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건설 중인 이천 M14 라인 + 신규공장 2개 = 46조…장비조달-부지확보-자금조달 '변수', "기간이 문제"]
SK그룹이 반도체 공장 증설 등에 46조원 투자를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구체적인 투자 내용 및 실현 가능성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가는 만큼 구체적인 투자 일정과 대상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SK그룹은 17일 최태원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확대 경영회의를 열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투자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정철길 전략위원장(SK이노베이션 사장)은 "투자가 시급한 반도체를 중심으로 현재 건설 중인 공장의 장비투자와 2개의 신규공장 증설 등에 46조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건설 중인 공장이란 오는 25일 준공식을 열 예정인 경기도 이천 M14 생산라인이다.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공장 건설과 1차 클린룸(반도체 생산을 위한 진공설비) 작업에만 2조3800억원이 투입됐고, 향후 설비를 다 채우려면 약 13조원 가량이 더 들어갈 예정이다.
2개 신규공장 증설 계획은 이날 처음 공개됐다. 최신 반도체 생산 공장은 1개 짓는 데만 통상 15조원 정도 투자가 필요하다. 신규공장 2개면 투자규모가 30조원 이상인 셈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아직 검토 중인 사안"이라며 "보다 구체적인 투자 일정과 방법 등은 조만간 확정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기 때문에 변수도 적지 않다. 먼저 반도체 장비 조달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면 수백 종류에 달하는 각종 반도체 생산 장비·설비가 적기에 공급돼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제품들을 일본과 유럽 등의 일부 전문기업들이 제한적으로 생산하고 있어 단기간에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예컨대 노광장비(카메라가 빛을 통과시켜 사진을 찍듯이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 넣는 장비)의 경우 네덜란드 ASML사와 일본 업체들이 주로 만드는데 1개를 만드는 데만 수개월 이상이 걸린다. 1개 반도체 공장에 노광기는 20개 가까이 들어간다.
물론 공정기술에 따라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노광기의 발전 속도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 20나노 D램 반도체는 기존보다 노광기 의존도를 대폭 낮추는 방향으로 공정을 만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땅'도 문제다. 반도체 공장은 장치산업의 특성상 넓은 토지 확보가 필수다. SK하이닉스는 여유가 있던 이천 공장 부지에 이미 M14 생산라인을 지었기 때문에 신규공장 2개 증설을 위해서는 또 다른 부지가 있어야 한다.
산업단지로서의 인프라와 물류망, 협력사 관계 등을 두루 감안할 때 적합한 땅을 충분히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반도체 생산라인 1개당 최소 축구장 4~5개 정도의 부지가 필요하며 부대시설을 고려하면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삼성전자가 2017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짓고 있는 평택고덕산업단지 내 1차 부지만 23만8000평(79만㎡) 규모다.
자금조달 역시 숙제다.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영업이익 1조3750억원을 달성하는 등 6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며 안정적 현금창출 능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신규공장 2개를 단기간에 짓기에는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결국 투자 일정이 관건이란 시각이 많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증설에 필요한 장비확보 문제를 비롯해 자금조달 방법까지 모두 시간에 달린 것"이라며 "앞으로 몇 년 내에 어떤 단계를 거쳐 투자를 집행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