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컵 사용 4개월, 장단점 탈탈 털어드립니다 ..
생리컵 사용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 중요한 건 '내 몸에 맞는' 생리용품
[오마이뉴스 글:김소라, 편집:김예지]
▲ 대안 생리용품, 생리컵 |
ⓒ 위키커먼즈 |
나는 오늘도 피를 흘린다. 피를 흘리며 밥을 먹고, 피를 흘리며 일을 한다.
매달 찾아오는(정말이다, 나는 찾아간 적 없다) 생리는 누군가에겐 두려움의 대상이고, 누군가에겐 억울함의 근원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쾌적하게, 덜 괴롭게 피를 흘릴 수 있을까. 수많은 여성이 고민할 법한 그 '어떻게'의 답을, 나도 생리컵에서 찾았다.
올봄에 호주에서 지내는 친구로부터 받은 생리컵을 4개월째 쓰고 있다.
생리컵에 입문하고 나서도 보다 편한 주기를 지내기 위해 여러 연구를 거듭했고, 자타공인 '프로생리컵러'가 되었다.
그간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생리컵 사용담을 소개하려 한다.
[하나] 1단계는 '깊숙이 쏘옥', 잊지 마세요
먼저 일러둘 것은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 경우에 따라 다르다는 뜻)'라는 말이 그냥 있는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생리컵을 쓰면 보통 일반 생리대를 사용할 때 생기는 화학물질로 인한 생리통이 완화되길 기대한다.
그런데 생리컵 후기를 살펴보면 전에는 없던 허리통증과 골반통증이 생긴 사용자들이 있다. 나 또한 그랬다.
생리컵을 처음으로 사용하던 달, 심각한 허리 통증과 골반통에 시달렸다.
이렇게나 인간을 고통스럽게 하는 물건을 사람들은 도대체 왜 저리도 찬양하는가, 나는 미디어의 달콤한 거짓말에 속은 것인가, 별생각을 다 했던 것 같다.
우리의 질은 일정선을 넘으면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컵을 제대로, 끝까지 집어넣으면 이물감은커녕 가끔 내가 생리를 하고 있는지도 잊게 된다.
두 번째 달에는 허리통증과 골반통증이 신기하게 사라졌는데, 생각해보니 첫 달에는 소심하게 삽입하는 바람에 생리컵이 애매하게 걸쳐져 있는 상태였고, 때문에 방광압박감, 허리와 골반 통증 등등 총체적 난국이 벌어진 거였다.
생리컵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깊숙이 넣어야 한다. '정말 이 정도까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깊숙이, 쏘옥.
[둘] 생리통 물리쳐줄 골든컵? 써봐야 안다
그래서 생리컵은 생리통 완화에 도움이 되는가? 나의 경우 생리통이 거의 없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달에 은은하게 살살 아픈 정도였는데, 생리컵을 쓰면서 날카롭고 예리한 통증이 생겼다.
경도가 높은(단단한, 탄력이 강한) 컵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종의 방광압박을 느끼는 것이다.
생리 첫날과 둘째 날에만 통증이 느껴지는 것에서 짐작해보면 자궁경부의 위치도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자궁경부의 위치는 생리주기 동안 바뀐다.
나의 경부는 생리 첫날과 둘째 날에 낮게 위치했다가 점점 높아지는데, 경부가 낮게 위치할 때 컵이 아래로 밀려서 압박감이 더 예민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내가 쓰고 있는 컵은 '디바컵'으로, 경도(딱딱한 정도, 혹은 탄력이 강한 정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경도가 높은 생리컵은 탄력이 좋기 때문에 질 내에서 쉽게 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예민한 사람의 경우 방광 압박감이 들 수 있다.
또 초보이용자의 경우 삽입하기 좋게 고이 접은 컵이 질 안에 입장하기 전에 갑작스레 펼쳐져 질 입구를 다칠 수 있다.
본인에게 맞는 생리컵의 경도는, 안타깝게도 써봐야 알 수 있다. 이게 생리컵의 최대 단점이다.
써봐야 알 수 있는 것.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생리컵 브랜드를 '골든컵'이라고 부르는데, 처음 산 컵이 골든컵인 행운을 경험할 수도 있고, 두 번 세 번 옮겨타는 수고 끝에 골든 컵을 찾게 될 수도 있다.
이르면 이번 달(8월), 생리컵이 국내에 공식 출시되면 지금 쓰고 있는 것보다 말랑한(경도가 낮은) 생리컵으로 바꿀 계획이다.
다음 컵은 골든컵이기를!
▲ 생리통 물리쳐줄 골든컵? 써봐야 안다 |
ⓒ pixabay |
[셋] 집중! 중지손가락의 감각이 중요하다
생리컵을 고를 때 본인의 경부높이(질 길이)를 알아야 하는데, 생리주기 때 중지손가락을 질 안에 넣어 길이를 재게 된다.
우리의 자궁과 질은 엄지손가락처럼 요리조리 돌려보면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눈을 감고 질 속에 들어간 손가락에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두 마디도 채 들어가지 않았는데 경부가 금방 닿으면 낮은 자궁, 중지손가락을 다 넣어서야 만져지거나 잘 만져지지 않으면 높은 자궁이라고 흔히들 부른다.
고백하건대, 생리컵을 사용하면서 처음으로 나의 경부를 만져봤다. 언제 경부가 낮아지고 언제 높아지는지를 관찰하게 되었다.
이렇듯 생리컵을 사용한 후론 나의 몸의 상태를 자꾸만 살펴보게 된다.
생리양을 확인하고, 생리혈의 색깔을 보게 되고, 나의 질의 길이가 어떠한지, 경부의 위치는 어떠한지를 알게 된다.
생리대를 갈 때 손에 피가 조금이라도 묻으면 못 만질 것을 만진 것처럼 비누로 박박 씻어내곤 했는데, 이제는 컵을 비우면서 손에 피가 조금 흘러도 '아, 그런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닦아낸다.
내 생리혈마저 사랑하게 되었다고 하면 조금 과할까? 앞으로도 어김없이 매달 찾아올 생리가 무섭고 '더러운' 느낌으로 남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훌륭한 발전이 아닌가.
[넷] 바닥에 온통 피? 미션, 외출시 생리컵 비우기
생리컵은 넣는 것보다 빼는 것에 요령이 더 필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컵 안의 공기를 빼면서 비스듬하게 빼내되, 질 밖으로 나올 때가 되어서는 다시 바닥과 수직이 되게 해서 피가 흘러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집 밖에서 처음으로 생리컵을 비우던 날이 생생하다. 질에서 빼는 순간 생리혈이 바닥에 거의 다 떨어졌다.
내 생리양이 얼마나 되나 제대로 확인하는 건, 컵을 잘 빼는 요령을 터득해야 가능한 일이다.
비좁은 지하철 화장실 안에서 생리혈을 휴지로 수습하느라 식은땀 범벅이 된 기억이 있다.
컵을 빼는 것에 익숙해지기 전이라면 사람들이 잘 찾지 않으면서 넓고, 세면대와 변기가 한 공간에 있는 화장실을 찾자.
당황스런 상황에 세면대도 저 밖에 있고 노크 소리까지 쏟아지면, 정말 '멘붕'이 온다.
생리컵을 처음으로 사용하는 달이라면, 평소 쓰던 일회용 생리대 두세 개 정도를 같이 들고 다니면 좋다.
밖에서는 더욱 긴장을 하게 되는지라 컵을 다시 삽입하는 데 20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손에 남아있던 힘도 다 빠져버릴 시간이다. 우리는 덜 괴롭기 위해 생리컵을 쥐어 들었다. 편하려고 사용하는 것이다.
아프고 불편하다면 그 원인을 찾거나 사용을 중단(휴식)해야 한다.
담담하게 생리대를 차고 나와 10분만 산책을 하고 다시 시도해도 된다. 너무 조급하게 우리의 질을 학대하지 말자.
[다섯] 생리컵보다 중요한 건, 사랑스런 내 몸
생리컵을 사용하면서 생리가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여름에는 냄새 때문에 고민하지 않게 되었고, 짓무를까봐 겁낼 일도 없다.
생리때마다 하루에 다섯 개 이상 버려지는 일회용 생리대를 보며 괜한 죄책감이 들었는데, 비워내고 씻어내는 생리컵은 길게는 10년도 쓸 수 있다고 하니 환경에 기여하는 것 같아 뿌듯함도 솟아난다.
생활비에서 생리대값이 빠진다. 게다가 어쩐지 내 몸을 더 알게 된 것 같고, 해방감도 느껴지면서, 나를 좀 더 사랑하게 된 듯한 기분도 든다.
하지만 다시 말한다. '케바케'는 유효하다.
질 안에 무언가를 넣는 것이 영 탐탁지 않은 사람에게는 생각보다 거대한 생리컵이 공포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질 안에서 생리컵이 예고 없이 펴질 때 둔탁한 방망이로 질 내벽을 쓸어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썩 좋은 느낌은 아니다(그러나 시도 때도 없이 굴을 낳는 느낌이 드는 것보다는 낫다고 확신한다).
예민한 여성은 생리컵 때문에 방광압박감을 느낄 수 있고, 평소 생리통이 없던 사람에게 허리통증과 골반통증이 찾아올 수도 있다.
그런데 방광압박감은 경도가 낮은 생리컵으로 바꿈으로써 일정 정도 해결할 수 있고, 허리통증과 골반통증은 대개 삽입이 잘못 되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생리컵으로 인해 생기는 불편한 점과 그것을 해결할 방편은 이미 수많은 여성들이 아낌없이 공유해두었다.
생리컵은 대안생리용품 중 하나일 뿐이다. 생리컵이 안 맞는다면, 본인에게 맞는 또다른 생리용품을 찾아 탐험을 하면 된다.
그러다 좋은 것을 발견하거든 널리 널리 소문내고 공유하자.
생리를 말하는 것에 관해 막연한 거부감을 느끼지 말고, 더 쾌적한 생리를 위해 끊임없이 말하자. 우
리는 마침내 찾을 것이다.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생리용품을.
▲ 자타공인 '프로생리컵러'인 오마이뉴스 김소라 시민기자, 김 기자가 생리컵의 장단점 '탈탈' 털어드립니다. |
ⓒ 김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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