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K양은 내게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묻고 있긴 하지만... 사실 K양의 질문이 답정너라는걸 나도 알고 있고 K양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번주 주말에 만나게 되면 "너무 힘들다", "이러면 안되는걸 알지만...", "앞으로 우리 힘들어질거야..."등등의 말들을 하며 술잔을 기울이다가 결국엔 "그래도 우리가 잘한다면...?"이라는 말로 연애를 시작하게 될거란걸... 우리 서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내가 무슨 조언을 하겠냐만은... 달달한 썸의 달콤함에 이성적판단이 흐려진 K양아. 두근거리는 심장을 따르기전에 차가운 이성으로 한번만 생각해보자. 과연 이 연애가 행복할수 있을까? 물론 선택은 K양이 하는거다. 하지만 전 남자친구의 친구와의 썸의 후폭풍에 대해서 얼마나 생각해봤는지 다시한번 고민해보자.
뭐어때... 이미 헤어진 사인데...
남녀사이에 친구는 없다.
남녀 사이에 친구? 그것도 한때 자신을 좋아했던 남자와? 이게 무슨 고양이가 갓잡은 고등어랑 우정을 다지는 소리인가!? K양은 지금 J군을 먼저 알았고 이후 절친한 친구로 지내다가 요즘들어 썸을 타게 되었다는 운명의 장난질같은 로맨스 스토리를 내게 풀어내고 싶은것 같은데 사실은 지금의 썸은 K양이 친구라는 미명하에 J군에게 연애상담을 시작하면서부터 예견된 일이다.
우리 솔직해지자. K양아, J군이 K양의 연애상담을 해주며 절친한 친구 코스프레를 할때 그안에서 뭔가 애매한 호감쪼가리를 단한순간도 느껴보지 않았던가? K양은 "그땐 J군도 여자친구가 있었어요.", "알고 지낸지가 오래되었어요.", "그동안 사귀자고 하거나 좋다고 하지 않았어요." 따위의 변명을 하겠지만 아마 K양도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을 것이다. J군이 크지는 않지만 작은 호감을 자신에게 갖고 있음을 말이다.
K양아, 친한 친구로 지내다가 갑자기 썸을 타기시작한게 아니다.
처음부터 J군은 K양에게 호감이 있었고 그 호감을 우정이란 좋은 포장지로 포장을 했었을 뿐이다.
그러다 K양이 틈을 보이자 J군이 속내를 드러낸것 아닌가?
그러니 우정이란 이름으로 적당한 어장관리를 합리화시키지말자.
다시한번 물어보겠다.
"K양아, 정말 J군이 그동안 K양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걸 몰랐나?"
이성적으로 후폭풍을 따져보자.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는데!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바람을 피운것도 아니고! 남자친구와 헤어진지 몇달이 지난후에 전남자친구와 깔끔히 정리를하고 만나겠다는데 누가 K양과 J군의 만남을 손가락질 할수 있을까? 라고 말해주길 K양은 바라겠지만... 우리 보다 이성적으로 후폭풍에 대해 따져보자.
첫번째, K양과 J군은 천하의 몹쓸인간으로 소문날것이다.
K양과 J군이 얼마나 애틋한 마음으로 서로를 갈구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관심없다. K양은 전 남자친구의 친구와 사귀는 여자, J군은 친구의 전 여친과 사귀는 우정을 배신한 남자일 뿐이다. 이 일로 J군은 지인 모임에서 배척당할 것이고 K양은 희대의 팜므파탈로 회자 될것이다.
두번째, K양의 지난 연애에 대한 소문들로 J군은 원형탈모가 올것이다.
지금이야 썸단계니까 달달하지... 막상 연애를 시작하고 보면 그동안 K양이 연애상담을 했던것들이 J군을 힘들게 할것이다. 잠이들기전 K양이 전 남자친구와 여행에 가서 무엇을 했을까?를 생각하며 이불에 하이킥을 하고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각자의 여자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들었었던 K양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르며 머리를 쥐어 뜯을 것이다.
남의 연애에 대해서는 쿨하지만 내 여자친구의 과거에 대해서는 모르는 남자와의 과거에도 집착하는게 남자다. "몇번 사겨봤어?"라는 얘기만 나와도 발작을 하는게 남자인데 내가 아는 지인과 사겼던 여자친구라니... 과연 J군은 강력한 멘탈로 그러한 스트레스를 이겨낼수 있을까?
세번째, J군의 파탄난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를 K양에게 풀것이다.
K양은 "친구들이 엮여 있어서 어려운건 알지만..."이라고 짧게 표현하지만 그 결과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내 주변에도 여자문제로 관계가 틀어져버린 지인들이 있는데 10년 우정도 여자문제로 틀어지고 나면 결코 회복되는 법이 없다.
무서운건 J군과 전 남자친구만 안본다고 되는게 아니란거다. 그 사이에 엮인 친구들입장에서는 둘을 같이 부를수 없으니 따로따로 불러 어색한 대화를 나누다 결국엔 배신을한 친구를 모임에서 잘라낼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럼 그 스트레스는 어디로 갈까? 물론 대놓고 "K양 너땜에 이게 뭐야!"라며 화를낼 못난이는 없겠지만 K양이 조금만 실수를 해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K양에게 그 스트레스를 전가할것이다. K양은 감당할수 있겠는가?
주변 지인들에게 축복받지 못할 연애라면 각오를 단단히해라.
다시말하지만 K양과 J군이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 비난을 받아야만하는 일은 아니다. 그래도 하나만 생각해보자. 이 사실을 전 남자친구가 모두 알게된다면 뭐라고 생각할까? 자신과 사귀고 있는 도중에 J군에게 연애상담을 하고, 자신과 헤어지고나서 J군에게 위로를 받고, 이별을 확정짓고 나서 둘이서 썸을 타고 있다는 이 사실을 모두 알게된다면 말이다...
솔직히 K양의 새로운 연애가 너무 걱정되는것은 새로운 연애에 대한 기대만 있을뿐
그에 따르는 후폭풍에 대해 너무 막연하게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매번 상담을 할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양다리를 걸쳐도 좋고, 임자있는 사람에게 고백해도 좋다. 그건 당신의 선택이다. 다만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이 어떤 후폭풍을 몰고올지 명심하고, 그에 대한 책임은 확실히져라"
물론 K양이 바람을 피운것도 아니고 임자있는 남자를 유혹한것도 아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축복받을수 있는 연애는 아니지 않은가?
현실을 왜곡하고 미화시키지말고 직시해라.
아무리 K양과 J군의 사랑이 진심이라 하더라도 둘의 만남으로
전남자친구는 K양과 J군이 생각날때마다 불편한 상상에 잠겨야하고 한 지인그룹은 와해될것이다.
둘의 사랑이 진심이고 도저히 포기할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된다면
최소한 무거운 마음으로 각오를 단단히하고 뜨겁고 열정적으로 다가가자.
사랑을 시작하기전에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것이 좋은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뻔히 보이는 장애물이 있다면 그에 대한 대비책은 없어도 각오는 단단히하는게 맞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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