50대 초반의 어떤 사람은 한 회사의 전무이사로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퇴직통보를 받고는, 자기가 일했던 분야와는 전혀 다른 웨딩드레스 디자인에 뛰어들어 이제는 제법 성공한 중소기업 사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실직은 끝이 아니다. 그것은 분명히 에너지를 재충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 동안은 해온 일들을 돌이켜보고, 자신에게 정말로 의미 있는 일을 해왔는지 되새겨 보는 기회로 삼자. 그러다 보면 오히려 실직 기간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어 앞으로 의미 있는 삶을 가꾸고, 또 자신을 키우는 바탕이 될 수도 있다.
과거의 꿈에만 연연하지 말고 앞으로 남은 미래를 더 소중히 여겨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집착으로 패배감이나 열등감을 느끼기보다는,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소망을 갖는 것이 성취감을 맛보는 데는 물론 자신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미래를 위해 아직 사용되지 않은 능력과 잠재력을 찾아 개발하고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창의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음은 물론, 자신감과 긍정적 사고를 계속 유지하고 키워나갈 수 있다. 단, 이 때는 무슨 큰 발견이나 발명을 욕심낼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있는 일 가운데 가장 작은 것부터 하나씩 성취해나가면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최대한 만끽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 시기에는 생활리듬을 철저히 유지해야 한다. 중년기는 무엇보다 건강에 위협을 받는 시기이다. 할 일이 없어졌다고 해서 아무 때나 먹고, 자고, 일어나서 빈둥대는 것은 신체적 건강은 물론이고,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앞으로 찾아올 새로운 기회에 대비해서도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직장을 다닐 때와 대비해서도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직장을 다닐 때와 마찬가지로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나며 체조, 산책, 등산 등의 운동으로 심신을 단련하자.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실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술이나 담배로 풀려고 해서는 안 된다. 담배와 술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습관은 몸과 마음을 모두 망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일을 찾아서 하라. 과거에 자신이 어떤 직책에 있었던가에 연연하지 말고 직급이 낮고 보수가 적더라도 일을 하는 게 좋다. 일은 삶의 가치를 느끼는 데에 필수 적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퇴직 후에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가 나중에 다시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릴 수 있는 직장을 구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만약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자원봉사를 통해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개인의 가치를 확인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일이 성공보다는 개인의 행복에 더 큰 의미를 둘 것을 권한다. 일의 성공이 반드시 개인의 행복과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융통성이 없는 폐쇄적 사고와 외로움에 빠지지 않으려면,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와 친지, 그리고 젊은 사람들과의 대화를 폭넓게, 끊임없이 갖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에너지를 충전시켜 자신의 사고와 행동에 새롭게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타인과 대화하다 보면 고립감에서 빠져나올 수 있고, 또 새로운 장래를 계획하는 데에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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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화만사성, 부부간의 문제가 풀리면 모든 것이 수월해진다.
최근 세브란스 병원 정신과를 찾은 40,50대 외래 환자들의 스트레스 요인 가운데는, 부부간의 갈등이 수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중년기에 부부간의 갈등을 풀지 못해 인위적으로 이산가족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오랫동안 배우자와의 문제는 뒷전에 두고 다른 문제에만 몰두했다가, 늦게 서야 그 심각성을 깨닫고 부랴부랴 애를 써서 겨우 가정붕괴을 막기도 한다.
40대 초반의 개인 사업을 하는 한 남자는 꽤 성공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들 부부 사이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아내는 외도를 하다가 성병에 걸린 적이 있던 남편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를 모시지 못하겠다는 아내와는 같이 살 수 없다고 한 것이다. 결국 그 부부는 이혼에 이르게 되었다. 이들 부부는 서로에 대해 기본적인 신뢰감이 없었던 데다가, 아버지를 모시는 문제가 연계되어 그 틈이 더욱 벌어졌다. 더욱이 서로 노력할 마음이 조금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남남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또 다른 40대 중반의 남자는 아내가 시부모에게 전화를 잘 하지 않고, 시댁에 찾아가는 것도 꺼린다는 것이 늘 불만이었다. 그 후로 자신도 아내와 말하기를 기피하고, 결국 귀가 또한 늦어지게 되었다. 그런데다가 직장에서도 자기보다 늦게 입사한 사람이 부장이 되어 도무지 일할 마음조차 나지 않았다. 이렇게 직장에서 자신의 전망은 보이지도 않는 데다가, 집에서는 아내와의 불화로 상황은 점점 힘들어졌다. 그는 숨이 막혀올 정도로 견딜 수 없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가정에서의 문제를 잊기 위해 온통 일에만 신경을 쏟았는데, 직장에서마저 그런 상황이니 이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그러던 중 언제부터인가 아내가 밤이 깊어서야 집에 돌아오곤 했다. 왜 늦었냐고 물어보면 친구와 만났다고만 하고, 더 이상 대답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혹시 아내가 나쁜 곳에라도 출입하는 건 아닌지 의심하면서 속으로만 애를 태웠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자궁근종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옆에 있는 다른 보호자들과 얘기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는 그 동안 자신이 아내에게 너무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부터라도 아내에게 좀더 관심을 보여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고 했다. 더구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쓴 일기에 '아빠가 엄마와 얘기하는 것을 보았으면 좋겠다'고 적혀 있는 걸 보면서 더욱더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직장 문제는 차후로 미루고 우선은 아내와의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부모와의 문제, 직장에서의 문제는 2차적인 것으로 돌리고, 아내와의 문제를 1차적인 문제로 여기기로 한 것이다. 상황은 상당히 호전되어 가기 시작했다. 그는 아내와 조금씩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직장에서도 적극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또한 사장과의 면담을 통해 그 동안 불만이었던 신임상사의 월권 적인 행위들이 시정되고, 부서의 운영방식도 바뀌는 쪽으로 결말이 지어졌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아내와 부모와의 문제였다. 그런데 일이 그렇게 되고 자신감이 생기니, 그 관계도 그다지 풀기에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확신이 서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처럼 중년기에는 복잡한 스트레스 요인에 싸여 있다 보니 정작 가장 관심을 두어야 할 대상인 배우자에게는 소홀해지기 쉽다. 그래서 두 사람 사이의 문제가 자칫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다른 문제들이 아무리 산적해 있다 하더라도 부부간의 문제를 최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 다시 말해 가장 기본적인 문제만 풀어지면, 이것이 실마리가 되어 다른 어려운 문제들도 수월하게 해결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 중년기 부부- 서로에게 따뜻한 관심을
지금까지는 대부분 남자들의 외도로 여자들이 속을 썩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많은 아내들이 남편의 외도에 대해 이렇다 말 한 마디 못하고 속으로만 삭이다가 나중에는 화병으로 고생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오히려 중년 여성들의 늦바람으로 남편들이 가슴을 태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초등학교 남자 동창생을 만나면서 사는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는 한 중년 여성의 경우를 보자. 그를 만나면서 전에 없이 생기가 돌던 그녀는, 그 남자 동창생이 만나주려 하지 않자 배신감으로 괴로워하다가 또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으로 아픈 상처를 달래고 있었다. 매우 성실하고 착한 남편에게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그녀는 여전히 다른 남자와 만나는 것을 그만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정밖에 모르던 40대의 어느 여성은 한 남자를 알고부터는 '지금까지 산 것은 사는 게 아니었다' 고 생각하며 남편과의 이혼까지 고려하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안 남편은 노발대발하며 부인을 달래도 보고, 때려도 봤지만 그녀는 여전히 막무가내였다. 결국 남편은 부인을 정신과로 데려와 치료를 받도록 했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 집을 나간 어느 40대 후반의 남자는, 아내로부터 "당신이 밤에 나를 만족시켜 주지 못하니까 그렇게 된거아냐?" 하며 오히려 힐책의 말을 들었다. 그래서 혹시 자신에게 성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가 해서 고민 끝에 정신과를 찾아왔다.
이처럼 여자의 늦바람은 남자와는 달리 한번 불이 붙으면 끄기가 쉽지 않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것은 일종의 애정중독증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무드를 모르는 남자와 무드를 찾기 시작하는 여자, 바로 이 불협화음이 중년기 부부의 위기를 알리는 신호이다.
또 다른 경우를 보자. 40대 후반의 한 여성은 가끔 남편과 둘이서 술을 마시며 사랑의 밀어를 나누고 싶어하는데, 남편은 자신의 그런 생각을 도무지 알아주지 않아 사는 맛이 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같이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자"고 하면 남편은 "피곤해서 귀찮다"며 자리에 벌렁 누워버리기 일쑤였다. 혼자서 공원을 산책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외로움을 달래보기도 했지만, 이런 저런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 그녀는 때로 같이 대화라도 나눌 남자 친구가 하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불쑥불쑥 들곤 했다고 고백했다.
이렇게 중년기 여성들이 '남편이 잘해 주고 있다'고 믿으면서도 다른 남자를 사귀고 싶어하는 이유는 바로 외로움 때문이다. 중년기의 여성들은 자녀들이 군대에 가거나 학업, 결혼 등으로 자신의 곁을 떠나서 할 일이 없어지면서 갑자기 외로움과 허탈감에 빠지게 된다. 이때 밀려오는 외로움을 달래주어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남편이다. 그런데 남편이 일에 빠져 외면해 버리면, 아내는 결국 밖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는데 뭘 새삼스럽게…' 라고 생각하거나, '내 아내만은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면서 아내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높아진다. 오히려 가까운 사람일수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야 한다. 상대방이 애정을 표현할 때는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그것이 상대방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자신의 외로움을 더는 방법이다.
처음에 연애하던 마음, 그런 마음으로 호젓하게 둘만의 시간을 가져보라. 그 순간 명예퇴직, 조기퇴직 등으로 인해 몰려 왔던 두려움과 외로움은 사라지고 어느 새 마음 한구석이 따뜻하게 채워질 것이다.
- 세상의 온갖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中에서 -
■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하는 열린 아버지
명예퇴직이나 조기퇴직으로 인해 예전보다 정년이 빨라졌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적 문제로 크게 대두되고 있다. 40,50대 중년 남자들이 명예퇴직을 염려하며, 닥쳐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공허감으로 사는 재미를 잃고 우울에 빠지거나 때로는 설사, 복통, 두통 등과 같은 신체 증상을 호소하며 정신과를 찾아오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남자의 정체성(identity)에 있어서 직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직장은 가족의 생계를 위한 수입의 근원이자, 개인의 인생에서는 성취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직장은 남자의 힘과 권위를 지켜주는 보루였다. 따라서 직장의 상실은 곧 남성으로서의 힘의 상실이며, 가장으로서의 권위가 실추됨을 의미한다. 그런데다 돈만 벌어오면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다 하고 있는 거라고 여겼던 중년기 남성들은, 그간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대화할 새도 없이 아침부터 밤늦게 까지 일에만 몰두했던 것이 사실이다. 혹 시간이 나더라도 직장동료들과 밤늦도록 술을 마시다가, 잠깐 집에 들러 가족들은 보는 둥 마는 둥하고 다시 아침 일찍 출근하는 생활을 되풀이하곤 하였다. 이렇게 일과 직장을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던 남자들이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거기에서 오는 여파는 실로 크지 않을 수 없다.
일본에서는 남편이 정년퇴직을 하고 나면 아내와 이혼하거나 별거하는 예가 적지 않다고 한다. 옛날처럼 돈을 벌어다 주는 것도 아니면서, 하루종일 집안에 틀어 박혀서 이것저것 요구만 많아지고 간섭이 심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중년 남성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일밖에 모르면서 가정이나 직장 이외의 사회생활을 소홀히 한 탓으로, 직장을 떠나는 바로 그 순간 외로움과 부딪혀야 한다.
한때 우리나라 남자들은 돈을 벌어 오는 것만으로도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일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부터는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것만으로는 남성의 권위를 지켜가기가 어려워졌다. 즉, 가족 중 유일하게 밖에서 일하면서 돈을 벌었던 가부장의 절대적 권위가 여자들이 직장을 가짐으로써 위협을 받게 된 것이다. 한편, 여성들이 집안 살림, 자녀양육과 자녀교육 외에도 직장에서 일을 하게 되자, 남자들도 여자들이 하던 역할의 일부를 떠맡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특히 명예퇴직이나 조기퇴직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둔 남자들의 경우, 예전에는 여자의 몫이었던 집안 일을 맡게 되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역할의 전도'에 적응하지 못하는 중년기 남성들은 당연히 아내의 눈치를 보게 되고 소외감을 피할 도리가 없다.
미국에서 중간 관리직에 있는 40대를 대상으로 20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일의 성공보다는 대인관계에서의 만족도가 개인의 행복을 이루는 데 더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직장 중심의 문화에서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로 바꿀 필요가 절실해졌다. 직장, 가정, 사회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균형있게 수행해 나가야만 우리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미래의 외로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 바람직한 아버지상은, 가부장 시대의 아버지로의 복귀가 아니다. 그것은 변화된 시대에 걸맞은 열린 아버지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직장을 통해 개인적인 성취감을 맛보면서 동시에 가족과 함께 대화하고 즐기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 노력하는 것이, 바로 '고개 숙인 아버지 증후군'을 예방하는 길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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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리막길을 준비하라
우리는 언제까지나 살 것처럼 착각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 내일에 대한 아무런 준비 없이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이 자신의 뜻대로 잘 풀릴 때는 모든 일이 항상 뜻대로 잘 될 것만 같은 생각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인생에는 오르막 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법이다. 이것은 비단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 사회도, 한 나라도 흥망성쇠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상승기류를 타게되면 오르막만 있는 줄 알고, 내리막 길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다. 우리 주변을 봐도 잘 올라가는 사람들은 많아도 잘 내려올 줄 아는 사람들은 드물다. '내려오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등산을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올라갈 때는 땀을 뻘뻘 흘리며 애를 써서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올 때에는 맥을 놓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본다. 그러다 그만 다리가 삐끗하거나, 미끄러져 크게 다쳐서 응급실로 실려온다. 이것은 바로 내려올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제법 잘 알려진 한 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나왔다고 할 정도로 큰 부잣집에서 태어났다. 그가 아버지께 물려받은 유산은 몇 대가 먹고 살 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그러나 밤낮으로 술과 여자, 그리고 도박을 즐기면서 결국에는 그 많은 재산을 다 날려버리기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부인마저 도망가고, 그는 혼자서 병마와 싸우며 여관방을 전전하는 신세에 이르고 말았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내려올 때를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중에는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불행해진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이 그랬고, 필리핀의 마르코스를 비롯한 독재자들의 말로가 그러했다. 심지어는 아주 작은 단체의 장이라도 일단 그 자리에 앉기만 하면, 끝까지 물러나지 않으려고 기를 쓴다. 그렇게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갖게 되면서, 그때부터는 또 다른 허탈감과 절망에 빠져 방황하기 일쑤다. 심한 경우에는 자기 무덤을 파는 결과를 자초하기도 한다.
어떤 60대 초반의 남자는 지방의 시 교육장이 되어 여러 해 동안 그 자리를 지켰으나,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압박, 즉 퇴진 요구에 떠밀려 결국에는 그 자리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그는 밀려났다는 패배감에 늘 기분이 우울하고 사는 맛도 잃어버렸다.
그러나 사람은 언젠가는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떠나야 한다.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듯이 말이다. 그것이 직업이든, 인생이든 간에 누구나 내려올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에 의해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자존심의 손상은 말할 것도 없고 자칫하면 우울증에 빠져 건강마저 잃기 쉽다. 사실 그럴 때, 그간 소홀했던 자신의 개인적인 일이나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데에 더 정성을 쏟을 마음을 가지고, 미리 내려올 준비를 했더라면 그렇게까지 비참한 기분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생을 좀더 길게 내다보며 서서히 내려올 시기를 정해서 앞날을 준비하는 것이 자신의 자존심과 건강은 물론이고 가족의 행복을 지켜 삶의 질을 더욱 높이는 길이다.
노년기를 준비하는 여유를 갖는 것, 그것은 곧 중년기의 또 다른 미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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