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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래전 키스에 대한 기억 /조경희 (목소리 허무항이)


     한산도에서 통영으로 들어가는 배에 올랐다
     출렁이는 파도를 바라보며 선상에 나와 앉아 있는데
     한 사내가 옆에 와 앉는다
     파도는 기타선율처럼 잔잔히 흐르고
     그의 입술은 마치 날 위해 부르는 듯
     나지막히 音의 圓을 그린다
     배안은 사람들로 시끄러웠지만
     소리의 공명을 타고 가슴깊이 스미는 노래에
     고개를 옆으로 돌렸던 것인데
     노래부르는 입술이 왠지 낯익다
     어느 먼 시간 속 열렬히 사랑했던 한 남자의 입술이 출렁거린다
     내 입술을 타고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꽃잎 같은 입술이 떠올라 배멀미가 일었다
     소리의 뼈들은 허공으로 흩어지고
     짧은순간 그의 모습이 인파 속으로 사라졌을 때
     바다의 푸른 입술이 선미船尾를 덮쳤다
     배는 휘청이며  바다 내음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갈매기는 육지쪽으로 배를 밀며 날갯짓 하고
     나는 아주 오래전 키스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천천히 파도의 지느러미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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